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주말에 친구 아들의 돌잔치에 갔더랬다. (아직 나는 결혼도 안했건만, 능력도 좋은것...^^) 예전에 아기를 봤을땐 순하디 순한 순둥이더만, 돌잔치에서 봤을땐 많이 크기도 컸지만, 기분이 안좋은지 땡깡을 많이 부리더군.. 그래도 이쁘만 했던 아기.. 그 행복한 세사람을 보면서 부럽단 생각도 들고, 참 대단하단 생각도 들었다. 부럽다는건 나는 언제 결혼해서 아기나서 돌잔치 하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지금의 내 나이가 딱 결혼을 많이 하는 나이인지라 그리 늦지도 않았지만, 문제는 나는 언제 결혼을 할지 모른다는거다. 우리나라에서 결혼이라는 제도 속에서 행복하게 사는 사람들이 무척 대단하다고 요즘 나는 느끼기 때문이다.
나도 얼마전까진 빨리 결혼해서 알콩달콩하게 살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다.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랑 평생 같이 있을수 있다는게 좋을거란 막연한 생각을 가지고.. 근데, 점점 자신이 없어지고 있다. 그냥 혼자 사는게 맘편할지도 모른다는 생각과 함께.. 우리나라에선 결혼이라는건 여자와 남자의 입장에서 다르다. 남자의 입장에서는 그냥 말만 '장가간다'고, 그냥 자신의 집에서 가족의 일원으로 남는다는 의미이고, 여자에게는 말 그대로 '시집간다'다. 한마디로 자신의 가족을 떠나서 다른 가족의 일원이 된다는 의미다. 그래서 명절때도, 제사때도 얼굴 한번 못봤어도 시집을 갔다는 이유 하나로 다른조상을 기리기 위해 열심히 일을 해야한다. 그리고, 본인의 집에서 제사를 지낼때 집에 갈수 있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 수가 많지 않은걸로 알고 있다. 세상이 많이 변했다고 하지만 아직도 시댁중심의 그런 상황은 많이 바뀌지 않은것이다.
대학교 친구중에 현재 연애만 7년 넘게 하는 친구가 있다. 더되었을지도 모르겠다. 그 친구가 대학교 1학년말쯤에 동아리 오빠를 사귀었는데, 지금은 졸업해서 사회생활 한지가 그래도 꽤 지났으니 엄청 오래된거다. 그런데, 아직도 결혼 이야기가 나오면 얼버무리고 마는 친구.. 하는말이 그냥 결혼이라는것이 좋아하는 사람끼리만의 문제였음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고 한다. 처음엔 그게 무슨말인지 몰랐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그게 무슨말인지.. 어떤 맘인지 느낄수 있을것 같다. 그친구의 남자친구 되는 오빠는 위로 누나들이 있고, 아래론 남동생이 있는 그런 가정이다. 한마디로, 장남이나 마찬가지인거다. 거기다 시누이될 사람들도 많고, 집 형편이 그렇게 부유한 편이 아니니, 오빠가 돈을 벌어서 그집에 얼만큼 보탬이 되어야 한다는 문제도 있겠고, 누나들이란 사람들도 챙겨야 한다는 소리도 될테고, 남동생 뒷바라지란것도 있다는 소리다. 이것이 무슨 문제가 되냐고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보통 사람들이 결혼할때 시댁의 가족을 따지는 경우가 많다. 요즘은 형제가 그리 많지 않아서 장남에게 결혼하는게 흔하디 흔한일이기도 하지만, 그래도 장남인지,누나 혹은 여동생이 있는지, 결혼을 하고 부모를 모셔야 하는지 등등.. 그러나 남자들이 여자의 가족을 따지는 경우는 드물다. 그저 부모님은 다 계신지 정도면 끝이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남자들의 가족이 많으면 여자들이 그만큼 고생하고 신경을 써야 하고, 남자는 그렇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결혼을 해서 여자가 시댁의 저 많은 식구들에게 다 신경을 잘 못쓰면 그 며느리는 천하의 불효막심한 며느리, 못되먹은 며느리가 되지만, 남자가 다소 신경을 못쓰게 되면 바쁘니까.. 그럴수도 있지라고 치부해 버리는것이 비일비재하다. 요즘은 시대가 많이 바뀌었다고는 하나 아직도 고부간의 갈등은 심하고, 시집을 가서 '시'자란 소리만 들어도 머리가 아프다는 소리는 계속해서 들려오고 있다.
나는 아직 결혼도 안하고, 한다면 아직도 많은 시간이 있어야 하겠지만,또 내가 모르는 부분이 더 많겠지만 혼자 생각해본다. 그렇게 많은일을 생각해야 하느니 그냥 혼자 사는게 낫지 않을까 싶다. 나 혼자서 내일을 해결하기도 벅찬 세상인데, 내가 과연 그 많은일을 잘 해낼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또한, 대중매체를 볼때 여자가 결혼을 하고 시댁에 무슨일이 생겼을때 조금이라도 머뭇거리면 너는 한가족이 되어서 그렇게 밖에 못하냐는 소리를 듣고, 일이 잘못되었을 경우는 사람이 잘못들어왔다는둥, 혹은 저집안의 가정이 이상하다는 둥의 소리를 듣는걸 보면 여자에게 있어서 결혼이란 그냥 희생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내가 드라마를 많이 본걸까? ㅡㅡ;) 그냥 우리도 미국처럼 남자도 그집에서 독립하고, 여자도 그 집에서 독립하는 형태의 결혼은 불가능한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