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중공업 중심의 2차 산업에서  1990년 서비스업 중심의 3차 산업으로 전환 하던 영국 사회를 뒤흔드는 젊은 예술가들이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여러 장르를 넘나들면서 작업 했던 1980년대 포스트모더니즘 작가들과 다른 행보를 펼치는 젊은 예술가들에게 평론가들은 YBA(Young British Artist)라는 타이틀을 붙여 주었습니다.

 YBA(Young British Artist)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던 예술가들은  영국 대처 정부의  신자유주의 체제하에서 진행되었던 세계화 정책에 걸 맞는 광고계의 큰 손 찰스 사치의 후원을 받아 1997년 <센세이션> 전을 개최하고 여기에 출품된 작품들은 그 다음 해 크리스티 경매에서 기록적인 가격에 팔리면서  전 세계 미술 시장에 돌풍을 일으키기 시작합니다.


그 돌풍의 중심에 선 예술가 데미언 허스트는 20대 초반 부터 끊임없이 자신의 예술 세계에 부합하는 오브제를 찾아 다녔는데  미생물학을 공부하는 친구를 따라 리즈의 시체 안치소에 들어가  잘린  시체의 머리 옆에서 활짝 웃는 얼굴을 한 자신의 모습을 사진으로 남겨서 예술계에 엄청난 충격을 몰고 다녔습니다.

1991년 첫 개인전에서 죽은 사체와 찍은 사진을 확대해서 작품으로 제작한 데미언 허스트는 초파리들이 일순간에 때 죽음을 맞는 작품을 전시장에 설치 해 놓아 관람객들에게 충격을 안기면서 이런 것이 과연 예술인지에 대한 논란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그 후 그는 죽은 상어를 방부액에 담가 놓은 작품<살아 있는 자의 마음 속에 있는 육체적 불가능성>을 시작으로  갖가지 철학적 사유를 담은 제목을 붙인 동물의 사체를 미술관에 끌어다 놓아서 동물 애호가 단체로 부터 집단 공격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습니다.

금방이라도 관객을 덮칠 듯 생생한 모습으로 보존된 상어는 포름알데히드 용액이 담긴 유리 수조 안에서 부패하지 않는 살덩이를 가진 생명체가 되어 관객들을 향해  이런 질문을 던집니다.

'당신도 나와 같이 영원히 영생 하고 싶은 욕망을 갖고 있는가?

 생의 한복판에서도 죽음을 기억하라는 메멘토 모리(memento mori)의 경고를 담은 바니타스 화풍의 후계자라고 자처한 데미언 허스트는 2007년 <신의 사랑을 위하여>라는 작품을 공개하면서 전 세계 문화 예술계를 뒤흔들었습니다.

영국 자연사 박물관에 보관 되어 있던 18세기 30대 중반에 죽은 남자의 진짜 해골을 백금으로 주조하고 8610개의 다이아몬드로 장식한 이 작품은 영원함과 아름다움의 상징인 다이아몬드를  해골로 둔갑 시켜서 인간의 끝없는 욕망과 삶의 무상함에 대한 철학적 성찰을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작품의 제목<For the Love of God>는 데미언 허스트의 어머니가 아들의 새로운 작품 계획을 들을 때마다  내뱉던 감탄사 " 세상에(For the Love of God), 다음엔 도대체 뭘 하려고 그러니?"라는 말에서 차용한 제목입니다.

독실한 카톨릭 가정에서 성장한 데미언 허스트는  산 채로 가죽이 벗겨졌다고 전해지는  열 두명 사도 중 한 명인 성 바르톨로메오를  벗겨진 피부 가족을 한 팔에 걸치고 양 손에는 해부용 도구인 가위와 메스를 들고 서 있는 성인의 모습으로 조각 해서 인간의 삶을 구원하는  종교의 어두운 이면을 보여 주었습니다.

잘린 소머리 파리 유충, 살충기로 구성된 설치 작품을 삶과 죽음의 순환으로  시각화 하는 작업을 통해 생명의 탄생과 함께 찾아 오는 죽음의 공포, 생존을 향한 본능 그리고 허망한 죽음에 이르는 생의 주기가 얼마나 냉정하고 잔혹한 것인지를 전시장에 펼쳐 보였던 데미언 허스트는 2019년 전 세계를 죽음의 공포로 몰아 넣었던 코로나 팬데믹 기간에 대형 캔버스에 일정한 시기에만 피어올랐다가 이내 흩어지는 벚꽃을 그려 넣었습니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죽음을 두려워 하지만 언젠가 자신이 죽게 된다는 사실을 실감하지 못한 채 살아가듯이 영원히 피어 있지 않기에  짧지만 찬란한 아름다움을 남기는 벚꽃은  데미언 허스트가 평생 추구했던 아름다움, 삶, 그리고 죽음을 주제로 한 작품과 긴밀하게 연결 되어 있습니다.

수천 마리의 실제 나비 날개를 사용하여 중세 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로 재현한 삼면화 <신의 무한한 권능과 영광을 묵상하며> 라는 작품은 멀리서 바라 보면 나비의 죽은 사체로 만든 날개로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가까이 다가서는 순간 이 모든 아름다움의 빛은 수 많은 생명체의 죽음에 의해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생의 한복판에서도 죽음을 기억하라는 메멘토 모리(memento mori)의 경고를 담은 바니타스 회화의 전통을 이어받은 데미언 허스트는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예술은 약과 같다. 사람을 치유 할 수 있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들이 의학은 믿으면서 예술은 믿지 않는다는 사실이 놀랍다. 그것이 무엇인지 스스로 묻지 않은 채 말이다."

-데미언 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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