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의 과음으로 심하게 꼬질꼬질한 나의 모습. 아침에 거의 8시가 다 되어서 일어난지라 헤어 스따일도 엉망이고 해서 조신모드로 '하루종일 책이나 읽자' 하는 생각으로 책만 뚫어지게 보고 있었다. 누군가 들어오는 인기척이 있었지만 고개 푹 숙이고 앉아 있는데 내 앞에서 멈추는 듯한 여자의 직감. 옆 직원이 내 손님 같다고 이야기해준다. 고개를 들어보니 어디서 본듯한 얼굴.
아! 같은 써클 다니고, 같은 인문대 학생이었던 남자. 며칠전 써클동기가 나를 애타게 찾는 남학생이 있다고 하더니 바로 그 친구였다. 1학년때 나를 좋아했다나??? 난 아무 기억이 없구만. 나를 좋아했고, 둘이 커피숍에도 간적이 있다고 한다. 뭐야? 나 기억상실증이라도 걸린건가?
어쨌든 기분은 좋다. 흐. 그런데 정신 차리고 보니...난 오늘 넘 꼬질꼬질하단 말이닷..... 더군다나 대학생때는 야리야리하고 갸냘픈 모습이었지만 지금은 10킬로 가까이 찐 몸매에다 머리도 초라모드인데.... 으악....
하지만 그 친구는 내 기분을 살려주고 싶어서 인지. "넌 20년(헉. 10년도 아니고) 가까이 지났는데도 그 모습 그대로네, 직장생활해서 그런지 세련미도 있고..예쁘게 나이 들어간다" 한다. 여자들은 칭찬에 약하지.... 고마우이.
이어지는 질문들 "아이들은? 신랑은 뭐해? 어디살아? 써클친구 누구 만나? 난 너 결혼하는 소식 듣고 한참 있다가 결혼 했는데....(자슥. 좋아한단 말 들은 기억도 없구만...), 반갑다. 자주 만나자." 한다.
"그래 나두 반갑다. 그렇게 좋아했으면 좀 적극적으로 대쉬좀 해볼것이지..." 하는 농담도 했다. 나 아줌마 진짜 맞어 !
괜히 기분이 좋다. 오랜만에 대학시절을 떠올려서 그런가? 아님 날 좋아했다는 남자를 만나서 그런가? (멋진 모습으로 변했네), 아님 나보다 3살 많지만 우리나라의 전형적인 40대 아저씨의 표준인 신랑만 보고 살다가 동기를 만나니 풋풋해서 그런가? 혼자 별 생각을 다한다. 에구 비도 오시는데 김치찌게랑 해물파전 먹으면서 속이나 달래러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