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 문학상 수상이 결정되던 날 밤의 기억은 지금까지도 생생합니다.
1994년 10월 13일, 저녁 9시가 조금 넘어서 였지요.
전세 승용차에서 전화를 받은 교도통신 기자가 '아앗!'하고 다소 만화적으로 외치는 바람에 도쿄의 세이조 자택 앞에 모여 있던 저희들은 순간적으로 수상이 결정되었음을 알았습니다. 삼사십 명이 있었던가요?
''일본 현대 작가들이 쌓아 올린 업적 덕분에 살아 있는 내가 수상한 것이다...'
이 말이 제 입에서 떨어지자 마자 손가락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받아 적던 기자들 모습이 제 시야에 들어 왔습니다.
두 다리가 후들 후들 떨렸고 '도대체 내가 여기 왜 서있지?' 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뉴스에 제 얼굴과 목소리로 전부 도배 되고 온갖 신문 잡지 마다 제 얼굴이 표지에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매일 기자들 40명 정도가 저희 집에 찾아 왔고 그리고 몇 달 후 마침내 수상식이 열리는 스웨덴으로 날아갔습니다.
노벨 문학상 수상 소감 연설을 마치고 숙소에 돌아 와서 앞서 인터뷰 예약을 한 기자들과 몇 시간 동안 인터뷰를 마친 후 침대에 누웠습니다.
새벽 동이 트기 전에 눈을 뜬 저는 거울을 보고 이렇게 중얼 거렸습니다.
'드디어 때가 왔다. 세상을 향해 마음껏 목소리를 높이자.'
-오에 겐자부로
오에 겐자부로는 세상을 떠나는 마지막 날까지 일본 사회를 향한 발언과 행동에 거침 없었고 어떤 협박과 권력 앞에서도 굴하지 않았다.
아베가 죽기 몇 달 전 어느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오에 겐자부로의 선한 눈빛과 미소 뒤에 숨은 결의가 섬짓 했다는 말을 했고 정확히 100살을 채운 헨리 키신저는 미소를 띄우며 유창한 영어로 자신에 맹렬하게 질문을 퍼붓던 오에 겐자부로를 어디서든 마주치는 게 껄끄러웠었다고 회고록에서 언급 했을 정도로 인간 오에 겐자부로는 어떤 국가, 어떤 권력 앞에서도 자신의 목소리로 세상의 정의와 평화를 외쳤다.
'내가 쓴 소설이 인쇄되고 있는 이상, 남아 있는 몇 권의 책이 미래에 소수의 사람들에게 재미를 주어 사람들이 열중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요. 그때 나는 유령이 되어 나타나서 '그렇습니다. 나는 재미있는 것을 썼습니다 ! 라고 말해야겠다고 생각하는 때가 있습니다.'
-오에 겐자부로
오에 겐자부로가 남긴 책을 전부 완독 하고 난 후 중국의 대 문호 '루쉰'이 남긴 글을 차례 차례 읽어나갔다.
인류의 멸망은 매우 외롭고도 슬픈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몇몇 사람의 멸망은 결코 외롭거나 슬프지 않다. 생명의 길은 진보 하는 것이다.
항시 무한한 정신이라는 삼각형의 빗면을 따라 올라가니 어떤 것도 그를 방해 할 수 없다.
자연이 인간에게 부여한 부조화는 여전히 많다. 인간 스스로 시들고 타락하고 퇴보한 것도 여전히 많다. 그러나 생명은 결코 이 때문에 돌아보지 않는다. 인간의 절박하고 완벽한 잠재력은 어둠이 몰려와 대세를 막아도 비참함이 사회를 습격해도 죄악이 사람의 도를 더럽히더라도 항상 이런 철가시를 즈려 밟고 앞으로 나아간다. 생명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죽음의 면전에서 웃으며 뛰며, 멸망하는 사람들을 뛰어 넘어 앞으로 나아간다.
무엇이 길인가? 바로 길이 없던 곳을 밟아 길을 만들어 낸 곳이다. 가시덤불만 있던 곳을 개척하여 만들어 낸 곳이다.
이전에도 길이 있었으니 이후에도 영원히 길이 있을 것이다.
그러니 인류는 외로울 리 없다.
왜냐하면 생명이 향상적이고 낙천적이기 때문이다.
-루쉰의 생명의 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