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의 광활한 숲 속 깊은 곳에 자리한  골짜기에 몸은 눈사람처럼  하얗지만 추운 겨울은 끔찍할 정도로  싫어하는 무민 가족들이 살고 있다. 

매사에 낙관적이며 평화롭고 소박하게 살아가는 무민 가족


작은 동물이 말했다.

“하아, 너무 무서워. 늪이야. 저쪽으로는 갈 생각도 하지 않을 거야.”

무민의 엄마가 물었다.

“왜 그러니?”

작은 동물은 사방을 둘러보며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음, 저기엔 왕뱀이 사니까요.”

무민이 용감해 보이려고 말했다.

“어휴. 우린 너무 작아서 눈에 띄지도 않을 거야. 우리가 늪을 건널 용기를 내지 못하면 어떻게 햇빛을 찾겠어? 이제 그냥 같이 가자고.” 

-토베 얀손

'북유럽 설화 속 괴물이 원형인 무민'을 창조한 작가 토베 얀손(1914-2001)의 아버지는 유명 조각가로 그녀의 가족들에게 예술이란 먹고 자고 숨 쉬는 것과 같이 지극히 일상적인 것이였다.

정치 풍자 만화가로, 삽화가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던 토베 얀손은  오로지 그림, 회화, 조각만이 고차원적인 예술이라 생각하는 보수적인 집안 분위기 때문에  언젠가는 순수 예술을 하겠다는 꿈을 져버리지 않는다. 

하지만 2차 대전 발발로  남동생이 군 입대를 하자 전쟁에 대한 공포에서 벗어나기 위해  토베 얀손은 숲 속의 평화로운 곳에 살고 있는  '무민 캐릭터'를 창조 한다.

유명 조각가인 아버지는 딸의 엉뚱한 상상력을 반대 하지만 토베는 꿋꿋하게 자신이 창조한 '무민'의 세계를 하나씩 그려 나간다.


예술가들 모임을 통해 알게 된 유부남 언론인 아토스 비르타넨와 사랑에 빠진 토베 얀손은 자신에게 삽화 의뢰를 한 연극 연출가 비비카를 만나는 순간 첫눈에 빠진다.

“네 그림도 좋지만 네가 그린 만화는 특별해”

비비카는 토베의 무민을 세상 밖으로 알리는데 도움을 주지만 그에게 토베는 단 하나 뿐인 사랑이 아니였다.

'재미 있으라고 쓴 거에요. 가르치려고 그린 게 아니에요.'


토베가 그린 무민 가족에게 고난과 위기는 '하나의 모험'일 뿐 어떤 삶의 고난과 위기가 닥쳐도 태평하다. 

그렇다면 토베 얀손의 삶도  무민처럼 평화로웠을까?

'무민의 겨울' 출간 할 당시 토베는 지역 신문에 '무민' 코믹 스트립의 장기 연재로 몸과 마음이 지쳐 있는 상태 였다.

이 시기에는 연인 툴리키와 사랑에 빠져 있었는데 당시 핀란드에서 '동성애'를 금지 하는 법이 존재 하던 시절이였지만 두 사람은 40년 동안 시골 농장에 원목으로 집을 짓고 밭을 갈고 꽃을 심고 동물을 키우며 자신만의 색깔과 목소리로  예술 세계를 펼쳐 나간다.



모든 이가 잠들어 있는 추운 겨울밤에 무민이 홀로 깨어나 눈으로 뒤덮인 숲을 헤매던 중 ‘투티키’를 만난다. 

매우 독립적이고 합리적인 성격의 투티키는 오두막에 혼자 살고 있다. 투티키는 무민이 첫 겨울을 무사히 보낼 수 있게 도와준다 .

'모든 게 아주 불확실하다는 것이 나를 차분하게 만들어. 그런 일도 일어나는 법이지...

모든 일은 직접 겪어 봐야 해. 혼자 헤쳐 나가야 하고.'

무민이 속삭였다.˝눈이야. 엄마한테 들었는데, 이걸 눈이라고 해.˝

벨벳 같은 무민의 살결은 무민도 모르는 사이에 자라나기로 마음먹었다.

그래서 살결은 서서히 겨울에 필요한 털로 변해 갔다. 투티키가 말했다.

 ˝나도 잘은 몰라. 눈은 차디찬데, 눈으로 만든 집 안은 따뜻하지. 하얗지만 불그스름하게 보일 때도 있고, 파랗게 보일 때도 있어. 세상 무엇보다 부드러울 수도 있고, 돌보다 단단할 수도 있어. 뭐라 딱 잘라 설명할 수가 없어.˝

무민이 혼잣말을 했다.

“이제 나는 다 가졌어. 한 해를 온전히 가졌다고. 겨울까지 몽땅 다. 나는 한 해를 모두 겪어 낸 첫 번째 무민이야.

무덥고 습한 7월 어느 아침에 집 밖을 나섰을 때  새하얀 무민과 마주친다면  사각 사각, 포송 포송한  눈을 밟으며 무민을 힘껏 끌어 안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