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아리 속에 들어앉아 몰라도 좋은 세상은 안 보아도 좋았는데, 어느하루 써늘한 기운에 고개를 들었을 때, 지붕처럼 덮여 있던 뚜껑은 간곳 없고, 서리 비낀 찬 하늘만 텅 빈 우주에 홀로 걸린 것이 보이니.
그 하늘이 이제 뚜껑 없는 항아리 속으로 내려앉아 효원이 짓눌리는것 같다. 가슴을 누르는 것은, 빈 하늘이다.
아, 빈 것이 이렇게 무거운 것이구나.
그런데 그 뚜껑을 벗겨 들고 간 사람은 강모였다.
- P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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