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개츠비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7
F.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김영하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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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번역가이자 소설가인 김영하는 시내의 대형서점에서 두 명의 고등학생이「위대한 개츠비」책을 집어 들고는 ‘졸라 재미없다’고 표현한 비난에 대한 반감으로 저자를 변론하기 위해 번역을 시작했다고 한다. 팟 캐스트에서 김영하의 책 읽어주는 시간을 통해 가끔 접했던 그의 조분 조분 이야기하는 목소리와 책에 대한 해설은 이해를 쉽게 한다.

 

이 소설은 능란하게 짜여진 플롯에 살아 움직이는 캐릭터들이 대결하는 흥미진진한 로맨스다. 문체는 절제돼 있지만 유머도 잃지 않는다‘고 그가 이야기한 것처럼 고전 읽기의 어려움 중 하나인 다양한 등장 인물, 얽혀있는 실타래 같은 난해함이 전혀 없으며 데이지와 개츠비로 압축된 로맨스 소설이고 가볍게 읽을 수 있는 부담 없는 고전문학이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상실의 시대」에서 '개츠비를 세번 이상 읽은 사람만이 나와 친구가 될 수 있겠지'라고도 했다. 얼마 전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주연의 영화로도 만들어져 개봉 하자마자 극장에서 보았는데, 원작의 흐름을 따른 영화에 대한 감동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책으로 먼저 읽고 영화로 보니 화려한 파티, 리드미컬한 찰스턴 댄스, 웅장한 저택을 보는 즐거움은 또 다른 즐거움을 준다.
‘황금 모자를 써라, 그것으로 그녀를 움직일 수 있다면. 그녀를 위해 높이 뛰어라. 그럴 수만 있다면. 그녀가 이렇게 외칠 때까지. 오, 내 사랑, 황금 모자를 쓴, 높이 뛰어오르는 내 사랑이여, 내가 당신을 차지하리라.’ 책의 서문에 적혀 있는 이 글은 1920년대 미국의 경제적 번영과 물질 만능주의가 잘 표현되어 있으며 이 책 전체의 내용을 함축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화자인 닉 캐러웨이는 데이지의 친척 오빠로 개츠비의 옆집에 살면서 그들의 삶에 관여하게 된다. 평생을 데이지만 사랑한 개츠비는 가난과 신분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헤어진 후 5년 동안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을 벌어 굉장한 부자가 된다. 개츠비는 데이지 집의 초록색 불빛이 바라보이는 반대편에 살면서 그녀의 관심을 끌기 위해 매일 밤 화려한 파티를 열고, 데이지도 개츠비의 집에 초대되어 오지만 정작 그녀의 관심을 끄는 건 개츠비의 영국제 셔츠들이다. 셔츠 더미를 보고 감동으로 흐느끼는 데이지를 바라보면서 개츠비도 자신의 사랑은 허상이라는 것을 알게 되나 그 사랑을 끝까지 이어가고 결국 데이지를 대신해 허무한 죽음을 맞이한다. 밤마다 파티를 열어 늘 사람들로 붐볐던 파티장과는 달리 친구 닉과, 아버지, 우체부 등 소수의 사람들만 장례식에 참여 한다. 데이지는 자신의 죄를 대신한 개츠비의 죽음을 알면서도 도망치듯 남편과 먼 여행을 떠난다.

 

‘표적을 빗나간 화살들이 끝내 명중한 자리들’ 이라는 김영하의 한줄 요약은 개츠비와 데이지의 어긋난 사랑의 결말을 이야기 하고 있다. 평생 한 여자와의 사랑에 목숨을 걸었던 개츠비를 순수하다고 해야 할까? 현실과 환상을 구분하지 못하고 결혼한 여자가 자신에게 돌아오리라 믿는 개츠비의 무모함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데이지를 두고 바람을 핀 톰의 도덕성은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 이 책에는 개츠비의 삶을 통해 1차 세계대전의 대 참사가 끝난 후 혼란스러운 미국의 시대상도 함께 투영하고 있다.

 

사람을 잘 이해하고 서로 소통하며 자신의 삶을 반추하는 인문학을 쉽게 접하는 방법은 세계 고전 문학 읽기라고 한다. 「위대한 개츠비」는 개츠비와 데이지가 추구하는 불안한 삶의 목표, 서로 다른 사랑, 소통의 방식, 자기 방식대로 재해석하는 무한한 긍정을 통해 삶의 또 다른 방향을 제시한다.

개츠비가 데이지를 사이에 두고 데이지의 남편인 톰 뷰캐넌과 격돌하던 뉴욕 5번가 플라자 호텔은 지금도 건재하다고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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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3-05-05 1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개츠비가 매일 밤 파티를 연 까닭은 오직 하나, 보고 싶은 데이지가 파티에 참석할 거라는 가능성 때문이라 것.
이것에 공감할 수 있다면 이 작품을 재밌게 읽을 수 있을 듯해요. 아마 짝사랑을 경험한 사람은 이 책에 관심을
가질 수 있겠죠. 그러나 이런 절실한 사랑을 공감하지 못한다면 이 책은 재미없는 작품이 될 수 있겠죠.
중요한 건 공감이죠.

저도 상실의 시대에서 개츠비를 언급한 부분을 읽었고, 그래서 위대한 개츠비를 읽게 되었는데, 그리 흥미롭게
읽지는 못했던 것 같아요. 지금 읽으면 달라질지 모르겠지만...ㅋ
오히려 개츠비에게 '위대한'을 붙인 피츠제럴드에게 찬사를 보내고 싶군요.

그런 피츠제럴드를 생각한다면 이젠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것도 같아요.

세실 2013-05-06 09:05   좋아요 0 | URL
이 책을 처음 읽은건 결혼전! 이번에 다시 읽으니 확실히 다른 느낌입니다. 공감대가 형성된다고 할까?
마치 <안나 카레니나>처럼요. 주위에 개츠비같은 순정남이 있다면 행복할 듯. 스토커 같아서 섬뜩하려나요? ㅎ
요즘 세계문학을 한권씩 읽고 있는데 아 이래서 고전이구나, 가치가 있구나 하는 느낌입니다.
단순한 러브스토리 보다는 당시의 시대상까지 반영하니 읽는 재미가 있습니다.
님도 이 기회에 다시 읽어보시면 좋을듯^^ 목요일만 손꼽아 기다리고 있답니다!

프레이야 2013-05-07 0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영하 번역으로도 읽어보고싶어져요. 퐁당^^ 다음주 목요일이죠?! 학수고대중ㅋ 디 카프리오의 개츠비를 비롯해 인물들이 썩 잘 연출될 거 같아요. 기대가 너무 크면 안 되는건데ㅠ

세실 2013-05-08 14:49   좋아요 0 | URL
호호호 그럼 프레이야님은 달이랑 이 책도 함께 가져갈게요^^ 원서까지~~~
그쵸? 같이 보면 얼마나 좋을까지만 기다리기엔 지쳐서 전 목욜 가려구요.
확 오전에 외출달고 가서 볼까? ㅋ
이번주 고령화 가족도 기대됩니다. 둘 다 내 스타일이야~~~

프레이야 2013-05-09 15:57   좋아요 0 | URL
어므낫, 고마워요, 세실님.
장바구니에서 그럼 빼야겠어요.^^
저도 개츠비 개봉일에 가서 볼 거에요.
말까지 못 기다려요 ㅋㅋ
고령화가족 오늘 개봉이네요.
몸살 어여 나으시길~~~

세실 2013-05-09 16:07   좋아요 0 | URL
호호호 당연히 빼셔야죠~~~~ 그날 가지고 갈게요^^
아웅 오늘 고령화 가족 개봉하는데 선약이 있어서 내일이나 봐야할듯요.
영화 기다리는 것도 맘을 설레이게 합니다.
우리 참 감성적이야~~~ ㅎㅎ
후배가 할머니처럼 기침한다고 구박해요. ㅠ
난 오공주에게만 사랑받는거 같아........ㅋㅋ

다크아이즈 2013-05-07 19: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긴 하지 않고 댓글 썼다가 다 날려 먹었어요.ㅠ
학생들이 위대한 개츠비 읽고 '졸라 재미없다'고 반응하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해요.ㅋ
제목이 주는 기대치가 있는데 아무리 읽어도 위대한 개츠비는 없고 (그들이 보기에) 찌질하기만 한 개츠비만 있는데다
스토리가 임펙트 강한 게 아니고 밋밋하니 그렇게 볼 수 있다고 생각해요.
배경도 알고 개츠비에 대한 애정이 좀 전제된 상태에서 읽어야 제 맛을 느끼게 되는 것 같아요.
초등생, 중학생 논술 교재로 다 활용해봤는데 아그들 표정이 '이게 뭐야' 하는 것 있지요.
자꾸 읽을수록 괜찮은 책이라는... 해서 세실님 가정처럼 영화 안 봤는데도 전 본 듯한 착각이.
진작 개봉날 영화관 가면 두 번 보는 듯한 느낌일 것 같아 두렵사옵니다.

댓글 집에 오자마자 달려고 했는데 친구들이 놀러와 이제 보내고 댓글달기 운동하고 있어요.
오공주 중에 세실님이 요즘 제일 잘나가 ㅋ

세실 2013-05-08 14:59   좋아요 0 | URL
그쵸? 학생들은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어요. 개츠비가 좀 답답하기도 하겠지요.
결혼 적령기부터 좋겠죠? 환상을 품을수도....
나름 위대하잖아요? 한 여인을 위해서 그렇게 평생을 앞만 보고 달려왔으니....한편으로는 데이지가 부럽기만 한걸요. 대신 죽기까지 했으니.....
저두 영화보고 다시 읽을까 생각중입니다. 하루키가 세번 읽어야 친구가 될수 있다고 했으니 세번은 읽어야겠죠? 하루키랑 친구하고 싶으다~~~ ㅋ
이 글 6월 신문 서평에 올릴거라 가설을 적어 놓았고, 수정할 예정이랍니다.
저 못나가요. ㅠㅠㅠㅠ 으앙!!!!!! ㅋㅋ

라로 2013-05-07 2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 보았다는 줄 알앗짆아요!!!ㅎㅎ 한참을 생각했었다우~~~ 처음엔 '가설'이라는 글이 없엇지요???? 응???? 꼭 알고 싶다요~~~~ㅋㅋ
그리고 영화는 담주 개봉이 아니던가요??? 저는 딸아이와 그 영화보기로 약속했어요~~~ 세실님처럼 딸아이도 요즘 고전 읽기에 빠져든듯~~~~~
아리따운 세실님이 보고싶은 요즘이야요~~~~함께 달달한 것도 찾아 먹우러 가고싶공~~~ 아이폰으로 댓글다니까 오타는 이해하삼~~~^^*

세실 2013-05-08 15:04   좋아요 0 | URL
아마도? 요즘 머리가 텅 비어버린 느낌입니다. 저두 기억이 잘 안나요~~~~~~~
호호호~ 6월 신문에 낼 글이라 한번 적어보았답니다.
담주 개봉! 이번주엔 고령화가족 개봉! 나두 보림이랑 보러 갈래요. 신랑이랑 가면 재미 없을꺼 같어...ㅎㅎ
패셔니스타 시아님이 나도 보고 싶어요. 특히 오늘같은날.......내 슬픔(?)을 나누면서 시아님의 기를 받고 싶어요. 난 스마트폰으로 댓글 잘 못달겠던데. ㅎㅎ
시아님 아이폰 댓글 다는 정성은 정말 눈물겨운데.....ㅋㅋ
아이폰 활용도 100점!
오타 오늘 하나도 없었고요, 오타 백개라도 전 다 이해해요. 사랑하는 시아님 글만 보여주면 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