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깨어 누운 채 창밖의 나무를 보고 싶어 했던 어느 작가는 새로 이사 온 집의 창문의 높이가 너무 높아서 침대에서 누웠을 때 나무가 보이지 않자 쉽사리 잠을 청하지 못한다.
불안감에 사로잡힌 작가는 침대에 누웠을 때 밖을 내다 볼 수 있도록 창문의 높이에 맞추기 위해 목수를 부른다.
작가가 목수에게 저 높은 천장 가까이에 붙어 있는 창문의 높이에 맞게 침대를 수리 해 달라고 요구하자 전쟁 참전 군인 출신이였던 목수는 작가의 방 주변을 둘러 보던 중 여기 저기 흩어져 있는 시가 꽁초를 피워 대며 늦장을 부리기 시작한다.
목수는 침대를 수선해 달라는 작가에게 자신은 한때 교도소에 수감되었던 죄수로 수감 중에 형제를 잃었다며 눈물을 글썽이자 작가는 침대 수선을 잊어 버리고 목수의 이야기를 들어 준다.
예순을 훌쩍 넘은 작가는 자신 처럼 흰 콧수염이 자란 동년배 목수의 굴곡진 인생 이야기를 들어준다.
작가의 집에 다시 방문한 목수는 그가 원하는 높이에 맞게 침대를 고쳐 주지만 노쇠한 허리와 무릎 통증을 앓고 있었던 작가는 천장 가까이에 붙은 창문의 위치와 맞게 높아진 침대 위로 올라가기 위해 의자를 겹쳐 놓고 겨우 기어 올라갔다.
마침내 침대에 누워서 창밖 세상을 볼 수 있게 된 작가는 이리저리 몸을 뒤척이다가 언젠가는 갑작스럽게 침대 위에서 죽음을 맞이 하게 될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작가는 침대에서 보이는 세상을 보는 동안 한 때 뛰어난 외모로 숱한 여자들과 달콤한 사랑을 나눴던 기억을 떠올리며 행복한 감정에 잠시 취해 보지만 아침마다 힘겹게 침대에서 내려가는 자신의 노쇠한 육신이라는 슬픈 현실을 깨달아간다.
침대에서 작가는 꿈이 아닌 꿈을 꾸었다. 조금씩 졸리기 시작했지만 그는 여전히 의식이 있었고 그런 그의 눈앞에 사람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작가는 자신 안에 있던 형용할 수 없는 젊은 뭔가가 자신의 눈앞에서 사람들의 긴 행렬을 몰아대고 있는 것이라고 상상했다.
-셔우드 앤더슨의 <괴상한 사람들에 관한 책> 중에서
침대에서 창밖 세상을 보며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상념과 추억에 젖어 있던 작가는 침대에서 내려와 하얀 백지와 마주하며 자신의 삶에 스쳐 지나갔던 사람들이 품고 있었던 수백 가지의 진실들을 열거하기 시작한다.
순결이라는 진실, 열정이라는 진실, 부와 가난, 절약과 낭비, 부주의함과 방종이라는 진실까지 이렇게 수만 가지의 진실들 모두 아름다워 보였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이 자신이 보고 싶어 하는 것만 보며 그것이 진실이라 믿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최첨단 디지털 신 기술로 가짜가 진짜로 둔감해도 진짜인지 모르는 무시무시한 세상이다.
누구나 쉽게 큰 돈을 들이지 않고도 가짜를 진짜처럼 조작 할 수 있는 시대에 오랜 세월 동안 신뢰와 사실 보도를 유지 했던 언론 마저 가짜와 진짜가 뒤섞여 있다.
진실과 거짓이 모호해지는 탈 진실 시대는 21세기 AI시대에만 존재 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수 세기 전부터 인류의 삶에 진실과 거짓의 경계선이 불투명했었다.
2600여년 전 인도의 부처님은 북 인도에서 교세를 확장하며 대중의 지지를 넓혀 가던 중 진실을 기만한 거짓에 호되게 당했던 적이 있다.
신도들이 부처에게만 공양을 올리자 그의 제자인 브라만과 사문들이 거리에서 걸식을 하고 보시를 받지 못하게 되었다.
그러던 중 어느 날 브라만과 사문은 어느 여신도의 배를 거짓으로 부풀려서 부처의 설법을 듣는 자리에 들여 보낸다.
여인이 부처의 아이를 뱄다는 거짓이 금세 탈로 나자 브라만과 사문은 화를 당할 것이 두려워서 그 여인을 죽이고 시신을 부처가 설법 했던 사원에 묻어버린다.
이 두 제자들은 자신들의 범죄 행각을 지우기 위해 헛소문을 내기 시작하고 그 헛소문은 부처가 어느 여인과 불륜을 저지르고 그걸 감추기 위해 그 여자를 죽였다는 끔찍한 사실로 둔갑해버린다.
사실처럼 떠도는 거짓 소문은 점점 커져서 이웃 마을까지 퍼지고 브라만과 사문에게 살해 지시를 받고 돈을 챙긴 일꾼들이 서로 싸움을 하다가 사원에 시신이 묻혀 있다는 진실을 발설 해 버린다.
거짓으로 이득을 취해서 세력을 확장해서 궁극적으로 민심을 이용하고 사회를 뒤흔드는 검은 손들의 활동으로 인류는 숱한 위기에 빠졌고 그로 인해 돌이킬 수 없는 큰 화를 입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