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가 뒤덮는 날이 언제였는지 기억이 가물 할 정도로 10월 한 낮의 날씨는 적당히 따스한 햇살과 바람이 부는 맑고 쾌청한 날이 많았다.
10월의 태풍이 몰고 온 강한 바람과 거센 빗줄기에 기온이 급강 하더니 패딩을 챙겨 입어야 하는 초 겨울 날씨가 되었다.
한국인이라면 차가운 바람이 불어 오는 날이면 따끈한 국물, 얼큰한 맛, 붉은 맛이 혀 안에 착 감겨서 온 몸을 훈훈하게 만드는 음식이 땡긴다.

매운 떡볶이, 매운 치킨, 매운 갈비찜, 매운 족발, 매운 돈가스, 불 맛 닭 발, 불 맛 치킨까지 먹거리고 즐비한 골목, 골목마다 자리한 매운 향기, 붉은 빛에 홀리듯 빨려 들어가게 만드는 혀 끝에서 올라오는 매운맛을 계절의 순환처럼 찾아 먹는 한국인은 매운 고추를 시뻘건 고추장에 찍어 먹을 정도로 전 세계 어디를 가도 한국인만큼 매운 맛을 사랑하는 민족은 없을 것이다.
한국 음식에 빠지지 않는 고추의 원산지는 남아메리카로 기원전 7000년경 고도가 가장 높은 지역인 메소아메리카 지역(현재 멕시코 남부에서 코스타리카 북서부지역까지)에서 경작하여 재배한 최초의 작물이다.
따라서 한반도에 고추가 재배 되기 훨씬 이전부터 메소 아메리카 지역 원주민들은 태어날 때부터 자연스럽게 고추를 먹기 시작해서 현재까지 이 지역에서 생산되는 고추 품종이 100여 가지가 넘고 어떤 음식에도 고추를 원료로 한 소스를 뿌려 먹는다.
국가마다 매운맛의 강도는 천차만별이여서 1912년 미국의 약사 윌버 스코빌이 세상에서 어떤 고추가 매운지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을 설정하기 위해 매운 맛의 단계를 표시하는 국제 식품 표준 기준인 '스코빌 지수(Scoville heat unit:SHU)'를 만들었다.
국제 식품 표준 기준인 '스코빌 지수(Scoville heat unit:SHU)'가 설정한 매운 맛의 단계는 다음과 같다.
1단계 순한 맛(GHU 30 미만)
2단계 덜 매운 맛(GHU 30∼45 미만)
3단계 보통 매운 맛(GHU 45∼75 미만)
4단계 매운 맛(GHU 75∼100 미만)
5단계 매우 매운맛(GHU 2000이상)
태고적 부터 잘 익어 단맛 나는 과일과 달콤한 벌꿀로 당분을 섭취 했던 인류는 다양한 환경에서 여러 단계의 진화를 거쳐서 다양한 인종으로 퍼져 나가도 단맛을 선호하는 유전자가 깊이 각인 되었다.
이는 영장류에게만 나타나는 특별한 현상인데 유전적으로 약 98% 이상의 높은 유사성을 보이는 침팬지와 인간은 불에 구운 고기를 섭취해서 뇌의 고등 정신 활동을 담당하는 '신피질'을 크게 발달 시키는 작용으로 인간에게만 존재하는 ARHGAP11B 유전자변이가 현생 인류의 뇌 용량을 급격히 키우는 역할을 했다.
뇌 용량의 급격하게 커진 인간은 자연에서 채취한 단맛을 혈액 속에 스며 들어 세포를 키워서 활동성을 급격하게 높이는 에너지를 축적 할 수 있게 되었다.
하루 하루 수렵과 채집으로 살아가야 했던 태고적 인류는 발견하는 즉시 최대한 많이 다량으로 섭취해서 단백질과 당분으로 몸 안의 지방 세포를 키워나갔다.
단맛을 채집하는 것도 힘들었지만 짠맛을 찾아내는 거 역시 쉬운 일이 아니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다양한 방법과 기술로 소금 섭취를 통해 강한 신체 활동을 펼치며 자연계에서 가장 취약한 상태에서 생태계 먹이 사슬의 맨 꼭대기로 올라갈 수 있었다.
태생적으로 매운맛에 적응력이 탁월해서 즐겨 먹는 이들도 있지만 매운 음식은 섭취한 이들을 고통 속으로 몰아넣는다.
매운 음식을 먹으면 입안부터 얼얼해지면서 열이 난다. 땀이 나기도 한다. 눈물도 난다. 숨이 가빠지고 맥박이 빨라지는데도 불구하고 기이하게 매운 걸 먹고 나면 속이 확 풀리는 쾌락을 느낀다.
신경과학 연구에 의하면, 사람들이 매운 음식을 계속해서 먹으면 캡사이신이나 그 유사한 물질이 일으키는 통증을 뇌에 전달하는 P라고 하는 신경전달물질을 고갈시켜서 선천적으로는 매운맛에 익숙하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그 맛을 견디고 참아내다 마침내 매운맛을 즐기는 면역 체계가 형성된다.
무엇이든 채집해서 먹을 수 있는 것과 없는 것들을 다양한 조리를 통해 섭취하는 인간과 달리 포유류 중에서 인간처럼 매운맛을 먹는 포유류는 없지만 조류과인 새들은 예외다.
새는 고추에서 매운맛을 담당하는 캡사이신의 영향을 받지 않아서 고추를 먹고 그 씨를 널리 뿌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나라 안과 밖의 정세가 불안정해서 온갖 일로 열 받고 스트레스 받는 화(火)의 기운이 가득한 시대를 살고 있다.

비가 그친 후 찾아 온 추위에 얼큰한 국물 라면은 한국민에게 전 세대에 걸쳐 새겨진 음식 DNA로 역사적 지리적 그리고 사회적으로 차곡 차곡 쌓인 울분과 울화 그리고 화(火)의 기운을 해소 시킬 수 있는 소울푸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