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으로부터,
정세랑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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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미국에 나뉘어 사는 가족이 생전 제사를 거부했던 여성의 10주기에 처음이자 마지막인 제사를 지내기로 한다. 이를 위해 별세 10주기를 맞은 '심시선 여사'가 젊은 시절을 보낸 하와이로 가족 구성원들이 모여들면서  이가족에 대서사극이 시작된다.

심시선은 미술가이자 작가이면서 시대를 앞서간 여성 두번에 결혼을 통해 구성된 남다른 가족 구성원들은 그녀를 위해 '특별한 제사'를 준비한다.


 진행자- 심시선씨, 유일하게 제사 문화에 강경한 반대 발언을 하고 계신데요. 본인 사후에도 그럼 제사를 거부하실 건가요?

심시선 -그럼요, 죽은 사람 위해 상다리 부러지게 차려봤자 뭐하겠습니까? 사라져야 할 관습입니다.
김행래 -바깥 물 좀 드셨다고 그렇게 쉽게 말하는 거 아닙니다. 전통문화를 그리 우습게 여기고 깔보면 안 돼요.
심시선- 형식만 남고 마음이 사라지면 고생일 뿐입니다. 그것도 순전 여자들만. 우리 큰딸에게 나 죽고 절대 제사 지낼 생각일랑 말라고 해놨습니다.
진행자- 아, 따님에게요? 아드님 있으시잖아요.
심시선- 셋째요……? 걔? 걔한테 무슨. 나 죽고 나서 모든 대소사는 큰딸이 알아서 잘할 겁니다.
김행래 -몹쓸 언행은 아주 골라서 다 하시는군요.
심시선 선생 생각이랑 내 생각이랑 어느 쪽이 더 오래갈 생각인지는 나중 사람들이 판단하겠지요.

 

한국전쟁의 비극을 겪고 새로운 삶을 찾아 떠난 심시선과, 20세기의 막바지를 살아낸 시선의 딸 명혜, 명은, 그리고 21세기를 살아가고 있는 손녀 화수와 우윤. 심시선에게서 뻗어나온 여성들의 삶을 통해 인간이 특별할 것 없는 존재로서 다른 존재들과 어우러지는 세상을 꿈꾸는 모습을 보여준다.

가부장제 방식을 따라 제사상을 준비하는 대신 심시선과 연결된 가장 의미 있는 순간 또는 물건을 수집해 한 자리에서 나눈다.

 “남이 잘못한 것 위주로 기억하는 인간이랑 자신이 잘못한 것 위주로 기억하는 인간. 후자 쪽이 훨씬 낫지.'

심시선부터 이어진 여성 삼대의 삶을 시대상과 엮어 펼쳐 보이면서 기존 전통과 가부장제를 거부하는 여성들의 변화된 모습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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