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일본 지바현에 1시간 동안 115mm의 쏟아진 전례 없는 폭우로 10명이 숨지고, 1,500여 채의 주택이 침수 된 지 나흘 뒤 경남 거제에 시간당 124.5mm의 극한 호우가 내렸다.

거제에 하루 동안  내린 비의 양은 654mm로 산을 붕괴 시켰고 아파트를 균열 시킬 만큼의 무시 무시한 양이 쏟아 졌다.

그동안  한반도 지형 특성상  여름 동안 비가 많이 내리고 태풍이 오는 것은 자연의 순리였지만  통상적인 소나기, 장맛비와는 다른 ‘이상기후’ 현상의 규모가 점점 더 커졌고 예측 불가 할 수준을 넘어 섰다.

지구 과학 시간에 배운 바에 의하면  해수면 온도가 증가하면, 비구름의 재료인 수증기가 늘고 한 번 쏟아질 때 강우량도 증가하기 때문에 매년 기록적인 고온으로 인해  공기가 머금을 수 있는 수증기량이 배로 증가 해서 단 시간 만에 1년 치 비가 한 번에 쏟아지고 있는 현상이 빈번해졌다. 

따라서 앞으로 닥쳐올  '극한 기상' 현상은 언제든 더 자주 일어날 수 있고  인류는 지금까지 경험해 보지 못한 수준의  기후 재난 시대를 맞이 하게 된 것이다.

기후 재난 시대를 맞이 하게 된 지금 문득 우리는 누구일까?

 이 세계에서 우리는 어떤 생을 살아야 할까 ?라는  질문을 해본다.

최승자의 첫 시집 『이 시대의 사랑』(1981)을 펼치면 첫 번째로 등장하는 시 <일찍이 나는>의 첫 문장은 

'일찍이 나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라고 시작해서

‘내가 살아 있다는 것,/ 그것은 영원한 루머에 지나지 않는다’

로 끝을 맺는다.

내가 나를 바라 보는 일은 하루 중에 거울을 볼 때와 타인의 비춰진 모습을 통해서 일 것이다.

거울 속에 비친 '나'는  아무것도 아니다.

그저 거울에 반사된 '한 사람'일 뿐이다.

누군가 내 이름을 호명 하거나 지명 할 때야 비로소 타인을 통해 '나'를 인식하게 된다.

그건 마치 녹음 된 자신의 목소리를 들었을 때 이상하게 들리는 것과 같은 느낌일 것이다.

어쩌면 이 광활한 우주 속에서 '나'라는 존재는 일찌감치 아무것도 아닌 존재일지 모른다.

일찍이 나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마른 빵에 핀 곰팡이

벽에다 누고 또 눈 지린 오줌 자국

아직도 구더기에 뒤덮인 천 년 전에 죽은 시체.

아무 부모도 나를 키워주지 않았다

쥐구멍에서 잠들고 벼룩의 간을 내 먹고

아무데서나 하염 없이 죽어가면서

일찍이 나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떨어지는 유성처럼 우리가

잠시 스쳐갈 때 그러므로,

나를 안다고 말하지 말라.

나는 너를 모른다 나는 너를 모른다.

너 당신 그대, 행복

너, 당신, 그대, 사랑

내가 살아 있다는 것,

그것은 영원한 루머에 지나지 않는다.

-최승자 '일찍이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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