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라 칼만, 우리가 인생에서 가진 것들
마이라 칼만 지음, 진은영 옮김 / 윌북아트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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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은 무얼 가지고 있나?

집과 가족.

그리고 아이들과 음식.

친구 관계.

일.

세상의 일.

그리고 인간 다워지는 일

기억들.

근심거리들과

슬픔들과

환희.

그리고 사랑.

내 친구(남자)가 말했다.

내 어휘집에서 행복이라는 단어를 삭제하면,

행복해질 거라고. 동의할 수 있을 듯하다.

어머니도 똑같은 말씀을 하셨지만,

그땐 너무 어려서 이해하지 못했다.

때로, 이런 느낌이 들 때가 있다.

특별히 행복하거나 만족스러운.

그럴 땐 수많은 사람을

내가 다 먹여 살릴 수 있을 것만 같다.

온 세상을 품에 안을 수 있을 것만 같고.

하지만 어떨 땐, 작은 방조차 겨우 가로지른다.

나는 두 팔을 축 늘어뜨린다. 얼어버린다.

우리 할머니는 늘 땀에 젖어 계셨고

항상 궁지에 몰린 것 같았다.

아마도 자기가 사랑한 남자와

결혼하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당신은 어떤 것을 가졌다가 기진맥진하고

낙담할 수 있다. 그리고 감정이 차오를 때면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누구든 어떤 날에든 그럴 수 있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으니까.

하지만 그러고 나면 다음 순간이 있다.

그리고 다음 날, 그리고….

당신은 시간을 찾자마자 더 많은 시간을 원할 것이다.

 그리고 그 시간 사이에 더 많은 시간을 충분한 시간이란 결코 없을 것이다

. 그리고 절대 붙들고 있을 수도 없다. 

 너무나 이상하다. 우리는 살아간다. 

그런 다음 우리는 죽는다. 

뭐라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이상하다.

- 마이라 칼만의 <우리가 인생에서 가진 것들> 중에서

두 손을 자유자재로 움직이고 사용 할 수 있는 인간은 매일 무언가 쥐고, 만지고 들고 있다.

그렇다면 오늘 나는 무엇을 손에  쥐고 있을까?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은 눈에 보이는 것보다 더 커다란 무게로 삶을 짓누르며 도저히 앞으로 나아갈 수 없을 때가 많다.

내가 짊어지고 있는 고민과 걱정 덩어리들이 한 손으로 들 수 있는 양배추 크기였다면 매일 몇 장씩 잎을 떼어내서 다양한 방법으로 조리 해서 전부 씹어 삼켜 버릴 수 있다.

양배추를 가지고 있었을 때와 양배추 한 덩어리를 전부 먹어 치우고 났을 때의 마음 상태가 다르듯 

당장 눈으로 볼 수 있는 금전이나 물건도 사용하면 닳아 없어지는 마당에, 하물며 손에 잡히지도 않는 사랑이나 행복을 어떻게 가졌다고 말할 수 있을까...

태어나는 순간 아무 것도 손에 쥐지 않고 태어나는 인간은 성장하는 동안 무엇이든 쥘 수 있을 것만 같아도  흐를 수록 손에 쥘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항상 시간에 쫓기지만 정작 삶의 소중한 시간은 허비하며 살고 있다.

눈에 보이지 않아 손에 잡히지 않는 것들을 놓치는 동안 가까스로 정신을 붙들고 있기도 하고, 꼿꼿하게 버티고 있기도 하며, 어깨 위에 세상의 모든 무게를 짊어지며 살아간다.

그리고 어느 날 문득 생의 무게를 벗어던지기 위해 인생을 행운의 날벼락 같은 숫자에 맡길 때도 있다.

산책 하듯 강변 길을 걸어 가면  꿈의 숫자, 로또 1등  당첨자들을 쏟아내는 행운의 명당 판매점이 있다.

 경제가 나쁠 수록 불티나게 팔리는 건 저가형 상품을 판매하는 상점들과 그리고 로또다.

로또 복권 당첨 확률은 815만분의 1일 정도로 낮은데도 불구하고 로또를 살 때 마다 '혹시 모르지, 당첨될 지도 '라는 꿈에 잔뜩 부풀러 오른다.

이따금씩  이런 느낌이 들 때가 있다.딱히  행복하지 않아도 꽤 만족스러울 때면 내 몸 하나 온전히 버텨 내는 것 만큼 내 손길이 닿을 수 있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것만 같다. 

취업난, 월급난, 물가난에 허리가 휘어지는 나날 속에  커피 한 잔 값으로 로또에 당첨될 수도 있다는 망상을 하며 일주일의 고된 시간을 버티며 어떤 것을 가졌다가 낙담하며 살아가는 것이 인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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