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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 1
안나 가발다 지음, 허지은 옮김 / 문학세계사 / 2009년 3월
평점 :
주인공인 샤를르는 사회적으로는 성공한 건축가이지만 개인의 삶은 위기에 봉착되어 있다. 세계곳곳을 돌아다니며 열심히 일하고 돌아오면 그에게 싸늘하게 대하는 가족이 있다. 전남편과의 사이에서 낳은 딸을 데리고 들어온 연상의 아내 로랑스는 그에게 더이상 따뜻한 위로와 위안을 주지 않는다. 출장중에 자신의 어린시절 친구의 어머니의 사망소식을 듣는 순간 힘겹게 버티면서 참고 있던 외로움이 쏟아져나와서 비틀거리게 된다. '야누쿠' 친구의 어머니는 그의 철없던 사춘기 소년 시절의 첫사랑이였다. 모든일들을 뒤로 하고 마지막으로 그녀를 보러 달려가는데 그를 기다리고 있었던 사람은 투병생활동안 야누쿠를 돌봐주었던 여장 남자 '유모'가 그에게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려준다. 야누쿠의 아들인 알렉시스는 샤를르에게 둘도 없는 친구로 형제같이 지냈지만 그가 파리로 가버리고 나서 마약에 찌들어서 페인이 되어있었다. 그토록 밝고 명랑하고 음악적 재능이 풍부했던 알렉시스에게 무슨일이 일어 났던 것일까? 도대체 야누쿠 그녀는 왜 죽게 되었을까? 야누쿠를 돌봐주었던 여장남자'유모'는 쓰러지고 나서 깨어난 직후 샤를르에게
'저 살아 있는거죠?'
'네, 살아 있습니다.'
'그럼 우리 살아가는거죠.'
라는 말에 샤를르는 그의 품에 엎드린체 울음을 터트리고 만다.
그의 머리를 쓰다듬는 유모는
' 그렇군요.우리 살아가는거예요.살아 있잖아요. 이렇게 살게 되는거예요.'
병원문을 나서면서 '유모','알렉시스' 그리고 샤를르는 곧바로 시골로 내려가버린다. 시골 농장 허름한 곳에서 살게 되면서 제인버킨처럼 영국식 악센트가 배어나는 불어를 구사하는 여인 케이트와 자주 마주치게 된다. 그녀의 집에는 아이들뿐 아니라 개, 고양이, 닭, 당나귀, 염소 등의 동물들도 가득한데 불만 섞인 표정으로 연신 침을 뱉어내는 '라마'가 그중 가장 압권이다. 혈연으로 뭉쳐지지 않았지만 서로에게 위로가 되어주는 이들은 새롭게 관계를 맺으면서 텅빈 마음 속을 드넓은 평원으로 가득 채우게 된다.
케이트 역시 자신이 낳은 아이들이 아니지만 아이들의 울타리가 되면서 차곡차곡 채워지는 감정들이 매순간 다르다며 샤를르에게
'사람 사는게 전반전-후반전 -결승전-복수전으로 흘러가거든요. 그럼 지금 우리들의 삶은 '위로' 그래요! '위로전'을 치루고 있다고 하죠. 점수에는 포함이 안되죠. 그까지 위로전 재미로 살아가는 거죠. 내기걸거나 지거나 이기는것도 없잖아요? 어때요 우리 재미로 위로전 한판 더하죠.'
케이트에게는 파리지앵들의 쌀쌀맞고 냉소적인 모습과 말투가 없다. 그녀가 말하는 '위로전'은 너와나 '우리 모두'가 함께 자연속에서 어울리며 행복속으로 직접 뛰어들어가는것이였다. 타인에게는 친철해야했지만 정작 자신에게는 친절하지 못했던 현대인들의 고독, 이기주의 그리고 외로움들이 케이트가 따라주는 와인한잔을 마시는 기분으로 작지만 소소하고 그리고 달콤한 위로를 받는 기분으로 읽는 내내 행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