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

지난번 부친상을 당한 친구가 와줘서 고맙다고 저녁이나 먹자고 한다.  여선배랑 남선배, 그 친구 포함해서 친구 세명. 이렇게 5명이 모이기로 했다. 퇴근하면서 차에 시동을 켜니 차가 꼼짝을 하지 않는다. 운전석을 보니 전조등이 켜져 있다. 음 방전이군.... 조금 늦게 나왔는지라 직원들도 없고. 그냥 차를 두고 집으로 왔다. 신랑이 7시까지 온다고 하기에 아이들 밥 먹이고 기다리는데 8시는 되어야 도착한단다. 에구... 데려다주면 좋으련만..... 아이들만 두고 집을 나섰다. (저녁에는 이러면 안되는데......)

택시를 잡으려고 하니 갑자기 빗줄기가 세차게 내린다. 무슨 한여름의 소나기 같다. 집에 있었으면 좋으련만..순간적으로 그냥 "안나간다고 할까?" 하다가 친구의 외로움을 달래주고자...무작정 택시를 기다렸다. 한 20분의 시간이 흐른뒤에야 어렵게 택시를 탔다. 

1시간이 흐른 뒤에야 약속장소에 도착하니 여자선배가 보이지 않는다. 나와 같은 생각을 한것. "비도 많이 오고, 11시에 큰애 학교 델러가야 해서 못온다"고 전화를 한거다. 나마저 안왔더라면 썰렁할뻔 했군.  부친상 치른 친구는 나와 참 비슷한 구석이 많다. 오죽하면 "나랑 얘기하면 그애랑 얘기하는 착각이 들고, 그애랑 얘기하면 나랑 얘기하는 착각이 든다나?" 하긴...덩치도 비슷하고, 붙임성 좋은것도 비슷하고, 좀 여우스러운것도 비슷하긴 하다.  그런데 얼마전에 신랑이 암에 걸려 수술을 하고, 이번에는 부친상을 당한거다.  불과 몇개월 차이라 몸이 많이 야위었다.

"큰 일을 두번이나 겪고 보니. 그냥 마음이 초연하게 돼. 남들이 쉽게 내뱉는 말에 상처도 받으면서, 살아오면서 나도 저렇게 남에게 상처가 되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이야기 한적이 있나? 반성도 하고.... 신랑 입원했을때, 부친상 당했을때 와준 분들께 참 감사한 마음이 들더라......솔직히 봉투만 한 친구들에게 서운하기도 하고.... 결혼식이면 그냥 넘어갔을텐데... 애사는 그렇더라.... 오시리라고는 생각도 못한 분들이 와준것도 고맙고........"  그러면서 눈물이 글썽글썽 하다..... "**아,  **씨랑 부모님한테 잘해드려.... 내 앞에 무슨일이 일어날지는 정말 모른다....." 

아무말도 못하고...그저 술잔에 술만 부어주었다. "이런 자리에 이렇게 앉아있는것도 1년은 된것 같다"고..... 술 굉장히 잘 마시는 애가 참느라 고생했다......2차는 겸손 포장마차로 옮겨 소나기 소리를 온몸으로 느끼며, (지붕위로 떨어지는 빗소리가 무슨 폭포같다)  시원한 바람을 느끼며 그렇게 비오는 날의 하루가 지나갔다. 이 시간에 신랑은 내 강의 자료 파워포인트로 만드느라 열심히 작업중이었다........

* 엄마, 아빠, 어머님, 아버님.....자기야.....사랑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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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5-05-18 14: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랑한다는 말 자주 하세요^^

인터라겐 2005-05-18 14: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절대 공감이요... 전 상가집은 남자만 가야하는줄로 알았어요...가족이 아닌한은요.. 그런데 문상온 친구가 밤세워 궂은일 해줬다고 고마워 하는 친구를 보면서 이게 아니구나 하고 반성했지요...전 아직 고모돌아가셨을때빼곤 문상가본적이 없어요.. 저두 어제 밤새 빗소리 듣느라 잠을 못잤어요..시어머니도 시골에 가시고 남편은 회사일때문에 안들어오고...결국 3시 넘어 겨우 겨우 잠을 청했더니만 오늘 상태제로네요... 세실님 남편분 너무 좋으신거 아닌가요? 어제 강의자료 만들어 주신다던 분이 남편이셨네요..ㅎㅎㅎ 멋지세요^^

세실 2005-05-18 15: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두님도 사랑해요....

세실 2005-05-18 15: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직장생활하다보니 문상갈 일이 많네요. 아직도 조문하는것이 쑥스럽지만....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사실... 신랑이랑 친구랑 둘한테 부탁을 해서 만들었는데 결국은 친구꺼로 했어요. 호호호. 일급비밀인데....

클리오 2005-05-18 16: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분위기와 관계없이.... 비오는 날 비떨어지는 소리를 들으며 술먹을 수 있는 겸손, 참 좋았겠군요.. 저도 언제 비오는 날 꼭 한번 가보렵니다..

마태우스 2005-05-18 16: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몰라이트만 켜는 건 삼가해야 합니다. 헤트라이트를 켜던가 아님 아예 켜지 말아야죠 까먹을 수가 있으니깐요
-저도 부친상 겪어 보니까 와준 분들이 어찌나 고맙던지요.그 담부터 사람들에게 잘하지요

물만두 2005-05-18 16: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 말고요. 어떻게 남자가 사랑한다는 말은 없고 죄다 여자냐고요 ㅠ.ㅠ;;;

세실 2005-05-18 17: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참 좋았어요. 여름날 밤에 가면 더 좋을듯 합니다. 바람은 살랑살랑...비라도 내리면 비소리와 함께 하는 소주.....그때 만납시다...

세실 2005-05-18 17: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마태님.그러게 요즘 정신이 없나 봅니다. 아침부터 전조등을 다 켜놓고.....진짜 황당했어요.
- 아 그런일이 있으시군요...전 아직은 네분 모두 건재하셔서리....자만하지 말아야 겠습니다.

세실 2005-05-18 17: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두님..어쩌나...남자가 사랑한다고 하면....사건이죠......

물만두 2005-05-18 17: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뭐가 사건이야요. 경사지... 힝~

세실 2005-05-18 17: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앗 저의 실수~~~~ 경사..에헤라 디야~~~

진주 2005-05-18 2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그 겸손 포장마차에 가셨단 말이죠? 포장마차 이름이 넘 이쁘네요^^

세실 2005-05-18 2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포장마차지만 어찌나 큰지...대형 텔레비전도 있어요~
'손님은 왕이다' 뭐 이런 컨셉으로 지었다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