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에도 서로 맛의 조합을 이루는 단짝들이 있다.
치킨과 맥주
삼겹살과 소주
그리고
도넛과 커피
추운 날씨에 적당히 속이 출출할 때 뜨거운 커피와 도넛은 천상의 조합이다.

딱 한 개만 먹겠다고 주문을 하고 나서 입 속에 넣는 순간 빛의 속도로 사라지고 컵에 남아 있는 커피를 위해 다른 맛 도넛을 찾아 진열대로 향한다.
도넛 매장에 진열대를 보면 기본 도넛과 시즌별 특별 도넛 제품들만 진열되어 있고 전부 상자 속에 들어가 있어서 딱 한 개 더 구입하러 갔다가 박스에 담긴 도넛을 구입하게 된다.
대형 도넛 프랜차이즈에서 판매 되는 도넛들은 공장에서 '반죽-발효-튀기기-글레이즈 입히기' 같이 모두 자동화된 상태에서 만들어지는 도넛들이여서 각 점포마다 맛의 차이가 크지 않지만 매장에서 판매 될 때 진열대 조명에 글레이즈로 코팅이 된 도넛의 표면이 녹게 되면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상태가 유지 되지 않기 때문에 도넛을 상자 속에 넣는다.
단순히 한가운데에 구멍이 뚫린 밀가루 반죽 튀김에 불과한 도넛이지만 도넛을 자주 먹다 보면 글레이즈로 코팅이 되어 있지 않은 도넛과 맛의 차이가 크다는 걸 알게 된다.

일개 도넛일 뿐인데 이토록 품질 관리에 신경을 쓰는 이유는 고온 상태의 기름에 튀겨낸 도넛은 시간이 지날 수록 건조해져서 퍽퍽한 질감이 되어 발효와 수분 상태에 따라 도넛의 맛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잘 만들어진 도넛을 한 입 베어 물면 푹신푹식한 식감을 느낄 수 있는데 도넛 한 가운데 구멍이 뚫린 것과 뚫리지 않은 도넛의 맛의 차이도 크다.
도넛 구멍의 개수를 통해 자연계에 존재하는 물질의 상을 구분할 수 있다는 것을 밝혀낸 물리학자들이 2016년에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물질의 위상적 상전이와 위상학적 상태를 이론적으로 발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16년 노벨 물리학상을 공동 수상한 세 명의 교수 데이비드 사울레스, 덩컨 홀데인, 마이클 코스털리츠는 아주 특이한 상태에서 물질이 일어나는 현상을 수학적 모델을 이용해 설명했다.
대개 물질은 온도가 변하면 고체, 액체, 기체 등으로 상태를 바꾸는데 우리가 아는 3차원의 상태가 아닐 때는 전혀 다른 물질의 상태가 나타난다.
우리가 사는 3차원 공간은 앞뒤, 좌우, 위아래의 3가지 방향으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데 3차원 공간에서 물체가 변형 되지 않는 상태인 위상동형사상 상태에서 다면체에 위상을 보존하는 변형을 가하면 다른 다면체가 될 수 있다.
간단하게 수직선 하나로만 표시되는 1차원에서 서로 직각으로 교차하는 2개의 직선, 서로 직각으로 교차하는 3개의 직선이 존재하는 3차원 공간까지가 우리가 사는 공간이다.
수직선 4개가 서로 직각으로 교차하는 4차원과 공간과 수직선 5개가 서로 교차하는 5차원 공간들은 인간의 능력으로 평면 위에 그릴 수 없고 단지 머릿속으로 상상만 할 수 있을 뿐이다.

동그란 형태를 구부리거나 줄이고 늘이고 자르고, 구멍을 뚫고, 붙이는 동안 밥그릇 같은 모형이 되기도 하고 손잡이가 달린 컵 그리고 마지막 가운데 구멍이 뻥 뚫린 도넛 형태로 완성 할 수 있다.
따라서 구멍이 한 개, 두 개, 세 개 등으로 구멍의 수를 반드시 정수로 나눠 놓으면 4차원 5차원 공간의 구멍의 개수는 물리학과 가상현실과 증강 현실 같은 영상 미디어에 활용되어서 인간이 직접 보고 맛보고 듣지 못하는 감각을 가상 공간에서 간접 체험 할 수 있다.
세 명의 물리학 교수들은 전자를 한 겹의 층에 가둔 2차원 물질에서 어떻게 상전이가 일어 나누는가에 대해 연구해서 전류에 수직 방향으로 자기장을 걸어서 전류와 자기장에 수직한 다른 방향으로 새로운 전류가 흐를 때 생기는 구멍의 개수에서 2차원 물질과 다른 전류가 흐르는 걸 발견했다.
일명 '양자 홀 효과'라 부르는 물리학 이론은 자기장이 특정 자기장보다 강해지면 도넛에 구멍이 뚫리고 구멍의 개수가 많아지면 전기가 잘 흐른다는 것을 위상 수학으로 입증 해서 2016년 노벨 물리학 상을 받았다.

갓 튀겨낸 도넛은 뜨거운 열기에 쉽게 납작해지고 잘 뜯어지지 않지만 한 입 베어 무는 순간 푹신푹신한 식감에 작은 기포 같은 공기가 입 안에서 빠져나간다.
물리학의 이론이나 위상 수학 개념에 대해 알지 못해도 도넛은 단순히 한가운데에 구멍이 뚫린 밀가루 반죽 튀김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따금씩 한 가운데 뻥 뚫린 도넛 구멍이 아무리 채우려고 노력해도 채워지지 않는 공허함 같이 느껴질 때가 있다.
인간의 모든 결핍과 공허함을 담고 있는 도넛, 베어 먹는 순간만이 가장 행복하다.

“막 튀겨낸 도넛은 색깔이며 향기며 바삭한 느낌이며 뭔지 모르게 사람을 격려하는 듯한 선의로 가득 차 있다."
-무라카미 하루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