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케이크 한 조각이 있다.
원래 크기에서 일부인 한 조각 케이크의 두께는 얇을 수도 있고 두꺼울 수도 있다.
이 한 조각의 케이크를 한페이지 종이에 빼곡하게 채워진 글자 수로 옮긴 다면 한글 기준으로 대략 1900자 정도 채워진다.
한 장의 채워지는 글자 수는 창작 분야에서 장르에 따라 약간씩 차이가 있지만 한 챕터의 분량 내지 특정 사건과 인물의 한 장면의 길이다.
이것을 순간의 움직임을 포착하는 사진 촬영 기법에 적용 한다면 수 십장의 컷이 나온다.
움직임의 본질을 탐구한 포토그래퍼 머이브리지는 사진 한 장으로 움직임을 전달하는데 한계를 느끼고 빠른 셔터스피드로 역동적인 움직임을 세밀하게 포착해서 마치 파도가 밀려 오듯 드라마틱한 장면을 연출했다.
특히 점진적으로 사진의 장 수가 늘어 날 때마다 흐릿함의 농도를 다르게 해서 유연성까지 부여 했다.
그의 이런 혁신적인 기법의 사진들은 20세기 영화의 탄생을 예고 할 정도로 대단히 창의적이였다.
영화 <대부>의 주인공 마이클은 '생사의 위험' 한 가운데에서 자신이 처한 상황을 주도 면밀하게 계산하고 고민하는 순간, 병원에서 아버지의 목숨을 노린 두 번째 암살 시도를 좌절 시킨다.
결국 부패한 경찰 서장 맥클러스키와 대면하고 그 서장의 얼굴을 향해 주먹을 날린다.
가족 회의에서 언제든지 맞서 싸우자며 경찰과 전쟁을 선포하자 있는 듯 없는 듯 자리에 앉아 있던 마이클은 하나의 계획을 제안한다.
마이클은 솔로초와 경찰 서장 맥클러스키와 함께 만나는 자리에서 직접 총으로 둘을 해치우겠다며 장소를 브롱크스의 작은 레스토랑으로 정한다.
영화 화면 밖에서 부두목 클레멘자가 화장실에 총을 숨기고 계획대로 마이클이 화장실을 사용하겠다고 자리에서 일어나서 총을 가져와 즉시 둘을 쏴버리고 총을 버리고 레스토랑을 걸어나간다.
이 장면은 영화 <대부>에서 아주 중요한 장면이지만 원작 소설에는 단 4문장으로만 묘사 되어 있다.
솔로초는 다시 이탈리아어로 말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마이클은 한 단어도 알아들을 수 없었다. 그는 듣고 있지 않았다. 그의 귀에는 온통 그의 심장 소리, 천둥 같은 피의 울음 소리 밖에는 들리지 않았다.
-소설 <대부> 중에서
원작에서 지극히 평면적인 장면을 영화 시나리오로 각색하면서 중심 인물과 갈등과 대립을 겪는 인물들의 행동과 심리에 촛점을 두고 여러 장면으로 나눠서 긴박감을 불어 넣었다.
그렇다면 단 한 인물을 중심으로 장면이 움직이는 작품을 읽어보자.
톰 샌더스는 6월 15일 월요일 아침 회사에 늦으리라곤 털 끝만치도 생각지 않았다. 아침 7시 30분 그는 베인브리지 아일랜드에 있는 집에서 샤워를 하기 시작했다. 10분 이내에 면도를 마치고 옷을 입고 집을 나서야, 7시 50분에 출발하는 페리를 타고 8시 30분 까지 직장에 도착해, 스테파니 캐플란과 함께 미처 논의하지 못한 나머지 사항들을 검토한 후, 콘리-화이트 로펌 변호사들과의 회의에 참석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마이클 클라이튼의 <폭로> 중에서
이 장면을 읽는 독자들은 남자 주인공 톰 샌더스가 빡빡하게 아침 출근 준비를 하는 동안 이 날이 그에게 엄청 중요한 날이여서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대부분의 소설가들은 대체로 한 장면에 관점 하나라는 일반적인 규칙을 고수 한다.
즉, 이는 한 장면에서 둘 혹은 그 이상의 인물들 사이에 '시점 전환'을 하거나 내면의 생각과 관점을 갑작스럽게 이동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작가는 독자들이 한 장면에서 한 인물에 집중해서 그 인물에게 친숙함을 느끼게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21세기 영상의 시대에서 이전의 작가들처럼 집요하게 한 장면에 한 인물만 집중적으로 서술한다면 독자들은 피로감과 지루함을 느끼고 책장을 덮어 버린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시각적이다. 단 몇 분 컷으로 광고를 하고 단 몇 분 분량의 애니메이션이 완성된다.
따라서 단 몇 분 동안의 영상과 이미지의 지배를 받고 있기 때문에 시점의 이동, 다양한 인물들이 한 장면에 쏟아져 나와서 목적과 갈등, 화해의 구조의 이야기 형식이 통하는 세상이다.
사라 바론의 <로봇 드림>의 주요 스토리는 뉴욕 맨해튼에서 홀로 외롭게 살던 ‘강아지’가 어느 날 TV를 보다 홀린 듯 반려 로봇을 주문하고 그와 둘도 없는 단짝이 되어 행복한 나날을 보내던 중 해수욕장에 놀러 간 ‘강아지’와 ‘로봇’은 예기치 못한 상황에 휩쓸려 이별 하게 된다.
즐겁게 놀러 간 해수욕장에서 안타깝게 로봇과 생 이별을 한 강아지는 계절이 바뀌면서 해변에 두고 온 로봇을 향한 그리움이 다른 이에 대한 관심으로 바뀌어 버린다.
강아지에게 수많은 우연이 찾아 오는 동안 차츰 로봇의 빈자리를 대신한 새로운 친구를 찾아 내지만 사계절의 시간이 지난 후 로봇을 발견한 강아지는 선뜻 다가서지 못한다.
극도로 단순한 그림으로 대사 하나 없이 사랑이든 우정이든 오랜 시간 뒤 다시 조우하게 됐을 때 겪게 되는 복잡 미묘한 감정의 변화를 인간도 아닌 강아지와 로봇을 통해 깊이 있게 성찰한 작품이다.
대사 한 마디 없이도 로봇과 강아지의 따스한 우정을 그린 애니메이션 로봇 드림에 깊은 감동을 받은 나는 유튜브 채널에 뉴욕 맨해튼을 배경으로 로봇과 강아지의 우정을 그린 창작 애니메이션을 제작 하고 있다.
애니메이션 영상 스크립트를 쓰는 동안 원작자 사라 바론 처럼 스케치하고 구상 하며 로봇과 강아지의 형체를 완성 하듯 한 장면 씩 정교하게 직접 영어로 프롬프트를 짜고 지난 나의 뉴욕 시절에 겪었던 외로움과 고독을 생생하게 애니메이션에 투영 시키기 위해 한 때 내가 뉴욕에서 살았던 방을 애니메이션 배경 장소로 사용 했다.
나의 첫 창작 애니메이션 로봇 제프와 강아지 스콧 [Waiting for the Invisible Vibration, Robot Jeff & Puppy Scott]
뉴욕시 허드슨 강, 크루즈 한 대가 천천히 지나가고 있다. 텅 빈 방 한 가운데 커다란 창문 앞에 앉은 강아지 스콧은 누구를 기다리고 있을까?
기계 속 진동으로 세상을 읽고 인간의 마음을 느끼는 로봇 제프.
그는 홀로 남겨진 강아지 스콧의 외로움을 느낄 수 있을까?
로봇 제프가 보낸 주파수가 강아지 스콧의 심장에 맞닿는 이 순간, 여러분에게도 그 소리가 들렸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