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에 출간 된 유발 하라리에 초대형 베스트셀러 <사피엔스>의 10주년 기념  서문에 이런 글이 실렸다.









-인공 지능의 시대, 새로운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2011년 여름 <사피엔스> 집필을 마무리 하면서 이 이야기로 다시 돌아올 일은 없을 거라고 확신했다. 이 책을 각별히 좋아하는 데다가 성공까지 거둬 감사한 마음이지만, 이 책을 통해 인류에 대한 이야기는 일단 전해졌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휴머니티 2.0'은  여전히 진화해 가고 있고 그래서 다른 이에게 맡겨두는 것이 최선이라 여겼다.

그러던 중 2016년 미국 대선의 여파로 나는 다시 출발점으로 돌아가 상상 속의 질서와 지배적 구조를 창조해내는 인류의 독특한 능력을 재검토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몇 년 동안 우리가 배운 것은 가짜 뉴스가 진짜 뉴스보다 더 큰 힘을 가질 수 있다는 점, FBI가 대통령을 선출 할 수 있다는 점,페이스 북이 선거판의 틀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 억만장자가 경쟁 후보 보다 적은 돈을 써서 대통령이 될 수 있다는 점, 마지막으로 한 국가가 적대적인 두 진영으로 쪼개져 더 이상 서로의 이야기를 들으려 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달리 말해서 이 모든 현상이 말하는 바는 대규모로 상상 속의 질서를 창조해내는 인류의 독특한 능력이 현재 우리에게서 등을 돌리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 우리는 국민국가의 자본주의 시장이라는 상상 속의 질서 덕분에 힘을 가질 수 있었다. 그 덕분에 전례없는 번영과 복지도 이루었다. 하지만 그 상상 속의 질서가 오늘날 우리를 분열시키려 하고 있다. 현재 우리가 마주한 커다란 도전 과제는 세계적인 규모로 새로운 상상 속의 질서를 만들되 국민 국가나 자본주의 시장에 기초하지 않는 것이다. 국민국가나 자유시장 또는 개인의 주권이나 자연의 지배에 기초하지 않은 채로 세계적인 규모로 새로운 상상 속의 질서를 만들 수 있을까?

이것이 바로 이 책에서 내가 전하고 싶었던 이야기 이다.

-2023년, <사피엔스 >10주년 기념 특별 서문 중에서

 과학적 지식으로  인간의 유물과 선사시대의 흔적을 분석하여 인류의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고, 이를 통해 미래를 예측하는 독특한 시각을 펼쳐 보인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를 처음 읽었을 때 인류의 복잡한 역사를  이해하고 식견을 넓히는데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영어판과 한국어판을 모두 읽고 소장한 나는 2023년 4월에 출간된 10주년 출간 기념 서문을 읽고 충격을 받았다.

10 주년 기념판 첫 장에 실린 서문은 유발 하라리가 인공지능(AI) 글쓰기 프로그램 ‘GPT-3’에게 대필을 의뢰했고 ‘GPT-3’는 세계적인 석학 유발 하라리 교수가 출간한  책과 논문, 인터뷰, 기타 기고문등을 모조리  학습 해서 그의 언어 스타일로 교묘하게 편집해서 서문을 완성 했다.

이 서문을 10주년 기념판에 실은  하라리 교수는 자신이 직접 쓴 서문에  “‘GPT-3가 쓴 서문에 어떠한 수정이나 편집도 없었다”고 밝혔다.

이 서문을 ‘GPT-3’가 썼다는 걸 밝히지 않았다면 독자들은 유발 하라리 교수가 썼다고 당연히 믿었을 것이다. 

 이치에 맞게 시의 적절한 내용이 모두 포함된 GPT-3가 쓴 10주년 기념판 서문에는 지난 시절의 이야기와 현 시대의 모습을  고스란히 반영 시키는 논리적인 치밀함과 놀라울 정도로  설득력 있는 어조를 펼쳐 보였다.

유발 하라리 교수가 2011년 사피엔스를 쓸 당시에 인공지능의 수준은 이 정도가 아니였다.

2013년에 출간된 인공지능 작가 AI-제임스가 쓴 소설의 첫 문장은 이렇게 시작한다.

'아침 9시 17분이였고, 집은 무거웠다.'

인공지능 작가 AI-제임스의 소설 '길 1(1 the Road)'은 맞춤법도 정확하고 문장과 문장 사이의 쉼표도 정확한 위치에 찍었고 서툴지만 은유적인 암시와 표현까지 써서 총 2000단어의 조합으로  로드 여행 산문 형식의 글을 완성했다.

최초의 인공지능 소설로 기록된 '길 1(1 the Road)'은 인간이 개입하지 않은 학습된 기계가 무작위적으로 편집하고 짜집기 해서 완성했기 때문에  이 소설을 놓고 문학적 작품성을 논하기 힘들다.

하지만 앞서 유발 하라리가 의뢰해서 완성한 사피엔스 10주년 기념 서문을 쓸 정도의 능력을 키운 인공지능은 현재 쉽게 ‘대화형’으로 요청하면 생성 결과를 곧바로 내놓으면서 인간에게  말동무 혹은 개인 비서가 되고 있다.

그림, 언어, 음악, 영상, 코드 등을 생성하는 인공지능의 학습 속도는 하루가 다르게 빠르게 발전 하면서 가히 AI빅뱅이라 할 정도로  다양한 서비스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생성형 인공지능은 ‘생산성 도구’다. 말하자면 글쓰기 도구  역할을 하는 워드프로세서처럼 인간이 생산성 있는 작업을 할 때 결과물 산출을 도와주는 도구다.

워드프로세서가 글쓰기의 기본을 갖춘 사람에게 도움이 되지만 글을 쓸 줄 모르는 사람에겐 무의미한 존재이듯 생산성 도구는 ‘자신이 하는 작업’의 생산성 증대에 도움이 될 때 의미가 있다.

사실 도구를 잘 쓰려면 도구와 관련된 지식과 기술도 중요하지만 자신이 하는 ‘일’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 도구 인지 빠르게 파악하고 습득해서 사용 할 줄 알아야 한다.

지금 인류는, 일부 과제에서 첨단 기술이 우리가 이해 가능한 수준을 넘어서는 결과를 이미 내놓고 있는 네 번째 시대에 살고 있다. AI가 아직 완전히 통달하지 못한 튜링 테스트의 여러 측면에서도 갈수록 가속화되는 진전이 빠르게 일어나고 있다. 내가 2029년으로 예상한, 튜링 테스트 통과가 일어나는 바로 그 순간에 우리는 다섯 번째 시대에 진입할 것이다. 2030년대에 완성될 한 가지 핵심 능력은 우리 신피질의 위쪽 영역을 클라우드에 연결하는 것으로, 그렇게 되면 우리의 사고가 직접적으로 크게 확장될 것이다. 이제 AI는 경쟁자라기보다는 우리 자신의 확장된 일부가 될 것이다.

-레이 커즈와일의 <마침내 특이점이 시작된다> 중에서

AI빅뱅 시대를 맞이하면서 사회 곳곳에 인간이 했던 일자리가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일상적으로 하는 업무부터 전문 분야까지 생성형 인공지능이 할 수 있는 것은 거의 무한대로 뻗어가고 있다.

생성형 인공지능 시대에 전문가의 위상은 어떻게 될까? 앞으로 전문가가 할 일은 무엇일까?

인간의 고유한 영역이라는 창작 분야에도 생성형 인공지능은 빠르게 학습 진화 하면서 다양한 창작물을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인간의 창작물과 생성형 인공지능의 창작물은 그 과정이 다르다.

지난 과거  시대에 도자기를 굽던 도공들은 단 하나의 완전한 결과물을 완성하기 전까지 수십 개, 수백 개, 수천 개를 깨는 시간 동안 도자기 굽는 기술을 여러 해에 걸쳐 연마하며 온 몸으로 그 기술을 흡수 시켜왔다.

반면  인공지능은 생성 속도가 인간보다   빠르지만 가령 1,000개의 작품을 내놓는다 해도 단 한 번의 평가도 거치지 않는다. 

 인공지능이 과연 창작이라는 걸  하고 있는 걸까?

인공지능은 자기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한 일이 좋은지 나쁜지 아름다운지 평가하지 못한다.

 창작의 진정한 의미는 평가에 있듯이 결국 인공지능이 생성한 결과물에 대해 최종 평가하는  작업은 인간의 몫이다. 

현재 영화와 광고 그리고 인간 고유의 창작 영역이라 생각했던 소설 분야까지 생성형 인공지능 도구를 쓰는  창작자들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단 몇 줄 만으로 인공지능이 이미지나 영상을  생성 할 수 있다 해도 창작 작업의 시작 부터 끝까지 영상 콘텐츠 주제를 선정하고 시간에 맞춰 시퀀스를 나눠서 스크립트를 작성하고 기획해서 프롬프트를 짜서 영상을 생성하는 모든 과정에 참여하는 것도 인간이고 그 결과물이 생성 되었을 때 다양한 각도로 편집을 해서 결과물을 내놓는 것도 인간이다.

 빠른 속도로 학습 능력을 키우며 광범위한 알고리즘 프로그래밍으로 방대하게 학습하는 인공지능이라는  도구를 능숙하게 사용 할 수 있다면 창작의 세계의 문은 누구에게나 열려져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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