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갑자기 회사로부터 해고 당한 40대 가장 류헤이는 가족들에게 실직 사실을 숨기며 매일 말쑥한 정장을 입고 서류 가방을 들고 집을 나선다.
류헤이는 줄이 길게 늘어선 노숙자들을 위한 무료 급식소에서 끼니를 때우며 직업 소개소를 찾아 다니지만 마땅한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대학에서 적응하지 못한 채 아르바이트 생활을 전전하던 큰아들 다카시는 느닷없이 미군에 지원하고 아버지의 실직 사실을 전혀 알지 못하는 초등학교 6학년생 막내 아들 켄지는 급식비를 빼돌려 피아노 교습을 받고 있다.

"우리 꼴이 말이야, 서서히 가라앉고 있는 배 같단 생각이 든다.
구명보트는 이미 떠나버렸고 물도 입까지 차 올라서 이젠 끝장이다 싶으면서도 여전히 살 길을 찾는 거지.
그렇다고 물 속으로 뛰어들 용기도 없고…"
-영화 <도쿄 소나타> 중에서

쇼핑몰 청소부로 취직한 류헤이는 아내와 시선이 마주치자 마자 허둥지둥 도망치던 중에 쓰레기 더미에 뒹굴고 뺑소니 사고를 당한다.
남편의 실직 사실을 알게 된 아내는 어떻게 해서 든 생계에 보탬이 되기 위해 일자리를 알아 보던 중 강도의 인질이 되고 자살을 시도 하려는 강도를 설득해 바닷가로 차를 몰아 하룻밤의 일탈을 감행한다.
미군에 입대한 형이 중동의 전쟁터를 누비는 동안 막내 켄지는 가출을 시도 하다 무임승차로 붙잡혀서 철장 신세를 진다.
가장 류헤이가 두려워 하는 건 가족들에게 실업자 신세가 된 자신의 모습으로 그는 가정에서 가족들의 기를 눌러 버리는 전형적인 가부장적인 아버지이자 남편이였다.

결혼과 동시에 자신의 모든 재능과 꿈을 져버리고 남편의 삶에 종속되어 가사 노동과 육아에 시달리는 아내는 집안에서 투명 인간 같은 존재가 되었다.
두 아들은 엄마의 노동과 희생을 당연하게 생각하며 쓰러진 모습을 보아도 손을 내밀어 일으켜 세우지 않는다.
마치 누구의 탓이라고도 할 수 없는 현실의 희망과 미래를 잃어버린 이 시대의 모든 청춘의 모습처럼 영화에서 현 시대의 희망이자 미래세대인 큰아들의 존재는 미미하다.

붕괴 일보 직전의 가족은 막내 아들 켄지의 학예 피아노 연주회장에 모습을 드러낸다.
천부적인 음악가의 재능을 타고난 막내 아들 켄지가 연주하는 드뷔시의 '달빛'
연주를 마친 켄지는 부모님과 함께 교실을 빠져나가고 카메라의 시선은 이들 가족이 머물렀던 자리를 비추는 태양빛에 초점을 맞춘다.

켄지의 미래는 드뷔시의 달빛 소나타처럼 영롱하게 빛이 나게 될까?
이라크 전쟁터로 파병 나간 청춘 큰아들의 미래는 어떤 모습이 될까?
일용직 일터를 전전하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미래의 노후는 누가 보장해 줄 것인가?
이 가족의 붕괴는 누구의 책임일까?
영화 도쿄 소나타에서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은 실직 당하거나 현실을 탈피하기 위해 일탈을 감행하며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치고 있다.

영화에서 보여주는 일본 중산층의 현실은 인구 절벽으로 값싼 외국인 노동 인력에게 일자리를 빼앗긴 중산층의 붕괴와 고도 경제 사회의 암울한 상황에 처한 가족의 문제들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현재 대한민국 사회의 모습은 어떤가?
우리 가족의 삶은 전보다 나아졌는가?
제도적 사회 안전장치는 오래전에 사라져 버렸고 인구 절벽으로 밀려 들어오는 이민자들과 값싼 외국인 노동 인력에게 일자리를 빼앗기고 있는 청년 세대의 삶은 누가 책임져 줄 것인가?
'고수익 해외취업'을 미끼로 청년들을 속여 범죄단지로 팔아넘기고 피싱을 강요하는 해외 범죄 조직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 가운데 사회가 무너지고 분열하고 있는 암울한 현실 앞에 국민의 삶을 대변하고 보장 해 줄 것 처럼 떠들어 대는 정치인들의 거짓 선동만 넘쳐 나고 있다.
이런 시대에 대한 책임은 대체 누가 져야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