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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
공지영 지음 / 오픈하우스 / 2008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그녀의 글에는 삶의 다양성이 묻어난다. 때로는 고단한 삶이 느껴지고, 강한 모성애도 보여주며, 때로는 마치 소녀같은 감수성이, 어디에도 구속당하지 않으려는 자유분방함이 보여진다. 그녀는 늘 장미향 같은 강한 끌림으로 나를 유혹한다. 새 책이 나오면 조급하게 읽어야만 하는 습관은 시간이 갈수록 더해진다.
책 날개에서 소개하였듯이 "공지영 작품의 특징 중 하나는 무거운 것은 가볍게, 가벼운 것은 가볍지 않게 전달하는 힘"이라는 표현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이 책도 그런 류의 가볍지 않은 에세이라는 생각으로 부담없이 읽었다. 그러나 이 책은 사랑하는 딸 '위녕'에게 쓴 편지 형식이기는 하지만 단순한 에세이가 아닌 딸에게 다양한 책을 소개하고, 내용을 인용하면서 책을 통한 자아찾기 혹은 상처받은 마음을 치료하는 독서치료로서의 가치가 충분히 있는 책이다. 부제라도 "책으로 상처받은 마음(영혼이라고 할까 하다가 진부하기에 마음으로 고쳤다) 치료하기, 책을 통한 청소년의 자아 찾기 또는 딸에게 권하는 행복한 책읽기" 가 적혀 있었다면 보다 많은 사람이 도움받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시인 지망생이었지만 시는 천재들의 영역이라는 생각에 노력하면 될듯한 소설가의 길을 택했노라는 공지영. 작가라서 그렇겠지만 참 많은 책을 읽었다. 중간 중간 읽고 싶어 적어놓은 책만 해도 스무권이 넘는다. 맨 처음 소개한 인디언 소년과 산골 할아버지의 우정을 그렸다는 청소년에게 권하는 책 1순위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은 제목은 헤아릴 수없이 들었지만 정작 끝까지 읽지 못했다. 작가가 좋아했던 릴케의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중에서 "고독이 자라나는 것은 소년이 성장하듯 고통스러우며, 봄이 시작되듯이 슬프기 때문입니다. 반드시 있어야 할 것은, 이것 하나뿐입니다. 고독, 크고도 내적인 고독뿐입니다." 는 요즘 스러져가는 벚꽃과 봄의 한가운데를 보면서 느끼는 내 맘을 들킨 기분이다.
천상에서 가장 작고 보잘 것 없는 존재인 미나멜이 절망하다가 신이 "나는 네가 너로서 존재하고 나의 고유한 미니멜이기를 원한다. 태초부터 내가 사랑한 것은 남과 다른 너였기 때문이다..... 만일 네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나는 더할 수 없이 슬플 것이다. 영원히 눈물이 그치지 않을것이다"라고 말했다는 <천사 미니멜>이야기는 자신을 하찮게 여기는 청소년들의 자아존중감을 키워주는 아름다운 책이다. 바닷가에 그림같은 집을 짓고 살고 싶다는 로망을 갖게 했다는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 성폭력으로 상처받은 여성들을 치료하는 신부님이 쓴 <너 자신을 아프게 하지 마라> 에서 "네 자신을 아프게 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네 자신뿐이다" 라는 말도 와 닿는다. 그 외에도 <그리운 메이 아줌마>, 마더 데레사 수녀님의 이야기 <소박한 기적>에 대한 소개, 탈무드에서 읽었다는 "풀잎마다 천사가 있어 날마다 속삭인다. 자라라, 자라라"도 참 좋다.
가장 눈길이 머물렀던 책은 그동안 다양한 곳에서 소개되었고 나의 관심도와도 맞는 타샤 튜터의 책들이다. 지난번 친구에게 전화로 마흔이 되고 나니 넓은 마당이 있는 단독주택에 눈길이 가며 팬지, 데이지, 수선화, 장미꽃등을 가꾸며 살고 싶다는 생각을 말했었다. 올해 91세라는 타샤의 아름다운 정원 가꾸기, 그림그리기, 글쓰기는 아 나의 꿈이다. 이 책 읽은뒤 요즘 밑줄 그으며 열심히 읽고 있는 책은 <타샤의 정원>이다.
엄마가 읽고 감동받았던 책의 내용 혹은 좋은 구절을 소개하면서 딸의 아픔과 상처를 어루만져 준다면 이보다 더 아름다운 모녀 사이가 있을까? 딸에게 바라는 것, 꼭 이루었으면 하는 것을 책을 통해서 간접적으로 표현한다면 갈등과 대립은 존재하지 않겠지. 제목처럼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하고 딸에게 하루에 한번씩 힘을 실어 준다면 얼마나 든든할까? 책 읽으면서 밑줄긋기, 귀퉁이 접기가 오랜 습관인데 이 책은 그런 면에서 상처 투성이다. 아름다운 상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