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쓴 후기입니다*

제본이 독특한 책이 왔다. 자꾸만 책 표지를 넘기고 책등을 어루만지게 된다. 아름다운 누드사철제본 필사에세이 천천히 와!

뭐든 빨리 빨리가 일상인 요즘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말, 천천히가 일단 마음을 두드리는 책, 표지가 굉장히 견고하고 두꺼운데 책등은 실밥이 드러나 있어 손으로 쓸어보게 된다. 손끝에서부터 핸드메이드적인 느낌이 전해오는 감성이란 일단 한점 먹고 들어가게 된달까? 자 이제는 그 안으로 천천히 천천히 들어가보자!

참 아름다운 책이다. 책이 아름답다는 것은 표지는 물론 책의 내지와 펼침 그리고 가장 중요한것은 책의 구성과 문장이다. 책이 180도로 촤악 펼쳐져 바닥에 착 붙는다. 마치 내 마음이 책과 함께 착 펼쳐지는것 같다. 활짝 열려진 마음안으로 스며드는 문장들, 역시 시인의 문장이어서일까? 글한자한자가 아름답게 다가온다. 아주 천천히, 그리고 쉼표처럼 등장하는 그림에 잠시 쉬어가게 된다. 그리고 한글자 한글자 정성스럽게 쓰여진 문장들이 아름다움의 정점을 찍는다.

의식의 흐름에 따라 쓰여진듯 간단 명료하면서도 아름다운 저자의 글에 엄마의 손글씨, 이또한 참 감성적이다. 의도된 것이든 아니든 좋은것은 좋은것, 엄마의 손글씨마저 아름답다. 그리고 이어지는 다음 페이지의 여백, 독자의 손길이 필요한 페이지다. 맞다. 이 책은 저자와 저자의 엄마 그리고 독자와의 삼박자가 조화로워야 완벽해지는 그런 책이다. 필사에세이란 이런 것!

필사가 좋은건, 좋은 문장을 한번 더 만날 수 있다는 것, 연필로 사각사각 써내려 가면서 저자의 글에 내 마음을 포갤 수 있다는 것, 마음에 들지 않아 한두번쯤 썼다 지우고를 반복하더라도 그래서 아리송했던 마음이 명확해지고 저자의 마음이 되어 볼 수 있다는 것, 문장속으로 스며들었던 마음을 마주하는 소중한 시간이 된다는 것! 결론은 힐링이라는 것!

‘나는 기다린다. 약속되어 있다는 듯, 그런 기분이 들면 꼼작 할 수 없다. 시계탑 아래서 초조한 사람처럼, 잠시 자리를 비웠다가는 어긋나 버릴까 걱정하며 옴짝달싹 못하는 사람처럼. 마음의 각도가 아슬해지고 애틋해지면, 가장 가까운 창문으로 가보는 것이 상책이다. ‘p24

어떤 단어와 그 어떤 것에 대한 현상과 그 너머에서 느껴지는 것들을 저자의 시선과 문장으로 만나는 시간, 한두마디면 될 것 같은데 역시 시인은 다르다. 남다른 어휘와 표현으로 전혀 생각지 못한 문장들이 쭉 이어진다. 그렇더라도 충분히 공감하게 되고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기도 한다. 그리움이 가득차서 기다림이 시작되고 기다림이 길어지니 서서히 그리움이 밀려오는 듯한 필사에세이!



#필사에세이 #필사 #기다림 #그리움 #천천히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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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아이들 무기력의 비밀 - 우리 아이들의 의욕과 활기는 왜 사라졌을까
김현수 지음 / 해냄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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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청소년과 청년을 보면서 무기력하다는 이야기를 종종 하고는 한다. 왜 그런걸까? 어떻게하면 무기력에서 벗어나게 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해본 사람이라면 꼭 읽어야 할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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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쓰는 리뷰입니다.*


요즘 청소년과 청년을 보면서 무기력하다는 이야기를 종종 하고는 한다. 왜 그런걸까? 어떻게하면 무기력에서 벗어나게 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해본 사람이라면 꼭 읽어야 할 책!

요즘 아이들 무기력의 비밀은 1부 무기력한 아이들의 탄생을 통해 아이들의 무기력에 대해 깊이 들여다보게 하고 여러 관점을 들어 무기력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2부 무기력한 아이들 돕기를 통해 어른들의 잘못된 접근 방식을 바로 잡고 실례를 들어 어떤식으로 아이들에게 이야기 해야하는지를 알려 준다.

무기력은 희망을 잃어버렸을때 찾아온다고 한다. 아이들과 이야기를 하다보면 하고 싶은것도 없고 뭘 좋아하는지도 잘 모르겠다는 이야기를 하곤 한다. 나아가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는 이야기를 하곤 한다. 이런 아이들을 보면 어른들은 ‘나때는 먹고 살기 바빠서 하고 싶은 것도 못하고 열심히 살았는데 니들은 도대체 뭐가 부족해서 무기력한거냐?‘ 라면서 온갖 잔소리를 늘어 놓기 바쁘다.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단절의 시대를 견뎌 내야했고 밤낮없는 인터넷세상에서 살아 남기 바쁘고 이제는 인공지능이 발달해 일자리가 점점 사라질거라는 불안감에 시달리는, 우리 어른들과는 시대적 배경과 환경이 다르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그저 배부른 소리만 한다는 식으로 아이들을 꾸짖으려고만 한다.

무기력의 숨은 의미를 알아보는 일곱가지 관점이 꽤 흥미롭다. 어떤 일들이 차곡차곡 쌓여 생긴 결과론적인 무기력을 이해해 주어야하며 한세계가 닫혀버린 아이들의 문을 열어주기 위한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며 차라리 멍때리거나 자는 것으로 타협을 본 아이들의 슬픈 협력을 이해해야한다. 무기력이란 절망의 상태로 희망을 찾기 위한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며 오랜시간 공부에 시달린 아이들의 피로감이며 좋지 못한 결과가 쌓여 마음의 부상에서 회복하지 못하고 겪는 트라우마라는 사실을 이해해야한다. 역설적으로 어쩌면 어른들이 무기력한건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뜨끔해진다. 각각의 관점을 통해 어른들이 그동안 얼마나 아이들에 대해 잘 못 알고 있었는지를 깨닫게 되고 어떻게 아이들을 이해하고 보살피며 도움을 주어야하는지를 생각하게 한다.

‘무기력한 아이들에게 화를 내고 있는 어른들은 사실 아이들에게 화를 내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화를 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한다.‘ p74

등교를 거부하는 아이, 학교에서 잠만 자는 아이등 부모나 선생님 또는 아이들과의 상담을 통해 지금 아이들이 어떤 상태인지를 보여주고 있어 글이 술술 읽히고 설득력이 있다. 무기력한 아이들의 결과에 집착하기보다 왜 무기력에 빠졌는지를 살펴보게 만든다. 아이들이 아직 어린 나이임에도 도대체 어떤 일들을 겪으며 살아왔기에 무기력하게 된걸까? 어른들은 무기력의 원인을 큰것에서 찾으려 하지만 알고보면 아주 사소한것에서부터 시작된다는 사실이다. 어쩌면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화를 내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화를 내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깨닫는 바가 크다.

이 책이 좋은 점은 2부에서 실례를 잘 들어준다는 사실이다. 무기력에 빠진 아이들을 돕기 위해 부모와 선생님과 어른들이 어떤 말과 어떤 행동을 하고 또 어떻게 격려해야하는지 등에 대한 자세한 대화방식을 알려주며 무기력에도 유형이 있어 각각의 유형에 맞게 대처하는 방법도 알려준다. 이 책은 아이를 키우는 학부모는 물론 아이들을 가르치는 현장에 있는 선생님과 아이들에 대해 너무도 모르는 모든 어른들이 읽어야 할 책이다.



#무기력 #청소년정신건강 #요즘아이들무기력의비밀

#청소년도서 #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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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서점을 배경으로 아홉번째 생을 사는 고양이가 주인공인 소설, 아홉번 산 고양이는 어떤 생각과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마지막 생을 살게 되는걸까? 게다가 나쓰메 소시키의 그 고양이라니!

고서점과 고양이라는 두개의 소재가 일단 매력적이다. 과거를 모두 기억하는 아홉번 산 고양이 시점에서 들려주는 이야기가 꽤나 흥미롭고 고양이들끼리 마녀라 부르는 북두당 서점 주인의 정체가 또 무척 비밀스럽다. 고양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하는 고서점 주인에게 까칠한 검은고양이 쿠로도 자신의 이야기를 하게 될까?

고양이 서점 북두당, 언제부터 있었는지 모를 고서점 북두당엔 고양이가 서점을 지키고 관리한다. 믿거나 말거나! 여덟번을 사는 동안 인간과 세상에 대한 혐오가 깊어진 검은 고양이 쿠로는 ‘인간따위‘라는 식으로 인간을 하찮게 여긴다. 여덟생을 살면서 고양이들에게는 꽤 중요한 의미가 있는 진명을 얻지 못한 자신의 삶을 한탄하면서도 인간은 물론 같은 고양이에게 조차도 곁을 주지 않으려 무척 시니컬한 태도로 살아간다. 그렇게 살아가려 한다.

‘어떤 이에게 글을 쓴다는 행위는 곧 치유다. 마음의 상처를 글이라는 형태로 바꾸어 바깥으로 끌어내고, 그것을 객관적으로 마주하며 천천히 받아들이는 과정. 그렇게 먼저 자신을 치유하고, 언젠가는 또 다른 누군가의 마음에도 가 닿게 된다. 그리하여 글쓰기는 마음의 안녕과 평온을 지키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이 된다.‘ -p280

알고보니 고서점 북두당에서 사는 고양이들은 전생에 글을 쓰는 사람들과 인연이 있다. 쿠로 또한 마찬가지로 세번째 생에 자신을 주인공으로 글을 썼던 사내를 특별한 존재로 여긴다. 서점주인에게도 동료들에게도 쿠로는 늘 불만섞인 표정을 짓지만 어느새 북두당의 삶에 녹아들게 되고 심지어 한 소녀의 삶에도 관심을 두게 된다.

순전히 고양이 입장에서 바라보는 세상과 인간에 대한 이야기들, 고서점을 배경으로 각자의 생을 사는 고양이들의 이야기와 신비로운 고서점 주인의 이야기가 무덤덤한듯 하면서도 무척 미스터리하고 흥미롭게 펼쳐지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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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으로 포렴을 걷어 올리면 하얀 백발의 할머니가 다정한 미소로 나를 맞아주는 그런 약국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약국에 가는 일이 잦지는 않다. 어떤 이유에서건 약을 먹는 일이 싫기 때문이다. 의사의 처방전에 따라 그저 알약 몇개를 처방해주고는 나를 중병 환자 취급하며 또 다른 영양제를 끼워 팔려고만 하는 약국의 약사를 피하고 싶은 이유도 있다. 늘 다니는 약국임에도 늘 낯설고 어색하다. 서로 안보는게 피차 좋을뻔한 그런 관계가 아니라 아프지 않아도 일부러 한번쯤 들러 소소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그런 약국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100세 할머니 약국처럼 말이다.

‘인생은 오르막 내리막이 있는 여행길,
한차례 올라왔다면 잠시 한숨 돌리기.
다 내려온 후에는 느긋하게 차 한잔,
꼭 온힘을 다해 달리지 않아도
좋을 여행길입니다. ‘ p18

사는게 여행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숨도 돌리고 차도 마시며 한템포식 쉬어가면 좋을 인생길인데 늘 무언가에 쫓기듯 허겁지겁 산다. 매일 그날이 그날 같다는 생각을 하는 내게 어제와 똑같은 오늘은 없다고 일침을 날린다. 100세의 나이임에도 늘 새로운 것을 배우는데서 즐거움을 찾고 옛날이 좋았다라는 말로 지나온 일을 후회하기 보다 좋았던 일을 되새기며 나를 바꾸어 나가는 삶을 살아가는 할머니의 삶을 대하는 자세에서 나의 나태하고 게으른 삶의 자세를 바로잡게 된다.

‘앞일을 걱정하기보다는 오늘을 즐겁게 보낼 방법을 생각해보세요, 지금에 몰두하면 걱정할 틈이 없습니다. ‘p100

다가오지 않을 일을 미리 걱정하면서 허송세월을 할게 아니라 지금을 어떻게 살지에 집중한다면 걱정할 틈이 없다는 할머니의 이야기에 나의 쓸데없는 걱정이라는 틈이 부끄러워진다. 걱정은 한마디로 충분하다는 이야기에 남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기보다 자꾸 간섭하려하고 조언을 아끼지 않아 상대방을 기분 나쁘게 만들고 마는 나쁜 습관을 반성하게 된다. 파스를 붙여줄 사람이 없는 손님에게 대신 파스를 꾹꾹 눌러 붙여준다는 100세 할머니의 이야기에 코끝으로 파스의 알싸함이 전해지는 기분이다.

한걸음 한걸음 쌓아온 시간만큼 삶의 지혜가 녹아 있는 할머니의 문장들을 파스를 꾹 꾹 눌러 붙이듯 한자 한자 꾹꾹 눌러 쓰며 마음에 되새기게 되는 책, 100세 할머니의 인생 경험에서 우러 나오는 짤막한 이야기들이 소소한 일상속에 행복이 있고 삶의 의미가 있음을 깨닫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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