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간의 다섯 손가락은 각기 다른 명칭으로 불리고 있다.
가장 먼저 첫째 손가락은 엄지로 불리지만 오랜 세월 우리 조상들 중에서 학식이 높은 선비들은 무지(拇指), 벽지(擘指), 대지(大指), 거지(巨指)로 부르며 손가락 중에서 첫 째 손가락에 큰 의미를 두었다.
그 다음으로 둘째 손가락은 검지로 불리지만 대중들 사이에서 널리 쓰이는 말은 집게 손가락으로 이는 음식을 집어 먹는 손가락이라는 의미의 순 한국어다.
조선 시대 양반들은 집게손가락이라 부르면 상스럽다 여기고 음식을 가리키는 손가락의 한자어 의미를 담은 식지(食指), 여러 무리들 중에서 사람을 지목하거나 잘못을 지적 할 때 쓰는 의미의 인지(人指), 상대를 향한 공격적인 기세를 내뿜는다 해서 염지(鹽指), 가장 우두머리인 엄지 손가락 바로 옆에 있는 손가락이라는 의미의 두지(頭指)라고 불렀다.
셋째 손가락은 가운데 위치한다 해서 중지(中指), 손가락 중에서 길다는 의미로 장지(長指)와 장지(將指)라 불렀다.
그 다음으로 넷째 손가락은 손가락 중에서 힘이 가장 없고 약력이 약해서 약손가락이라 불렀는데 동의 보감에 의하면 네 번째 손가락에 이상이 생기면 심장 기관에 무리가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한의사들은 턍약을 달일 때 네번째 손가락으로 살살 저어 혀끝으로 약의 농도를 맛을 보아서 약지(藥指)라 불렀지만 옛 조상들은 딱히 쓸모 없는 손가락이라며 무명지(無名指)로 널리 불렸다.
마지막 다섯 번째 손가락은 손가락들 중에서 가장 작고 끝에 있어서 '새끼', '작을 소(小)', '끝 계(季)'라는 이름을 붙여서 새끼 손가락 (애지), 소지(小指), 계지(季指), 수소지(手小指)라 불렀다.
한국어로 손가락의 명칭들은 순 한국어와 한자어의 의미와 섞어 써서 다양하게 불리고 있는데 비해 영어에서는 비교적 간단한 단어로 지칭한다.
영어에서 'Finger'는 엄지손가락을 제외한 4개의 손가락만을 의미하며, 엄지손가락은 'thumb'이라 부른다.
둘째 손가락은 무엇을 가리키거나 신분을 증명할 때 지문을 찍는 손가락이라는 의미로 'Index Finger' 또는 Second Finger'라 부르고 셋째 손가락은 'Middle Finger' 또는 'Third Finger',넷째 손가락은 'Ling Finger" 또는 'Fourth Finger',새끼 손가락은 'Little Finger' 또는 'Fifth Finger'라고 부른다.
인간의 신체 기능 중에서 모든 기관들이 중요하지만 그중에서 두 손을 형성하고 있는 열 손가락은 인류 역사의 태동과 발전 진화를 이루는데 대단히 큰 역할을 했다.
영장류계에서 인간과 가장 가까운 유인원인 침팬지에게도 열 손가락이 있지만 가장 첫 번째 손가락인 엄지 손가락이 퇴화 했다.
현 인류는 엄지로 스마트폰 메시지 창으로 문자를 전송하고 클릭은 물론이고 노트북 자판에서도 자유자재로 사용하고 있지만 약 330만년 전 최초의 도구를 제작해 사용한 것으로 알려진 오스트랄로피테쿠스는 엄지 손가락이 있어도 제대로 사용하지 못했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의 엄지 기능이 활발하지 않아서 손으로 돌을 쥐고 세세한 작업을 하지 못했고 이는 현재 침팬지가 도구를 사용하는 모습과 굉장히 비슷하다.
이후 약 200만 년 전 기후의 변화로 얼음이 녹고 대륙간의 이동이 시작 되었을 때 나타난 큰 두뇌를 가진 호모 에렉투스계가 먹을 것을 찾아서 아프리카 대륙 밖으로 뻗어 나가서 척박한 환경에서 살아 남기 위해 열 손가락으로 채집과 사냥 그리고 전쟁을 하기 위해 도구를 만들었고 이는 뇌 혈류량을 활발하게 순환 시켜서 두뇌 기능을 발달 시켰다.

침팬지와 오랑우탄 같은 영장류들도 인간의 손가락과 거의 흡사한 형태이고 뼈 마디 마디가 유연하고 손끝 마다 납작한 손톱이 나 있다.
이런 영장류들은 자연 환경에 맞춰 서로 다른 이동방식과 생존전략에 따라 손가락의 쓰임새가 진화 했는데 점프를 잘하고 나무에 잘 매달리는 안경원숭이는 나뭇가지를 붙들기에 편리하도록 손가락 끝에 혹 같은 게 나 있고 기다란 팔로 나뭇가지를 타고 이동하는 긴팔원숭이는 손이 길고 손가락이 튼튼해서 이동을 할 때 손가락을 갈고리처럼 사용한다.
현 인류와 행동과 습성이 가장 흡사한 침팬지는 나무 위 생활과 지상 생활을 병행해서 다른 영장류들에 비해 양 손으로 간단한 도구도 다룰 수 있을 정도로 손가락을 능숙하게 사용한다.
하지만 침팬지는 엄지손가락이 나머지 손가락들과 마주 보게 발달했지만, 길이가 다른 손가락에 비해 짧아 집게손가락 끝에 닿지 못하고 옆에 닿아 버려서 쓸모가 없다.
현생 인류와 마지막까지 공존했던 네안데르탈인의 손은 엄지손가락이 훨씬 길며 집게손가락과 마주 보는 각도로 돌아가 있는데 두발로 장시간 동안 걷고 이동하는 사이에 엄지 손가락 기능이 이전의 인류 조상에 비해 발달 해서 후대 인류에게 까지 영향을 미쳤다.
인류 역사에서 체계적인 문자가 발달 하기 전부터 손가락은 도구를 만드는데 만 사용하지 않고 여러 다양한 방법의 의사소통으로도 사용 되어 왔다.
고대 왕국 시대에서 조약을 체결 할 때 서로의 엄지를 세게 맞대고 확약을 받아 냈고 다른 부족 집단을 정복 하고 나서 얻은 가축이나 짐승을 도축 하기 전에 엄지 손끝으로 세게 찔러서 우리 부족의 식량이라는 표시를 했다.
미 대륙의 인디언들은 몸에 이상이 생겼을 때 엄지 손끝에서 피를 뽑아 냈고 한의학에서도 엄지는 신체 기관의 폐와 장에 연결 되어 있어서 몸에 기를 모아 고르게 순환 시키는데 가장 중요한 손가락이라 진단했다.
우리가 습관적으로 최고를 지칭할 때 엄지손가락을 세우는 것은 로마에서 유래 한 것으로 로마 시대 때 최고 권력자들은 엄지를 치켜 세우거나 아래로 향하는 것 만으로도 승자의 월계관을 씌우거나 즉각 사형을 명 할 수 있었다.
유럽 전역을 지배 했던 로마시대 때 엄지 손가락이 다치거나 이상이 있는 자들에게는 군 면제를 시켜 주었다.
하지만 이를 악용한 이들이 아들들의 군 면제를 시키려고 엄지를 절단 하거나 훼손하는 사례가 빈번 했고 고위직 군인들까지도 암암리에 자식들의 엄지를 불구로 만들어서 나라의 위계 질서가 흔들리기도 했다.
아우구스트 통치 기간 때 원로원은 고의적으로 엄지를 훼손하거나 절단한 자들은 재산을 전부 몰수 하거나 종신 감금형에 처하는 엄벌을 가했다.

21세기 SNS시대에 엄지 기호는 상대방에게 호감과 비호감 또는 공감과 비공감을 의미하는 것으로 통용 되고 있고 이는 전 세계 공용의 기호가 되었다.
민생의 안정과 생계는 뒷전이고 국민의 혈세로 주머니를 채우며 오로지 정쟁만 일삼는 정치판을 향해 엄지 기호로 의견을 표출 한다 해도 서민들의 살림살이는 전혀 나아질 것 같지 않다. 한국이라는 나라를 지탱하게 만드는 국민은 하루 하루 고된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봉급 쟁이들, 언제 해고 될지 모르는 파견직, 하루 아침에 해고 당한 실직자, 성실하게 학교 생활을 하며 착실하게 살아 왔지만 50세가 다 되도록 이루지 못한 꿈을 갖고 있는 이들, 자식을 위해 뼈 빠지게 희생한 부모님은 어느덧 초로의 노인이 되었지만 여전히 부양해야 할 가족이 있는 자식에게 노년 세대 모두 죽도록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발버둥치면서도 가족과 자식을 위해 희생하며 짊어진 책임감을 벗어던지지 않는 사람들이다.
향년 94세로 세상을 떠난 밀란 쿤데라는 생전에 파리 리뷰와의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남겼다.

'인생은 함정이다 우리는 예전부터 알고 있다.
우리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이 세상에 태어나고,
결코 선택하지 않은 몸뚱이에 갇혀 언젠가는 죽을 운명이라는 것을..'
-밀란 쿤데라 (1929-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