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른하고 달콤한 금요일 오후.
4월 도서관주간 행사로 '미당문학관과 선운사 관람' 을 테마로 한 문학기행을 계획하고 열심히 컴퓨터를 바라 보고 있는데 반가운 손님이 찾아왔다. 중앙도서관 주부독서회원인 K.
나와는 동갑이고, 연극배우로 활동중이며, 세아이의 엄마이고, 연극수업도 다니는 멋진 K. 3년을 함께 하면서 소중한 인연이 되었다. 이곳으로 발령나서 올때 그 큰 눈망울에 서운함이 가득했고, 아쉬움에 쥐어준 멋진 부채는 아이들 피아노 위에 소중하게 보관해 두었다.
그녀를 생각할때면 내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고, 가끔 술 한잔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친구다. 그녀가 출연하는 연극은 가급적 보려고 노력했고 덕분에 연극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다.
오늘 가까운 곳에 연극수업을 나오게 되면서 잠시 들른 것. 극단에서 온 문자메시지를 보며 생각했었는데 "짠~"하고 나타난 것이다. 친구랑 보러 오라며 티켓도 준다. 일부러라도 가려고 했는데.....
K가 가고 난 빈자리를 지켜보며 아쉬움으로 창밖을 바라본다. 이젠 새로운 사람과의 만남보다는 내 주위의 소중한 사람들과 멀어지지 않도록 노력해야 겠다는 작은 결심도 해본다.
전화도 없이 갑작스럽게 와서 커피 한잔 말고는 아무것도 줄것이 없다. 연극보러 갈때 맛난 빵 사다주어야 겠다. "반가웠어. 친구야!"
여우꼬리) 연극제목은 울타리꽃. 도종환시인이 대본을 쓰셨단다......

울타리꽃 / 도종환시인.
아들아, 나 죽어 이 집의 울타리가 되리라.
칼 뽑아 네 어미 아름다움 버혀가려던
눈먼 무리 앞에 무릎 꿇 순 결코 없어
황망한 칼빛 아래 내가 죽거든
아들아, 억새풀 엉겅퀴 새 돌 눌러 날 묻지 말고
우리집 마당 가운데 나직하게 묻어다오.
혹 떨어져나간 내 뼈 있거든
밤마다 숫돌에 갈고 갈아 화살촉 만들고
흩어져 날리는 머리칼 있거들랑
빠짐없이 추려 모아 화살줄 매어다오.
앞 못 보는 너희 아빌 핍박하러 오는 무리
날만 새면 사립문 앞에 눈 치뜨고 모이리니
내 어이 죽어선들 한적한 산그늘이나 떠돌며 다니리
아들아, 이 어민 속 붉은 꽃으로 꼭 다시 피어난다.
나 죽어도 내 집의 울타리꽃으로 피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