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퇴근길에 친구에게서 문자를 받았다. '방금 시아버지 돌아가셨다....' 며칠전 '사서연찬회'에도 함께 다녀온 친구. 시부모님이 친구네랑 가까운 곳에 사심에도 늘 결정적인 순간에는 아주버님네를 챙겨주고, 형님도 한 여우 하는지라 그 갈등으로 시댁 출입을 하지 않는다는 친구 이지만 그래도 시아버님 병원에 모신 후에는 가끔 찾아갔단다. 결혼초에는 나도 시댁에 가서 맛난 곰국도 얻어먹고 했었는데....
문자 보면서 친구가 살고 있는 제천까지는 청주에서 2시간여가 걸리기에 잠깐 고민했었다. '시댁이랑 사이도 좋지 않은데 안가도 되지 않을까?' 하고. 하지만 문자를 보냈다는 것은 오기를 바랬다는 것이고 다른 친구랑 통화하면서 가기로 마음 먹었다.
술마시고 걷다가 다리를 접 질러서(?) 인대가 늘어나 반 기부스를 하고 누워 있는 신랑(혹시 술 마시고 온 날 침대로 올라왔는데 살짝 밀어서 바닥으로 떨어지다가 그렇게 된것은 아닐까 하는 죄책감도 살짝 있다)이랑 아이들을 두고 가기도 그렇고 해서 보림, 규환이도 함께 가자고 했지만 강한 거부를 한다.
결국 서울, 수원에서 출발하는 친구와 제천역에서 합류하기로 하고 혼자서 가야 하기에 차가 아닌 기차를 타고 출발했다. 혼자인 기차여행은 아마도 처음일듯. 약간은 설레이는 마음을 안고 가방에 책도 한권 넣어가지고 갔는데 입석이란다. 겨우 좌석 끝에 있는 턱에 앉아서 갔다.
친구는 다행히 많이 슬퍼하지는 않는다. 시댁과 감정의 골이 깊어서인지 담담하단다. 난 시댁부모님이나 친정부모님이나 똑같이 슬플꺼 같은데......
대학때 매일 붙어 다니던 친구들을 1년에 한, 두번 밖에 만나지 못하는지라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이 반가워 아이들도 잊은채 시간가는 줄 모르고 담소를 나누었다. 즉석에서 내년 가을에는 아이들 떼놓고 제주도 여행가자고 손가락 걸면서 맹세도 하고.
기차시간의 간격이 넓어 나름대로 계산하면서 버스탔는데 청주 진입하면서 막혔고, 차를 청주역에다 놓고 출발한지라 결국 기차 도착할 시간에 역에 도착했다. 아 버스비도 더 비싸고, 택시비도 장난아니네...
그렇게 황금같은 토요일이 끝이 났다. 흑. 아이들에게 미안하다. 현관문을 열자마자 달려오는 아이들을 보며 '내일은 우리 영화보러 가자'고 하면서 아쉬운 마음을 달랬다. 신랑 기부스는 한달 정도는 해야 한다고 하니 그동안 여행도 가지 못한다. 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