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여행이 자유롭지 못한 요즘, 여행에 대한 열망을 대신할 수 있는 여행서 ‘일상이 의미부여‘ 추천합니다.
언젠가 꼭 한번은 해보고 싶었던 러시아 횡단열차여행, 기차를 타고 러시아를 가로질러 낯선곳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갖가지 일들을 겪으며 의미없는 것들에 지나온 과거를 회상하고 현재를 살피며 자신의 내면의 것들까지 돌아보는 에세이! 여행을 하며 일기를 써보겠다는 다짐은 늘 여행과 함께 끝나버리고는 하는데 누군가 기록으로 남겨놓은 책으로 대신 힐링하게 됩니다.
˝어쩌면 인생을 바꿔 놓을수도 있을거예요˝
같은 라시아횡단열차를 타 본 좋아하는 작가가 들려준 이 한마디의 말만으로도 저자의 여행은 이미 무언가 바뀌기 시작했던건 아닐까? 함께 동행하게 된 사촌동생과 함께 여행 역할을 분담하고 서로의 여행을 공유하며 켜켜이 쌓인 추억들이 이 한권의 책으로 남아 또 다른 여행을 꿈꾸게합니다.
여행은 설레기도 하지만 두려움도 반, 서로 말이 통하지 않는데다 생김새도 달라 낯설고 때로는 두렵기까지 한 타인들과 만남, 처음은 낯설고 어색하지만 서로 눈빛이 마주치고 몸짓으로 소통하며 어느새 따스한 온기로 서로 닿아지게 됩니다. 선물을 주고 받으며 첫 만남의 두려움이 헤어지는 순간의 아쉬움으로 남게 되는 이야기들을 읽으며 그동안 여행에서 스쳐 지나가듯 만난 수많은 외국인들을 떠올리게 합니다.
낯선 풍경이 주는 놀라움과 설레임은 오히려 내가 알던 곳으로의 추억을 회상하게도 하고 기차를 찾아 타야하는 순간까지 걱정과 근심을 덜지 못해 안절부절하는 모습들까지 여행에서 겪었던 나의 이야기와 사뭇 다르지 않아 공감하게 됩니다. 낯선 도시의 풍경이 멋진건 사실이지만 거대한 바이칼 호수 앞애서 한강을 떠올리는 저자의 마음처럼 요즘들어 우리 한강의 아름다움이 새삼 더 기분좋게 여겨지구요.
눈은 누군가의 흔적을 담고 있다. 처음 내리는눈을 보고, 어쩔 줄 몰라 뛰어다닌 어린 강아지들의 모습을 담고 있으며, 유달리 발자국과 발자국 사이가 촘촘한 흔적에서는 누군가의 고된 하루가 느껴진다. 그보다 좀 더 멀리 듬성듬성 넓게 남아 있는자국은 지금 이 풍경을 가장 사랑하는 이와 함께하기 위해, 이 하얀 것들이 녹기 전에 그 사람에게 가려는 들뜬 누군가의 흔적이기도 하다.
이 모든 은밀한 비밀들을 엿듣고 품은 하얀 눈은이내 녹아버리고나면 다시 또 아무 일도 없었다는듯, 그 비밀을 지켜낼 것이다.
저자의 글 하나하나가 문장을 배달받고 싶을 정도로 감성적으로 다가옵니다. 영국 폭설에 힘겨웠던 여행을 떠올리는 나와는 달리 러시아의 눈을 보며 추억을 더듬듯 글을 쓰는 작가의 감성에 젖게 되네요. 올해 눈이 정말 많이 온 이 겨울, 점점 나이들면서 귀차니즘이 깊어져 눈이 또 다시 내려준다면 이 문장을 낭독하고 싶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