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 Nobody Speaks of Remarkable Things (Paperback)
Jon McGregor / Mariner Books / 200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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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잠든 시각, 도시는 움직이고 있다.

전등이 켜지고,자동차가 지나가고,발자국 소리가 점점 희미해진다.

쉴새 없이 돌아가는 에어컨 바람이 건너편 상점과 카페, 사무실이 내뿜는 공기를 끌어온다.

도시는 잠들지 않는다.

날이 밝으면 어젯밤의 소리는 모두에게 잊혀진다.

맨홀뚜껑이 열리고 도로를 정비하고, 높은 하늘에서 무언가가 떨어지고, 흩날리며 어제와 다른 모습으로 도시는 움직인다.

경쾌한 음악이 흘러도, 웃음섞인 목소리가 거리를 흔들어도 소음의 소용돌이 속에 뭍혀버린다.

 

도시는 지쳐가고 있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아이의 울음소리에 창가로 다가간다.

거울이 산산조각이 나는 소리.비명소리,자동차에서 한 남자가 내린다.

 

사이렌소리가 가까워지자 창문을 닫아버린다.

목격자를 찾고 있다. 사람을 치고 도망가버린 자를 쫒고 있다.

이 거리에 누가 살고 있는가?

사람들의 시선과 시각의 파편들이 정지되었던 그순간으로 되돌아간다.

 

누군가가 죽었다. 사고였다. 고의적으로, 의도적으로 살해당한것이다.

흰색 티셔츠를 입은 소년이 말한다.

'숨을 쉬고 있었어요.'

'제가 신고 했어요. 친구를 만나러 가던중이였어요.'

'친구?'

'18호에 살고 있는..'

'아내가 위독해서 제가 신고 했어요.'

엇갈리는 진술들..

누가 살고 있는지,누가 지나 갔는지, 어제, 누구하고 마주쳤는지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들..

한 할머니가 소리친다.

'저 공장 돌아가는 소리에 머리가 돌겠어! 누가 죽던지 관심 없어! 시끄러! 조용히 살고 싶다고!'

소음은 멈추지 않고 웃음과 울음이 뒤섞여서 거리를 마비 시킨다.

'쳐다보지마! 물러 서있으라고! 저쪽으로!'

시끌벅쩍한 레스토랑에서 한쌍의 남녀가 신나게 몸을 흔들고 있다.

그들을 바라보고 있는 남자의 손이 붕대에 감겨있다.

소년이 외친다.'저남자에요! 분명해요.제 눈으로 똑똑히 봤거든요.'

 

모든 문과 창이 열려져있다.

놀라울것도 없는 일이다. 어제는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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