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도 모르는 사람들과 함께 올려다보는 오로라. 붙지도 떨어지지도않고, 이것저것 서로에 대해 묻지도 않고, 뭔지 모르게 친숙해진 우리. 오래 사귀면 서로의 나쁜 면도 보일지 모르지만, 저마다 일주일만 제법 느낌 괜찮은 우리‘가 되길 노력하며, 적당히 돕고 적당히 협력하는 여행을하는 어른들, 패키지 투어는 패키지 투어 나름대로 수확도 있구나, 생각했다.
- P25

별이 아름다운 맑은 밤이었다. 휘파람이라도 불고 싶은 밤이었지만, 에스키모 사람들의 전설에 따르면 오로라를 향해 휘파람을 불면 오로라가낚아채간다고 한다.
- P3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항아리 속에 들어앉아 몰라도 좋은 세상은 안 보아도 좋았는데, 어느하루 써늘한 기운에 고개를 들었을 때, 지붕처럼 덮여 있던 뚜껑은 간곳 없고, 서리 비낀 찬 하늘만 텅 빈 우주에 홀로 걸린 것이 보이니.
그 하늘이 이제 뚜껑 없는 항아리 속으로 내려앉아 효원이 짓눌리는것 같다. 가슴을 누르는 것은, 빈 하늘이다.
아, 빈 것이 이렇게 무거운 것이구나.
그런데 그 뚜껑을 벗겨 들고 간 사람은 강모였다.
- P17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람의 얼굴을 두고 이마와 코, 그리고 턱이며 양쪽 광대뼈를 일러 오악(五嶽)이라 한 말이 참으로 옳은 것을 알겠다. 이미 오래 전에 살을 - P115

그러나 곧 울음 끝을 자른다. 지금은 울어서는 안되는 것이다. 이렇게 임종이 임박하면, 둘러앉은 사람들은 울음을 멈추고, 조용히, 가시는 분의 마지막을 배웅해야 하기 때문이다. 임종의 자리에서 자손들이너무나 애통하게 울부짖으면, 떠나는 망인의 넋을 소란스럽게 괴롭히는 일이 되고, 또 망인의 발이 눈물에 젖어 무거운 탓에 가볍고 좋은곳으로 못 간다고 하였다.
- P118

"산은, 하늘으 별자리가 땅에 떨어져서 된 거이라데요." - P13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날 밤, 인월댁은 종가의 지붕 위로 훌렁 떠오르는 푸른 불덩어리를보았다. 안채 쪽에서 솟아오른 그 불덩어리는 보름달만큼 크고 투명하였다. 그러나 달보다 더 투명하고 시리어 섬뜩하도록 푸른 빛이 가슴을철렁하게 했다.
청암부인의 혼(魂) 불이었다.
어두운 반공중에 우뚝한 용마루 근처에서 그 혼불은 잠시 멈칫하더니 이윽고 혀를 차듯 한 번 출렁하고는, 검푸른 대밭을 넘어 너훌너훌들판 쪽으로 날아갔다.
- P107

사람의 육신에서 그렇게 혼불이 나가면 바로 사흘 안에, 아니면 오래가야 석 달 안에 초상이 난다고 사람들은 말하였다. 그러니 불이 나가고도 석 달까지는 살 수 있다는 말이기도 했다. 하지만 석 달을 더 넘길 수는 없다는 말이기도 하였다. 그런데, 참으로 알 수 없는 일은 그 말이 영락없이 맞아 떨어진다는 점이었다. - P10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근심은 근심대로 눈을껌벅이며 가슴 한편에 고여 있지만, 고단한 육신은 그 근심까지 쓸어안고 잠이 드는 것이다. 내일 아침에도 새벽닭이 홰치는 소리는 근심이먼저 듣고 깰 것이다.
- P29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