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과 월요일까지 이어진 출장으로 일은 쌓이고 결국 피곤한 몸을 이끌고 오후 5시 즈음 사무실로 출근했다. 컴퓨터를 켜고 전자문서를 들여다 보니 갑자기 짜증이 울컥 치민다.
 '전국학교도서관대회' 행사가 무의미하다고 결론지어지면서 포럼 형태로 바뀌었고, 오늘 행사 안내 공문이 왔는데 학교도서관을 담당하고 있는 시.도교육청 사서가 참석하라는 말은 어디에도 없다.

작년 9월에 직제가 변경되고 교과부에 있던 사서가 타 부서로 가고 장학관 체제로 바뀌면서 학교도서관 및 독서교육 업무는 장학사 위주로 돌아가길 바란다. 현재 각 시도 교육청에는 학교도서관을 담당하고 있는 사서가 한명씩 배치되어 있고, 도서관과 독서교육을 함께 하거나 장학사의 도움을 조금 받는 정도인데...

"모든 회의는 무조건 장학사가 참석해라." 그니의 주장이다( 그럼 사서인 나는 시다바리가?) . 학교도서관이 하드웨어적인 부분은 충족되었지만 소프트웨어의 질은 떨어진다는 말에 충분히 공감한다. 당연히 2003년부터 리모델링 추진하느라 내부적인 문제는 소홀해 질수도 있었지. 사서 체제로 가면 일은 열심히 하는데 예산문제나 관심도가 떨어진다고 한다.  전혀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는다. 오히려 예산을 담당하고 있는 일반직을 상대하기에는 일반직 사서가 더 맞을수도 있다.

이제 학교도서관은 도서관다운 모습을 갖추었고, 금년부터는 인적자원 구성과 프로그램 쪽으로, 독서할 수 있는 분위기 조성에 주력하려고 다들 생각했다. 근데 그니 의도는 "니들이 독서교육에 대해 알아?"하는 분위기다.

독서교육 전문가는 누구 일까? 국어교육학과를 전공한 교사일까? 아님 도서관학 또는 문헌정보학을 전공한 사서일까? 아님 독서교육학 또는 사서교육학과를 전공한 사서교사일까? 모두 다 맞을수도 모두 다 틀릴수도 있는거 아닐까?

적어도 내 경우엔 도서관이, 독서교육이 좋기 때문에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고, 좀 더 창의적으로 열심히 해보려고 노력했다. 20여년 가까이 공공도서관에서 일했지만 학교도서관을 담당하면서 학교도서관의 활성화와 인력충원을 위해 노력 많이 했다. 독서교육에 관심이 많아 낙후된 충북 학교에 독서바람을 일으키고자 초등학생을 위한 북스타트도 도입을 했고, 도청지원의 우리 학교 마을도서관 만들기 예산확보에도 노력을 했다.  

이제 1년이 되고, 서서히 성과가 나타나는데 오늘 한장의 공문은 모든 것을 백지로 만들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한다. 나 공공도서관으로 갈래. 타 시도교육청 사서도 내맘과 같을 것이다.

난 그저 학교도서관 담당자는 사서든 장학사든 직책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누가, 얼마만큼 도서관에 애착을 갖고, 학교도서관을, 학교 독서교육을 활성화하고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외치고 싶다. 이 연사 힘차게 외칩니다. (중학교때 웅변대회에 나가서 목이 쉬도록 외쳤던 생각이 나네) 절대 밥그릇 싸움을 하는 곳이 아니다. 

여우꼬리) 데모가 한창이던 80년대에 학교를 다니면서 전혀 미동도 하지 않던 내가 이리 용감할 줄이야...그건 나의 자존심이고, 사서의 자존심이고, 도서관을 사랑하는 마음뿐. 

- 일부 과격한(?), 정치적인(?) 내용은 삭제했음...아 난 역시 소심한 공무원이야. 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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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10-01-12 0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산에서 간 그 장학사 누굴까요? 혹시 아는사람???
부산교육청은 독서교육지원시스템인지 뭔지 만들어서 활용하는데 교육청이 거기에 자부심을 진짜 많이 가지고 있거든요. 근데 그 실상을 보면 웃기지도 않죠. 거의 학교에 강제적으로 아이들 가입하게 하고 그 시스템 활용해서 수행평가하게 하고.... 아이들이 책을 읽는 방법이 될수는 있지만 내실있는 독서교육보다는 그야말로 성과주의의 표본이라 할 수 있어요.
직책이 중요한게 아니라 정말 도서관과 학교독서교육에 애착을 가진 사람이 필요하다는 세실님 말씀에 절대 공감이에요. 아 제발 학교에 인턴교사 말고 정식 상담교사랑 사서교사 좀 보내줬으면 좋겠어요. ㅠ.ㅠ

세실 2010-01-12 22:12   좋아요 0 | URL
아시겠죠. 그 독서교육지원시스템 만든 분이라고 하던걸요. 맞습니다. 지금 그걸 전국으로 확대하려고 준비중이라죠.
그러면 평가에 반영하겠고, 우린 또 학생들 가입하게 하고....에휴. 뭐 하는건지 모르겠습니다. 그저 자율적인 독서가 가장 좋은데 말입니다.
맞아요. 힘 있는 자리에 있을때 사서교사수를 좀 팍팍 늘려주지 애매한 사서만 가지고 이리 쩨쩨하게 구니 원.

같은하늘 2010-01-12 0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가 도대체 누구일지 저도 궁금해요.
두드려 보세요. 열릴때까지...

세실 2010-01-12 22:13   좋아요 0 | URL
주위에서 모두 참으라고 합니다.
저만 다친다고. ㅠㅠ
포럼을 가고 싶지 않은데 저보고 가라고 말씀하시니 흑 난감하기만 합니다.

순오기 2010-01-12 0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탁상행정의 폐해는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돌아갈 것이고...
전문가의 식견보다는 한자리 차지한 이들의 말이 먹히는 세상이라, 세실님의 웅변에 박수를 보내며 응원합니다. 부딪혀야 문이 열리든 길이 보이든 하겠지요. 아자아자~

세실 2010-01-12 22:14   좋아요 0 | URL
그런데 주위에서 말리니 주춤하고 있습니다.
이 상황에서 포럼을 참석해야 말아야 하나 고민도 해야하구.
가서 당당히 말을 해볼까 생각도 하게 됩니다. 에구..
그나저나 우리 교육청에서는 제가 대표로 참석하게 생겼으니 원.

2010-01-12 05: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1-12 22: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1-13 00: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세실 2010-01-13 21:34   좋아요 0 | URL
아 그렇군요. 좀 더 목소리들을 내면 좋으련만....
본인은 모를수도 있으니 일깨워주는것도 필요할듯 합니다. 방법이 문제겠지요..
일단 포럼에 참가해서 진지하게 이야기를 해보렵니다.

조선인 2010-01-12 08: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문사서교사가 정말 필요해요. 애학교 도서관 공사중인데, 내려온 지침이 무조건 전자도서관 가입해서 1권 이상 보고 독후감을 쓰라는 거에요. 물론 전자도서관 활성화도 중요하지만, 이번 기회에 지역 도서관 방문을 해보라고 시킨다든지, 집에 있는 책을 1권씩 가져와 친구들과 돌려보기를 시킨다든지, 다양한 방법중에서 선택시켜야지, 전자도서관 이용실적에 목매는 게 썩 좋아보이지 않더군요. 그게 다 누구 발상이겠어요. 에그 에그.

세실 2010-01-12 22:16   좋아요 0 | URL
맞습니다. 그걸 평가에 반영한다고 난리를 쳤으니..그러다 흐지부지 평가항목에서 빠졌답니다. 대체 뭘 하자는건지 원...
그냥 사서교사 배치 해주고 자율적으로 열심히 하라고 하면 잘 할텐데 왜그리 전시행정에 목숨거는지. 우울합니다.

2010-01-12 09: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1-12 22: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희망찬샘 2010-01-17 07: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학교에 정말 필요한 것은 부산의 자부심, 독서지원시스템이 아니라 사서교사예요. 전문사서가 안 되면 계약직 사서라도!!! 그것도 아 된다 하시니! 돈의 씀씀이가 제대로 흘러가지 않는 것 같아 저 또한 심히 괴롭습니다.

세실 2010-01-18 10:43   좋아요 0 | URL
호호호 부산의 자부심인가보네요. 그래서 서울까지 입성하신거고....
장점이 더 많아서 단점이 묻혀진걸까요?
맞습니다. 계약직 사서 채용이 더 시급하지요.
전 사서교사 아니라도 무조건 1학교 1명은 배치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연수는 각 교육청에서 체계적으로 하면 되는거고..
근데 계약직 채용에 대해서는 많이 부정적입니다.
계약직도 무기계약직화 하면 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