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신부님은 오신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그렇게도 힘들어하시더니 홀연히 떠나셨다. 수도원으로 들어가셨다는. (하긴 신부님도 사람이고 건장한 청년이니 왜 힘들지 않으시겠어)
새로운 보좌신부님은 나이도 어리신듯 하다. 음 많아야 35세 이전. 첫인상은 마른 체형이라 좀 깐깐해 보이셨다. 역시나 매사에 꼼꼼하고 그냥 지나치시는 법이 없다. 주일학교 교사를 해야 되나 말아야 되나 고민할때 신부님은 말씀하셨다. " 왜 힘드세요? 정 힘드시면 안하셔도 됩니다. 억지로 하실 필요는 없으세요. 지금 말씀해 주세요" 그렇게 딱 잘라서 말씀 하시니 감히 못한다는 말씀 드리기도 그렇고 얼떨결에 " 해보겠습니다" 했으니 뭔가 카리스마가 있으신거다. No를 할 수 없게 만드는 강한 힘.
어린이미사 강론때 늘 파워포인트로 하신다. 난 당연히 신부님 강론용 교재로 나와 있는줄 알았다. 한동안 'NO brain 서바이버' 에 나오는 정준하, 문천식을 주인공으로 하여 퀴즈도 내시고, 지난 토요일 어린이미사땐 우리나라 첫 신부님이신 '김대건 안드레아신부님' 일대기를 재미있게 들려주셨다. 우리나라에서 중국으로 산넘고 물건너서 8개월동안 걸어가는 과정을 졸라맨을 사용해서 재미있게 만들어 주셨으니 아이들 눈이 어찌나 초롱초롱한지. 절대 잊어버리지 않을듯 하다.
미사가 끝난뒤 신부님께 여쭤보았다. "신부님 파워포인트는 어떻게 준비하세요?" (속으로는 구입하거나, 누가 도와주시는거죠?하는 생각을 하며) "제가 준비합니다" 하신다. 1주일내내 고민하셔서 이렇게 저렇게 꾸미신단다. 책도 안보고 그냥 이것저것 클릭해서. 대단한 우리 신부님~ . 헛. 그동안 졸은거 죄송합니다. 하도 졸려서 나갔다 들어오곤 했다.
"그럼 저 좀 가르쳐주세요" ~ 결국 이번주 토요일날 신부님께 특강을 받기로 했다. 앗싸~~
난 지금까지 아이들 교안을 미사 시작하기 한시간전에 준비했는데 신부님은 1주일동안 준비하신단다. 부끄럽기도 하고 죄송스럽기도 한다. 신부님~~ 이제부터 저도 수업준비 철저히 할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