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억관 옮김 / 민음사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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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덮고나니 따뜻한 결말에 마음속 무언가가 스르르 풀리는 듯한 평온한 느낌이 들었다. 전작「상실의 시대」「1Q84」로 우리에게 익숙한 무라카미 하루키의 신작「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는 선인세가 16억이라는 소문으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지난 봄, 생애 처음으로 일본에 다녀오고나니 비록 가보지 않았지만 이 소설의 주 배경이 된 나고야, 도쿄가 친근하게 여겨졌다.

 

소설의 내용은 주인공 쓰쿠루가 고등학교때부터 친하게 지냈던 친구 넷에게 이유도 모른채 절교를 당하고, 어른이 되어 여자친구의 조언으로 친구들을 찾아 순례를 떠나는 사연이다. 나고야시 교외의 공립고등학교 같은 반 친구인 이름에 색이 들어간 친구 '아카(적), 아오(청), 시로(백), 구로(흑)와 쓰쿠루는 봉사활동, 시험공부도 같이하고 휴일에도 함께 어울리는 단짝 친구들이다. 모두 나고야에 있는 대학에 들어가고 역을 만들고 싶어하던 쓰쿠루는 도쿄에 있는 대학에 들어가게 된다. 방학이 되면 나고야로 돌아와 변함없는 우정을 나누었던 넷은 어느날 쓰쿠루에게 절교를 선언한다.

 

"대학교 2학년 7월부터 다음 해 1월에 걸쳐 다자키 쓰쿠루는 거의 죽음만을 생각하며 살았다. 그사이 스무 살 생일을 맞이했지만 그 기념일은 아무런 의미도 없었다. 그런 나날 속에서 그는 스스로 생명을 끊는 것이 무엇보다 자연스럽고 합리적이라고 생각했다." 쓰쿠루는 다행히 자살은 하지 않았지만 대학생활내내 방황하며 은둔 생활을 했다. 졸업한 뒤 철도회사에 근무하게 되고 여행사에 다니는 사라를 알게 되면서 조금씩 긍정적인 마인드로 바뀌게 된다. 애써 잊고 싶어하던 과거의 상처는 사라의 적극적인 추천으로 친구들을 한명씩 만나면서 깊은 오해를 풀게 되고, 관계맺기를 주저하던 쓰쿠루는 사라와 좋은 관계가 형성된다.

 

핀란드 남자와 결혼한 구로를 찾아 떠난 여행지에서 택시 기사는 "휴가와 친구는 인생에서 가장 멋진 두가지라고들 하죠"라는 명언을 남긴다. 평소 여행은 나를 위한 선물이며, 나이 들수록 친구의 소중함이 새록새록 드는 요즘 잠시 책을 내려놓게 한다. 삶을 끌고 가는 원동력은 여행과 친구이지만 바쁜 삶 속에서 마음만큼 형성되지 않는 탓이다.

 

나와 고등학교때 친했던 친구들 넷은 공교롭게도 같은 대학에 갔다. 한동안 학교에 같이 다니고 밥도 함께 먹으면서 과 친구들보다 이 친구들과 더 자주 어울렸다. 학교를 졸업하고 결혼을 하면서 둘은 자연스럽게 멀어졌고 찾으려고 노력했지만 결국 만나지 못했다. 시간이 더 지나면 만날 수는 있을까?

 

책을 읽는내내 반복된 리스트의 '순례의 해'의 애잔한 음악이 귓가를 맴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자연스럽게 소설에 녹아내는 하루키의 음악적 취향을 공유하는 즐거움도 그의 소설을 읽는 재미다. 이 책을 읽는동안 한 친구가 어른거렸다. 사소한 일로 내 마음이 상해서 그녀의 전화도 심드렁하게 받았고 우리는 서서히 멀어져갔다. 가장 오랜 친구이고 어떤 어려움에서도 좋은 관계를 유지했는데......당장 그 친구에게 연락해서 내 서운한 마음을 위로 받고 다시 좋은 관계로 이어 나가야겠다. 쓰쿠루가 한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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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3-08-06 2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후하게 별점 주셨네요. 전 너무 실망ᆢ그래도 꿋꿋이 다 읽긴 했어요.ㅠ

세실 2013-08-07 08:55   좋아요 0 | URL
그러셨구나. 전 친구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어요.
나름 좋았는데....... ㅎㅎ

다크아이즈 2013-08-07 09: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제나 부지런히 앞서가시는 세실님...
저 헉헉대는 거 보고 계시나요?
아직 못 읽었는데 노력할게요. 근데 읽을 만한 것 맞지요?^^*

세실 2013-08-07 09:26   좋아요 0 | URL
호호호 요즘 한가하거든요^^
규환이 책 읽게 하면서 저도 읽어요.
이 책은 친구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
읽을만한 가치 충분히 있어요. ㅎㅎ

꼼쥐 2013-08-08 14: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을 살까말까 고민중인데(워낙 떠들썩한 책이라서) 세실님의 리뷰를 읽으니 사야겠다는 마음 쪽으로 살짝 기우네요.
리뷰 잘 읽었습니다. ^^

세실 2013-08-10 11:40   좋아요 0 | URL
살짝 아니고 완전히 기우셔도 됩니다^^ 표지도 예쁘고 후회하지 않아요.
감사합니다^^

라일락 2013-08-18 1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이 좋았어요. 추억 속의 한 순간이 떠올랐어요.

하고 싶은 말이 남았는데, 듣고 싶은 말이 있었는데....
그런데, 그렇게 떠나 버렸던 사람에 대한 기억이 있었기에.
제가 많이 소극적인 성격이었거든요.

오래전에 하루키의 소설을 처음 읽을 때는 조금 혼란스럽기도 했는데, 이제는 하루키 스타일을 알기에 작가의 책이 출간되면 습관적으로 읽게 되네요.

세실 2013-08-19 11:27   좋아요 0 | URL
하루키에 대해 마음 맞는 분이 계셨군요^^ 반갑습니다~~~
당시엔 죽고 못 살던 친구도 사소한 오해로 멀어지기도 하더라구요.
인생인가 싶기도 하고....
언젠가는 풀어야겠죠. 친구에 대해 서운했던 마음들을....
저도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읽었기에 더 와 닿았답니다.
하루키 수필은 또 다른 즐거움을 주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