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노벨 한림원은 고대와 현대문학, 시와 산문, 학문과 창작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작업으로 세계 문학계에서 독보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캐나다 출신 시인·고전학자인 앤 카슨에게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 했다.
1950년 캐나다 토론토에서 태어난 앤 카슨은 어린 시절 <사포 시 전집>을 읽고 고대문학에 깊이 매료되어 토론토대학에서 고대 그리스어를 전공하면서 깊이 있게 고대 문학을 연구 했다.
1981년 박사학위를 받은 앤 카슨은 캐나다 맥길대, 미국 프린스턴대와 코넬대 등에서 고전문헌학, 역사학, 인류학, 비교문학 등을 연구를 병행 하는 작업을 통해 고대 그리스 서정시를 분석하며 욕망과 결핍의 구조를 탐구하는 독창적인 글쓰기 작업으로 확장 시켜 나갔다.
때로 나는 그리스 문헌을 읽을 때 심지어 안다고 생각하는 단어들도 모두 사전에서 찾아보려고 애쓴다. 그러면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된다. 어떤 단어들은 생각했던 것과는 꽤 다른 뉘앙스를 지녔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때로 그 단어들의 다른 뉘앙스는 그런 줄 몰랐더라면 던지지 않았을 질문들을 던지게 만든다. 최근에 나는 그리스어 단어 소프로쉬네를 질문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 나는 이 자제의 개념을 궁금하게 여기고, 이 개념이 그리스인들이 믿었던 대로 정말 인간의 선량함에 대한 대부분의 의문과 문명의 딜레마에 대한 해답인지를 궁금하게 여긴다. 나는 억압 외에 다른 인간적 질서의 관념, 자제 외에 다른 인간적 덕목의 개념, 내부와 외부의 분리에 기초한 인간적 자아 외에 또다른 인간적 자아는 없을지를 궁금하게 여긴다. 혹은 더 정확히 말하면, 자아 외에 또다른 인간적 본질은 없을지를. -앤 카슨의 「소리의 성별」 중에서
1986년 박사 논문을 바탕으로 발표한 첫 저서 <에로스, 달콤씁쓸한>은 현대인의 욕망과 결핍의 구조를 고대 그리스 서정시와 엇갈리듯 35개의 장으로 구성한 독특한 작품이다.
앤 카슨의 대표작 <빨강의 자서전>은 헤라클레스가 화살로 쏴 죽인 ‘빨강 괴물’ 게리온의 입장에서 그리스 신화를 다시 쓴 작품으로 운문과 산문, 서사와 서정의 경계를 허물며 고전을 현대적 감수성으로 재구성한 시로 쓴 소설이다.
결혼과 배신이라는 경험을 풀어낸 <남편의 아름다움>과 죽은 오빠를 추모하는 감정을 그려 낸 <녹스>라는 작품은 문학이 나아갈 수 있는 방향을 확장 시키며 문학 텍스트의 한계를 뛰어 넘은 지적 실험의 창작물로 평가 받고 있다.
형용사란 무엇인가? 명사는 세상을 이름 짓는다. 동사는 이름을 움직이게 한다. 형용사는 어딘가 다른 곳에서 온다. (…) 형용사는 그저 부가물에 지나지 않는 듯하지만 다시 잘 보라. 이 수입된 작은 메커니즘은 세상의 모든 것들을 특정성 속에서 제자리에 머무르게 한다. 형용사는 존재의 걸쇠다.
-앤 카슨의 <빨강의 자서전>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