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아침 식사 준비를 하다 그만 큰 소리로 울어버렸다. 엉 엉 엉......
전날 밤새 뒤척이다 잠도 자는둥 마는둥.

보림이는 "엄마, 아빠랑 싸웠어요? 어디 아프세요?' 하면서 걱정을 한다.
'아니 그냥 마음이 아파서.....'

사람이 좋으면 마음껏 표현하는 지라 (그러면서도 좋아했던 남자한테는 표현도 못하는 바보)
그 동안 도서관 식구들 좋은 내색을 여기저기 하고 다녔다.

그렇게 1년여의 시간이 흐르고, 사무실에서, 카풀하면서 하루종일 붙어다니던 직원 2명이 발령이 났다. 3년 만기. 다행히 둘은 같은 곳으로 가게 되고, 모든 것이 정리되어진 곳으로 가기에 덜 서운하겠지만  남아있는 난 마음이 착찹하다.

무엇보다 산재해 있는 일들이 참으로 많기에..... 
새로 오는 관장님은 첫날부터 4박5일의 중국여행을 가시고, 후배는 3개월의 출산휴가에 들어갔고, 당장 독서교실도 해야하고, 무엇보다 아동자료실 증축으로 심난하다.
공사의 소음과 관리 감독, 안전문제, 증축후의 집기 구입, 책 정리......등등.

대부분이 내 책임하에 이루어져야 하고, 둘이 하던 일을 당분간이지만 혼자 다 해야 한다. 아 벼랑끝에 선 기분. (넘 비하인가?) 가장 걱정되는건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혼자 운전하고 다녀야 한다는 것. 현재보다 3배나 증가될 기름값도 걱정이다 (50만원 이상 되겠지....흑)

괜히 하느님도 원망해 보고, 일부러 교리공부도 빼먹고.....한 이틀밤 잠이 오지않아 뒤척이고 났더니 1킬로 감량되었다. (기뻐해야 하는 건가?) 

우울증은 이렇게 찾아 오나 보다. 만사가 귀찮고, 의욕도 없어지고, 자포자기 하는 심정도 생기고, 오늘 송별식 하면 엉엉 울어버릴것 같다. 가는 사람들 선물도 준비했어야 하는데 아무 생각이 없다.
(아무 이유 없어 피스. 평화가 웬말?)

이럴땐 평소에 한 긍정하던 성격도 소용없나 보다. 그저 머리속이 텅 빈 느낌. 어머니한테 하소연하면서 괜히 '아버님의 힘'(아직도 힘이 남아 있으실까도 의문)을 빌려 슬쩍 떠날 생각을 한 내 자신이 부끄럽기도 하다.

여우꼬리) 이번 인사를 보니 그동안 참 편하게 생활했구나 하는 반성도 해본다. 내가 청주에 있었던 12년 동안 한번도 청주에 발을 디뎌보지 못한 사서들에게 미안한 마음도 든다. 그런 마음이라면 3년 꾹 눌러 있어야 하는데.... 눈 오는 겨울이 무서워. ㅠ (하긴 친정에서 자면 되겠지. 그럼 애들은 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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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6-27 09: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세실 2007-06-28 00:44   좋아요 0 | URL
아직도 고민이 해결되지 않으셨나요?
우울증 남의 이야기로만 생각했는데 의기소침해 지니 한없이 내려갑니다.
힘을 내야 겠죠....
우리 살 빠진 걸로 위로 삼고 다시 힘찬 날개짓 해 보아요~~ 아참 고양이는 날개가 없지?

무스탕 2007-06-27 1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친했던 동료들이랑 헤어져야 하는건 정말 섭섭한 일이에요..
당분간 세실님이 기운없는 와중에 바쁘게 생활하셔야 할 상황이네요.
그렇지만 분명 새로 온 직원도 좋은 분들이고 세실님도 곧 기운 차리실거에요.
기운 내셔서 전근가시는 분들 잘 보내드리고 새로 오시는 분들 반겨주세요. 아자~~!! ^^*

세실 2007-06-28 00:46   좋아요 0 | URL
전근 가는 사람들에게 괜히 심통이 나서 '절대 가지 마, 나 빼고 가면 알아서 해' 하는 협박도 했었답니다. 에구 부담 팍팍 안겨주죠?
저녁에 다른 선배님과 저녁 먹으면서 발령난 사람에게 줄 선물도 사면서 맘 비웠습니다.
다행히 산후휴가 대체할 일용직도 구해서 한결 가벼워 졌습니다. 헤헤~~

홍수맘 2007-06-27 1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요, 갑자기 일이 산더미처럼 느껴질때가 있더라구요.
그럴땐 '하느님은 그 사람이 감당해낼 만큼만 시련을 주신다'는 말을 떠올려봐요.
그래도 님이 사랑하고 좋아하는 일이잖아요.힘내세요. 홧팅!!!

세실 2007-06-28 00:48   좋아요 0 | URL
저두 그 말을 가슴에 새기고 살았는데 막상 닥치고 보니 하느님도 원망했습니다. 이만큼 열심히 하는데 왜 저를 점점 내치시느냐고....
그래도 할 만 하니까 고난을 주시는 거겠죠? 덕분에 이런 저런 다양한 업무 맡게 되었습니다. 숙달된 조교가 되는 거겠죠? 힘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hnine 2007-06-27 1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실님, 읽으면서 저도 모르게 한숨이 포옥~ 하고 나왔습니다. 어쩌신대요...혼자서 끙끙 앓지 마시고 이렇게 주위 사람들에게 알리세요, 이렇게 힘든 상황이라고. 가족들도 눈에 보이게 안보이게 세실님을 배려해주시려 할 것입니다.
직원 2분 발령 나셨으면 그 자리에 새로운 분 들어오시지 않을까요?
아무튼 기운내세요. 세실님 답게 !!

세실 2007-06-28 00:50   좋아요 0 | URL
새로 오시는 관장님은 금왕 사택에서 사시고, 후배는 이미 산후휴가중에 발령이 난거고...악재가 겹쳤죠? 혼자 왕복 2시간 거리를 통근해야 하는 것이 상당히 힘들겠지만 그저 맘 편히 다니려고 노력중입니다. 아자 아자!!! 잠시후엔 제자리로 돌아올께요~

소나무집 2007-06-27 1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세실님 마음 이해합니다. 많이 힘드시죠?
이사 와서 넉 달이 다 되는데도 친한 친구들, 이웃들 생각에 우울해질 때가 있거든요.
나 혼자만 뚝 떨어진 느낌. 그런 땐 남편도 아이들도 귀찮기만 해요.
하지만 님은 잘하실 거예요.
힘내세요?

세실 2007-06-28 00:52   좋아요 0 | URL
선배와 동기랑 함께 편한 마음으로 즐겁게 일 하다가, 퇴직을 3년 남겨두신 분과 후배의 등장이 낯설고 걱정됩니다. 그동안 넘 맘 편히 일해서 더 적응이 되지 않는건가 하는 생각도 하면서...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노력중입니다. 다행히 일용직도 구했고, 남아있는 직원들이 열심히 도와준다고 합니다.
시간이 흐르고 나면 적응하겠지 하고 위안을 가져 봅니다.
님도 많이 힘드셨죠? 이젠 조금씩 적응해 가실듯.....

2007-06-27 12: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세실 2007-06-28 00:54   좋아요 0 | URL
맞아요. 편한 선배와 동기로 인해 타성에 젖은 저를 꺼내려 한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넘 편안함만 추구하면 직장생활하기 힘들겠죠? 처음보다 많이 좋아졌습니다. 아직도 잠 자는 일이 부담스럽고, 몇번씩 깨긴 하지만 피곤하지 않은걸 보니 그런대로 잠도 자나 봅니다.
님도 이젠 여유가 생기셨을듯^*^

클리오 2007-06-27 1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더 좋은 분들이 오시리라 기대해봅니다. 어쩐지 힘겨워보이는 세실님의 마음이 글에 뚝, 묻어나는군요.. 그래도 좋았던 사람들이 같은 직장엔 안다니지만 어디가는건 아니잖아요. 또, 다시 옮기면 다시 만날 사람들이잖아요. 비가 오니 좀더 우울한가봐요. 아아~ 겸손에서 세실님을 위로해야 되는데 말로만 하는 이. 신. 세.. 흑흑...

세실 2007-06-28 00:56   좋아요 0 | URL
다요트 한다는 핑계로 술을 멀리하다 보니 더 우울한 느낌이 들었나 봅니다. 오뎅탕이 생각나는 밤이네요~~ 님과의 만남이 아련한 추억으로 떠오릅니다. 우리 참 잘 통했는데.....
많이 힘들지만 뭐 시간이 흐르면 좋아지겠죠? 감사합니다!

violet 2007-06-27 1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많이 서운할거라는 건 예상했었지만 엉엉 소리를 내서 울 정도로 힘들었구나... 토닥토닥...
그래도 작년에 그 곳으로 발령났을 때 보단 덜 막막할거야. 아마 몇 달후엔 새 식구 자랑에 여념이 없을지도^^ 그렇게 되길 진짜 두 손 모아 기도한다... 혼자하는 운전 특히 조심하구. 주말에 만나 못다한 이야기 나누고~~~

세실 2007-06-28 00:58   좋아요 0 | URL
잠시라도 얼굴 봐서 좋았어~~ 그 동네 가끔 가는데 왜 오늘 같은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얼굴만 봐도 이렇게 좋은 것을......
우린 참 갈수록 편안한 친구가 되어 가는 느낌이 든다. 나의 모든 것, 너의 모든 것을 함께 나눌 수 있어서 더 든든해. 사랑해 친구야!

춤추는인생. 2007-06-27 19: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리내서 우셨다니. 세실님이 많이 찹찹하셨나봐요..
늘 새로운건 시작이라는 설레임보다 부담을 더 안겨주나봐요.아름다운 세실님
힘내셔요.^^

세실 2007-06-28 01:00   좋아요 0 | URL
아이들에게 큰 산이 되어 주어야 하는데 가끔 제가 어린애가 된듯한 느낌이 듭니다. 뭐 엄마도 힘들때가 있는 거겠죠?
님의 위로에 힘이 납니다~~~고마워요~~

전호인 2007-06-28 1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플때는 뼈속까지 아프게 하십시오, 그래야 일어날 때 그 부스러기들까지 모두 털어 냄으로써 개운하게 다시 시작할 수 있을 테니까요. 님이 우울증에 빠진 이유가 하나 더 있습니다. 이별이 중추적 역할을 한 거니까, 그 하나는 아마도 (들이대듯이)살과의 헤어짐이 그리운 것 아닙니까?(염장성 글로 다이어트를 게을리 할 수 없도록 질러야쥐이~~~~) 헤어짐이 아프다는 핑계로 살과의 이별을 게을리 한다면 혼내줄꼬얌!ㅋㅋ
빠쌰 ^*^

세실 2007-06-28 12:31   좋아요 0 | URL
실상은 이별을 아파한다기 보다는 혼자 남은 두려움이 더 크답니다. 산재해 있는 일의 압박감이 힘들게 하네요. 하나 하나 풀어가다보면 결국엔 해결책이 보이겠지만요..아직도 일을 두려워 한다는게 조금 부끄럽기도 합니다. 쳇. 다요트...이번 맘고생으로 1킬로 더 빠졌는걸요. 이러다 넘 날씬해져서 알아보지 못하는건 아닐런지...쿄쿄쿄

뽀송이 2007-06-28 19: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 토닥토닥~~^^
정든 분들과의 이별을 슬퍼하는 님의 모습이 사랑스럽습니다.
그리고 당분간 혼자 떠 안을 일들에 대한 불평도 귀엽습니다.
님^^ 한 긍정 하시는 성격!! 다시 발휘하세욧!!! 홧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