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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의 시간을 걷다 - 이야기의 땅, 터키 이스탄불에서 델피의 신탁까지
김덕영 지음 / 책세상 / 2012년 7월
평점 :
절판
문명의 발상지이자 신화속 그곳을 인문학적인 사유를 안고 서양과 동양의 경계선에 위치한 터키의 이스탄불부터 여행이 시작된다.
터키땅에 남아 있는 이오니아 문명의 돌무더기 흔적을 따라 오스만 제국과 유럽대륙이 보스포루스 해협을 사이에 두고 치열하게 격전을 벌였던 현장의 현재의 모습을 번갈아 보여주며 수천년 동서양 충돌의 시간을 견뎌온 현재 시간속 사람들의 모습도 보여준다.
보스포러스 해협을 건너 마르마라해 남서쪽에 위치한 부르사(페르가뭄)는 트로이전쟁으로 트로이가 파괴되자 헥토르 왕의 미망인 안드로마크는 아카이아인들에게 노예로 잡혀갔다가 아킬레스의 아들 넵톨레무스와 결혼한다. 이들 사이에서 태어난 세 아들 가운데 한 명인 페르가무스가 건설한 도시로 후에 이곳을 지배했던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사망하자 그의 부하였던 리시마쿠스 장군이 이곳을 통치하려고 산꼭대기에 성을 쌓았다. 곳곳에서 마주치는 문명의 흔적들은 우장함과 거대함보다 가파른 정상에 무너져버려서 여기저기 흩어져있는 돌무더기 파편들로 지진과 경제난,정치적 불안정으로 제대로 관리 되고 있지 않은 비참한 현실과 마주하게 된다.
몇백 년간 지하에서 잠자던 페르가뭄의 찬란한 유적은 이스탄불과 이즈미르를 연결하는 철도공사를 감독하던 독일인 감독이 발견해서 독일인 고고학자에게 알려준이후 독일인들이 발굴해내고(30퍼센트 정도) 반출해서 베를린 박물관에 전시해놓았다.
곳곳에 신전의 웅장한 크기를 알려주는 기둥들의 흔적들이 남아 있는데 세계 최초의 병원으로 알려진 아스클레피온의 유적으로 기원전 4세기경에 지어져서 각종 정신질환을 자연요법으로 치료한곳이였다고 한다.
주변에는 대규모 공연장과 신전들이 있고 맑은 샘물이 흐르는곳을 따라 들어가면 지하터널로 연결이 되도록 정밀한 설계된곳으로 이곳 전체에 얼마만큼의 유물이 파묻혀 있는지 정확하게 알려져 있지 않다고 한다.
유적지 흔적에서 알수 있는 고대 도시의 모습과 당시 사람들의 생활습관 사상을 유추해볼수 있는데 2만5천명정도 수용할 수 있는 대규모 원형극장,대형병원, 공공도서관,공중 목욕탕,공중화장실을 비롯해 아름다운 무늬의 고급스런 타일이 장식된 귀족들의 고급 주택들, 신전,음악당 그리고 모든이들이 깨끗한 식수를 먹을수 있게 토관으로 이어진 상수관시설이 존재했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된다.
여러 형태의 고대 무덤과 거대한 증기목욕탕의 흔적들이 흩어진 파편들을 통해 그루지야, 아르메니아, 이란, 이라크, 시리아, 그리스, 불가리아와 흑해 건너 러시아지역, 지중해 건너 아랍국들과 이집트까지 그리스와 로마의 군대와 상인들, 기독교 사도들과 이슬람교도들이 수시로 지나다니며 문명의 또다른 문명이 겹치고 파묻혀서 이곳이 현재 누구의 땅인지 잊게 만든다.
신화의 나라 그리스는 터키의 서쪽끝 카라부룸 반도에서 배를 타고 40분정도 가면 에게해에서 네번째로 큰 섬
키오스에 도착한다. 이섬은 시인호메로스가 출생한곳으로 1822년 오스만 터키로부터 독립하려는 그리스의 해군이 터키 군대를 격파했던 곳이다. 이에 터키군은 보복으로 주민을 2만3천여명을 학살했고 네아모니 그리스정교 성당에는 당시 학살된 주민들의 유골이 안치 되어 있다. 신들의 반란이 아닌 인간이 빚어낸 참혹함은 에게해에 곳곳에 퍼져있는 무너진 돌무더기처럼 현실의 비극과 마주 친다.
고대헬레니즘 문명을 화려하게 꽃피운 서양 문화의 발상지인 그리스의 수도 아테네도 천오백년간 로마의 지배를 받고 오스만 터키제국에 4백년간 지배를 받으면서 수많은 유적지들이 제대로 보존되지 못한채 여기저기 방치되어 있다. 아테네 중심부 아크로폴리스에 자리잡고 있는 파르테논 신전은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문화유산 1호로 지정되어 있어서 보조로 간신히 관리되고 있고 내부 유물과 벽화들은 영국의 대영박물관에 가야만 볼 수 있다.
아테네 북서쪽 170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델피는 신성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거대한 바위산으로 둘러쌓여서 아폴론 신전, 원형극장, 아테네 여신을 모셨던 원형 신전이 있는 마르마리아 성역이 즐비한곳으로 신화속 제우스와 여신들의 모습이 출몰할것 같은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아테네에서 남동쪽으로 70km 떨어진 아티카 반도 끝부분에 자리잡고 있는 수니온에는 바다의 신 포세이돈의 신전이 자리잡고 있다.이곳은 당시 그리스인들의 안전한 항해를 빌던곳으로 현재 15개의 기둥만 덩그러니 남아있다.
1822년에 발발한 그리스 독립전쟁때 유럽의 지식인들은 오스만투르쿠에 대항에 그리스 독립을 지지하며 전쟁에 참전했다. 당시 영국의 시인바이런이 이곳 포세이돈 신전 기둥에 자신의 이름'Byron'을 새겨넣었다.
찬란했던 역사와 문화가 가득했던 곳의 여정은 돌무더기 파편과 잘려져 나간 기둥의 흔적위 4000년 시간의 퇴적물들이 겹겹이 쌓여 있는곳에서 멈춘다.
'‘나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나는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나는 자유다.’(그리스인 조르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