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눈 풍요의 바다 1
미시마 유키오 지음, 윤상인 외 옮김 / 민음사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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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장 한장 읽다가 탐복하며 끄적이게 만드는 ‘봄눈‘

‘너는 뭐라도 운동을 시작하면 좋을 텐데 말이야. 책을 그다지 많이 읽는 것도 아닌데 책 만권은 읽고 지친듯한 얼굴이네.‘ 혼다는 거침 없이 말했다.기요아키는 말없이 미소 지었다. 그러고 보면 책은 읽지 않는다. 그러나 꿈은 빈번히 꾼다. 밤마다 꾸는 꿈의 엄청난 가짓수란 만권의 책을 능가할정도여서 사실 그는 읽다 지쳐 버린것이다.

앞장서 오솔길을 걷던 사토코는 아직 피어 있는 용담을 재빠르게 발견해 땄다. 기요아키의 눈에는 말라붙기 시작한 들국화 밖에 비치지 않았다. 아무렇지 않게 허리를 굽혀 꽃을 꺾자 사토코의 물빛 기모노 자락이 부풀어 가녀린 몸에 어울리지 않게 허리가 풍만해보였다. 물을 휘저으면 물밑 모래가 일어 오르듯이 자신의 투명하고 고독한 머리가 탁해지는 것을 기요아키는 불쾌 하게 느꼈다.

달은 부박할만큼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그는 사토코가 입고 있던 기모노 그 차가운 비단의 광택을 떠올렸다. 그리고 그 달에서 너무나 가까이서 본 사토코의 크고 아름다운 눈을 여실히 보았다. 바람은 이미 멎은 후였다.마침 달이 깊이 들이 비치는 왼쪽 옆구리 부근은 가슴의 고동을 전하는 살의 은미한 움직임으로 눈이 부실 정도로 하얀 살결이 두드러졌다. 그곳에 눈에 잘띄지 않는 작은 점이 있다. 지극히 작은 점 세걔가 흡사 오리온자리 중앙의 삼형제 별처럼 달에 씻겨 형체를 잃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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