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으로 포렴을 걷어 올리면 하얀 백발의 할머니가 다정한 미소로 나를 맞아주는 그런 약국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약국에 가는 일이 잦지는 않다. 어떤 이유에서건 약을 먹는 일이 싫기 때문이다. 의사의 처방전에 따라 그저 알약 몇개를 처방해주고는 나를 중병 환자 취급하며 또 다른 영양제를 끼워 팔려고만 하는 약국의 약사를 피하고 싶은 이유도 있다. 늘 다니는 약국임에도 늘 낯설고 어색하다. 서로 안보는게 피차 좋을뻔한 그런 관계가 아니라 아프지 않아도 일부러 한번쯤 들러 소소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그런 약국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100세 할머니 약국처럼 말이다.
‘인생은 오르막 내리막이 있는 여행길,
한차례 올라왔다면 잠시 한숨 돌리기.
다 내려온 후에는 느긋하게 차 한잔,
꼭 온힘을 다해 달리지 않아도
좋을 여행길입니다. ‘ p18
사는게 여행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숨도 돌리고 차도 마시며 한템포식 쉬어가면 좋을 인생길인데 늘 무언가에 쫓기듯 허겁지겁 산다. 매일 그날이 그날 같다는 생각을 하는 내게 어제와 똑같은 오늘은 없다고 일침을 날린다. 100세의 나이임에도 늘 새로운 것을 배우는데서 즐거움을 찾고 옛날이 좋았다라는 말로 지나온 일을 후회하기 보다 좋았던 일을 되새기며 나를 바꾸어 나가는 삶을 살아가는 할머니의 삶을 대하는 자세에서 나의 나태하고 게으른 삶의 자세를 바로잡게 된다.
‘앞일을 걱정하기보다는 오늘을 즐겁게 보낼 방법을 생각해보세요, 지금에 몰두하면 걱정할 틈이 없습니다. ‘p100
다가오지 않을 일을 미리 걱정하면서 허송세월을 할게 아니라 지금을 어떻게 살지에 집중한다면 걱정할 틈이 없다는 할머니의 이야기에 나의 쓸데없는 걱정이라는 틈이 부끄러워진다. 걱정은 한마디로 충분하다는 이야기에 남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기보다 자꾸 간섭하려하고 조언을 아끼지 않아 상대방을 기분 나쁘게 만들고 마는 나쁜 습관을 반성하게 된다. 파스를 붙여줄 사람이 없는 손님에게 대신 파스를 꾹꾹 눌러 붙여준다는 100세 할머니의 이야기에 코끝으로 파스의 알싸함이 전해지는 기분이다.
한걸음 한걸음 쌓아온 시간만큼 삶의 지혜가 녹아 있는 할머니의 문장들을 파스를 꾹 꾹 눌러 붙이듯 한자 한자 꾹꾹 눌러 쓰며 마음에 되새기게 되는 책, 100세 할머니의 인생 경험에서 우러 나오는 짤막한 이야기들이 소소한 일상속에 행복이 있고 삶의 의미가 있음을 깨닫게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