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운맛에도 종류와 단계가 있다.

매운 맛의 단계를 표시하는 국제 식품 표준 기준인 '스코빌 지수(Scoville heat unit:SHU)'에 의하면

1단계 순한 맛(GHU 30 미만)-2단계 덜 매운 맛(GHU 30∼45 미만)-3단계 보통 매운 맛(GHU 45∼75 미만)-4단계 매운 맛(GHU 75∼100 미만)-5단계 매우 매운맛(GHU 2000이상)으로 단계별 매운맛 지수로 나눠진다.

1912년 미국의 약사 윌버 스코빌이 세상에서 어떤 고추가 매운지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을 설정하기 위해 만든 스코빌 지수를 공포 영화에 적용해 볼 수도 있다.

영화 평점 사이트 로튼토마토의 토마토 공포 지수 95%를 기록한 영화 ‘백룸’의 첫 화면에 제대로 잡히지 않는 촛점이 흔들리며 카메라 기기를 만지는 소리가 부산스럽게 들린다.

친구들과 공포영화를 촬영 중인 순간에서 시작되는 단편 <백룸> 오프닝 장면을 지나면 어떤 공간에 발을 디딤으로써 우연히 백룸이라는 평행 세계에 떨어진다.

어떤 벽을 통과하자  방치된 공간이 나오고  조명도 벽지 색깔도  한없이 으스스해 보인다.

저조도의 형광등 아래 온통 광기 어린 노랑으로 물든 벽과 축축한 카펫. 끝이 보이지 않는 복도, 어두운 통로와 지하 수영장, 용도를 알 수 없는 빈방, 하늘이 막힌 중정을 둘러싸고 실내로 나 있는 빽빽한 창문들…. 

무작위로 분할 된 약 6억 제곱 마일의 빈 방 속을  시간과 공간 개념이 무너진 채로 떠돌게 되는 백룸(backroom)은  텅 빈 공간처럼 보이면서도 ' 들어오면 안되는 곳을 들어온 것 같은’ 불길한 기분에 휩싸이게 만드는 기이한 공간이다.

이렇게 시각적으로 낯선 이 공간에서 서서히 궁금증과 호기심이 증폭 되는 순간  사람의 소리를 흉내 내는 괴이한 생명체가  출몰한다.

2022년 1월, 유튜브 채널 <케인 픽셀즈>에 <백룸>(The Backrooms(Found Footage))이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9분 짜리 단편영화는 케인 픽셀즈를 운영하는 17살 감독 케인 파슨스가 고등학교 방학 기간 동안에 제작해서 단숨에 조회수 몇 만 단위 조회수를 기록했다.

9분 짜리 초 단편 영화 <백룸>은 수많은 온라인 방랑객과 게임 유저들이 살고 있는 가상의 세계 거대한 언캐니 밸리(불쾌한 골짜기) 공간으로 급작스러운 모션 혹은 장면이 전환되는  노클리핑(통과할 수 없는 물체와 공간의 표면을 뚫고 진입하는 게임 속 치트 혹은 버그 현상)같은  게임의 문법에 충실하게 맞춰 정교한 계산으로 촬영된 영화다.

호러 명가'로 불리는 제작사 A24가  ‘더 백룸즈(파운드 푸티지)’라는 장편서사로 확장한 이야기의 시작은  할인가구점을 운영하는 남자 클라크와 그의 심리치료사 메리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클라크 선장의 오스만 제국'이란 싸구려 가구점을 운영하는 클라크는 떠나버린 아내 때문에 자존감 부족, 자기혐오에 시달라더 알코올 중독자가 된다.

클라크는 상담사 메리에게 속마음을 털어 놓는 동안 조금씩 치유되는 듯 했지만 , 자신이 임대해 운영 중인 가구점 지하에 '통과 가능한 벽'이 있음을 알게 된다.

그 벽 안으로 들어가 보니, 그곳은 기형적인 복도를 따라 늘어선  방을 지나면 또 방이 나오는 공간이였다. 이성과 논리로는 설명되지 않는 그 공간을  조사하던 클라크는 상담사 메리에게 이 사실을 알리지만 정체불명의 뭔가에게 쫓기다 결국 실종된다. 

클라크가 사라지자 메리는 클라크를 찾기 위해 그의  매장을 방문하고, 그곳에서 '백룸'의 입구를 발견한다.

미궁 속에서 헤매던 클라크는 미쳐 버리고 그를 찾아 나선 메리는 기이한 그곳 백룸에서 무사히 빠져 나올 수 있을까?

영화 백룸에서는 어떤 끔찍한 살인이나 사건이 일어나지 않는다.

노란 벽지로 이어진 백룸 공간은 벽으로 가려져 있지만 제대로 된 문이 없기에, 뒤편에서 무엇이 튀어나올지 알 수 없고 백룸 뒤엔 또 다른 백룸이 있기에  그 공간을 헤매고 있는  주인공의 시선을 따라 가는 동안 내내   전체 구조를 파악할 수 없기에 뒤에서 무엇이 튀어나올지 알 수 없는 공포심을 느끼게 된다.

인간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공포심을 본능적으로 갖고 있다.

도시 생활은 빠르게 움직이고 그 안에서 발생하는 일상의 공포들은 아주 많다.

 전세사기, 취업 사기, 피싱 사기 같은 사기범죄일 수도 있고 기껏 이사 간 집에서 창을 열자 따스한 햇빛 대신 신축 건물 현수막을 마주하게 되거나, 잠들 시간마다 윗층에서 울려 대는 층간 소음 그리고 늦은 밤 귀가 길에 내 뒤를 밟고 쫓아오는 낯선 사람까지 우리는 살아가는 동안 무수히 많은 공포를 경험하게 된다.

  네*버 전문가 상담 서비스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분야 1위는  운세·사주, 2위는 타로다.

대로변마다 즐비한 간판 중에서 가장 많이 눈에 띄는 건 부동산-미용실 그리고 타로와 역술집으로 전국 서비스업 사업체 중에서 1인 사업체로 가장 많은 숫자를 차지 하고 있는 건 점술업이다.

지난해 발간된 국가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국내 최대 무속인 단체인 대한경신연합회(경천신명회)에 정기 회비를 낸 회원 가입 무당이 30만명,전국에 무속과 점술업에 종사하는 이들은 총 1만 194명에 달한다.

 정식 사업체 등록을 하지 않고 지인들을 상대로  ‘점술 및 유사 서비스업’을 하는 이들까지 합하면 대략 80만명에 달하고 주역과 점술을 전문적으로 가르치는 학원 수강생까지 합하면 전국에 걸쳐 사주와 점을 치는 숫자는 대략 100만명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현재 직업으로 무속과 역술을 선택하고 있는 20대 MZ세대들도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유튜브가 존재 하지 않았던 시절엔 부모나 친척 지인을 따라 점집에 다니거나 호기심에 친구들과 함께 가본 다거나 답답하거나 힘든 일이 생길 때면 용한 집을 알고 있다는 소문을 따라 갔다.

 현 시대 무당과 역술인들이 개설한 유튭 알고리즘을 따라 가다 보면 사주‧역술‧명리학 유명인들과 연예인들의 기가 막힌 사주나 현재 가장 화제가 되고 있는 인물이나 사건에 대한 점술 뿐만 아니라  대권·국운 예언까지 거침없이 영역을 확장 하고 있다.

최근엔 인공지능(AI)을 통해 신년 운세나 타로점을 보며 현실의 답답함을 토로하거나  미래에 어떤 운이 찾아 오는지 무엇을 피해  대비해야 하는지도 물어보게 되었다.

한국인에게 무속과 점술은 역사적 문화적으로 치열한 경쟁과 급변하는 사회적 현실에서 살아 남기 위한 강구책이였고 보이지 않게 믿고 의지 하는 존재였다.

 각종 예능 방송에서 '신'과 연애하고 대화하고 상담하고 수사하고 예측하는 다양한 샤머니즘이 중심인  예능들이 쏟아지고 있는 한국에서 무속과 역술은 일기예보처럼 언제 어디서든 실시간 듣고 볼 수 있다.

운세, 사주는 굿과 부적 같은 액막이를 벗어나 현대인들의 정신과 미래에 대한 불안을 상담하고 해소하는 점술은 마치  매운 음식을 먹으면 일 순간 스트레스가 확 풀리는 느낌을 받는 것과 같다.

하지만 대부분의 역술인들은 과거의 지나간 것과 현재의 상태에 대한 건 대체로 적중률이 높지만 미래에 대한 불안을 지나치게 과장 하거나 자극해서 액땜이나 복을 불러 모으는 부족, 굿판을 벌이는 방향으로 유도 한다.

점술가의 말을 믿고 부적을 사서 몸에 지니고 다니거나 큰 맘 먹고 굿을 해도 현실의 고통이나 미래의 골치덩어리들이 싹 사라지지 않는다.

무당의 말을 믿고.....

역술인이 시키는 대로 하고....나면 

왠지 사기 당한 기분이 드는 경우가 많다.

무엇이든 적당히 재미와 흥미로 점을 보는 건 나쁘지 않지만 한 치 앞길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운세가 꽉 막힌 상황에 막다른 골목, 궁지에 몰린 상황에서 무사히 빠져 나오고 싶다는 간절함에 점술가의 말에 귀가 솔깃해서 거금을 탈탈 털리는 경우가 비일비재 하다.

운세가 막혔을 때나 무언의 스트레스를 받을 때는 무서운 영화나 공포 영화를 보거나 맵고 얼큰한 국물에 면발이 쫄깃한 음식을 한 그릇 먹어 치우면 세상 만사 별거 아니라는 생각에 앞으로 나아갈 힘을 얻게 될 것이다.

불 맛이 스며든 고기 한 점 입 속에 넣고 나면 공포심, 두려움 갖은 건 온데 간데 없이 사라지고 혀 끝에 살살 녹는 맛만 남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