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첫번째 시소에 이어 올해 두번째 만나는 시소, 시인과 작가와 독자가 시소를 타듯 서로가 느끼는 것들을 주고 받는 책!

봄의 느낌을 가득 담으려는듯 표지도 참 예쁘고 사랑스러운 시소, 이번엔 또 어떤 시와 소설이 내게 다가와 줄지, 그리고 시인과 소설가는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은근 설레는 마음으로 책장을 펼쳐본다.

‘​..
방에 들어온 햇빛을
색종이처럼 접으며 논 적이 있었다.

반복해서 접으면 유리병에 모아둘 수 있었다.
모으다보면 왠지 소원을 빌어야 할 것만 같았지만

망해가는 것도 특권이라는 말을
친구는 들었다.
그 말이 도움이 되었다 했다.
아무것도 빌지 않기로 했다.
그게 우리의 소원이기로 했다.
.
.
.
따뜻해. 괜찮아. 그냥 물이야.
아무리 말해도 소용이 없다.‘
-by 임솔아

첫번째로 만나게 된 시부터 독특했다. 코로나 시국에 힘겨운 시기를 겪어내고 있는 누구라도 시인이 시어에 숨겨둔 것들에 공감하게 될듯하다. 또한 알듯 모를듯한 시를 읽으며 어쩐지 위로를 받는 기분도 든다. 폐쇄라는 단어와 개소리가 안난다며 기뻐하는 옆집 여자와 망해가는 것도 특권이라는 말등의 싯구에 우울함과 슬픔을 느끼게되지만 햇빛을 색종이처럼 접어 놀았다는 시한구절에 쓸쓸함과 함께 색색깔의 햇빛의 따사로움을 동시에 느끼게 되기도 한다. 산책조차 쉽지 않아 집에서만 주로 머물렀던 그때에 나의 일상은 어떠했는지를 잠시 돌아보며 시인의 이야기에도 귀를 기울이게 된다.

‘엄마, 잘 기억해. 나는 꼭 작별 인사를 남길 거야. 마지막으로 내가 한숨을 쉬면 그건 사랑한다는뜻이야. 비명을 지르면 그건 사랑한다는 뜻이야. 간신히 내뱉는 그어떤 단어든 사랑한다는 뜻일 거야. 듣지 못해도 괜찮아. 나는 사랑을 여기 두고 떠날 거야. -p259

죽음을 눈앞에 두고 나는 어떤 말을 남길 수 있을까? 어떤 작별인사를 해야하는걸까? 사랑한다는 한마디 말을 하지 못하더라도 모든것에 그 의미를 담고 있음을 강조하려 드는 소설 속 주인공의 심정으로 잠시 시한부의 삶을 살아보기도 한다. 모래고모를 따라 사냥을 동행하게 된 두 아이의 이야기도, 재개발 반대시위를 하다 죽음에 이르게 된 이들을 만나 그 사연을 직시하게 되는 이야기도 어느 하나 흥미롭지 않은 글이 없이 제각각 개성이 강하고 글속에 담긴 여러가지 것들을 생각하게 만든다.

무엇보다 시인과 소설가를 만나 시와 소설의 배경에 대한 이야기나 그 속내를 듣는 인터뷰 페이지는 소개된 시나 소설과는 또다른 즐거움을 준다. 시인의 시를 쓰는 시공간에 대한 이야기 또한 흥미로우며 소설이 탄생하게 된 배경이나 소설속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들은 또다른 이야기를 듣는 기분이 들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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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시 45분 열차에서의 고백
리사 엉거 지음, 최필원 옮김 / 황금시간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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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차에서 우연히 만난 낯선 여자에게 남편의 외도를 토로 하고 다시 만나자는 메시지를 받는다면?


전 세계 12개국 판권 계약과 제시카 알바 주연 드라마로 확정된 스릴러 소설 7시 45분 열차에서의 고백, 누군가를 관찰하는 장면을 묘사하는 프롤로그를 읽으며 관찰자는 누구인지 관찰 대상은 또 누구인지에 대한 호기심으로 책장을 넘기게 된다. 셀레나, 앤, 제네바, 펄 등등 각각의 캐릭터 이름으로 각자의 사연과 이야기가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전개가 되어 이들의 연관성을 어림짐작하게 될때쯤 이야기는 클라이막스에 이르러 오싹하게 된다.


남들이 보기에 완벽한 가정을 일구고 살아가는 셀레나는 남편의 실직으로 직장생활에 뛰어들게 된다. 그런 과정에서 맘에 쏙 드는 보모를 집에 들이게 되지만 어느날 보모와 남편의 불륜을 눈치채고 그 현장을 씨씨티비로 직접 확인하게 된다. 퇴근후 집으로 돌아가는 기차에서 선뜻 직장 상사의 남편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고백을 하는 옆자리 낯선 여자와 서로의 비밀을 공유하게 된다. 남편과 다투고 난 다음날 보모는 출근하지 않고 경찰이 집을 찾아오게 되는데,,,


엄마와 둘이 살던 펄은 어느날 엄마의 죽음을 목격하게 되고 엄마의 남자친구인 찰리의 제안으로 집을 떠나 먼곳에서 앤이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새삶을 살아가게 된다. 찰리가 사기꾼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지만 엄마를 잃은 자신을 거둬주고 언제나 자신에게 다정하게 대해주는 찰리를 아빠라 부르며 눈치껏 착한 딸로 충실하게 살아간다. 아빠의 사기행각이 발각되어 집을 옮겨다니거나 신분을 바꿔다니게 된 펄은 더이상 아빠에게 끌려다니지 않


고 스스로의 삶을 살아가기로 한다.


한편 바람핀 남편과 심하게 다툰 셀레나는 경찰의 방문으로 자신의 아이들을 돌보던 보모가 실종되었다는 사실에 놀라게 된다. 그런데 경찰에게 거짓말을 술술 늘어 놓는 남편을 의아해하면서도 남편이 바람은 필 지언정 사람을 헤칠 나쁜 사람은 아니라는 생각에 자신 또한 거짓말을 하게 된다. 그와중에 열차에서 서로의 비밀을 공유했던 낯선 여자로부터 만나자는 문자를 받고 당황하게 되는데,,,


어쩌면 엄마를 죽였을지도 모를 남자를 아빠라 부르고 이름을 바꿔가며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펄, 낯선 여자의 정체를 알고 어떤 악의로 자신에게 접근해 오는건지 의구심을 가졌지만 결국엔 자신을 위기에서 구해준 사실과 자신과는 달리 아버지로부터 버림받고 사랑받지 못한 그녀의 삶을 생각하며 그녀를 미워할 수만은 없게 된 셀레나, 열차에서의 우연한 만남에 자신의 고민을 부담없이 털어 놓았던 그 순간이 절대 우연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면서 만감이 교차하게 된다.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소설이다. 악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해 어쩔 수 없이 사기꾼으로 살아가는 앤이 나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녀의 삶의 밑바탕을 들여다보면 또다른 생각을 하게 된다. 또한 남편을 믿고 가정에 충실하려 애쓰며 살아가던 셀레나가 폭풍처럼 휘몰아치는 진실에 맞딱드리게 되면서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는 장면들에서 수많은 질문을 던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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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라기보다는 에세이같은 시들이
요즘은 대세인듯하다.

뭔가 뚝뚝 끊어지는 듯하면서도
또 어딘지 이어지는것 같은
서글픈 느낌이 드는 시.

긴급 폐쇄의 팻말에 코시국을 공감하고,
개소리를 시끄러워하더니
개를 키우며 흥얼거리게된
옆집 여자의 이야기에 인간의 간사함을 느끼고,
아무도 없는 집에서 알림이 온 홈캠에 오싹했다가
바람에 펄럭이는 햇살이 돌아다닌다는 싯구에
따스함을 느끼게 되고
햇빛을 색종이처럼 접으며 논다는 싯구에서는
어느 책방의 스테인드글라스창으로 들던
여러색깔의 햇살 그림자가 떠오르고
망해가는게 특권이라는 말에 서글퍼지고...

시를 읽으며 혼자의 느낌과 다르게 혹은 비슷하게
시인과의 인터뷰를 읽으며
또 뭔가 새로운 느낌이 드는 책.

특권

펜스 앞에 서 있었다.
현수막을 보고 있었다.

긴급 폐쇄라고 적혀 있었다.
공원 바깥에도 산책로는 있으니까
갈 수 있는 바깥이 아직 좀 더 있었다.

친구가 자기 허벅지를 손바닥으로 때리고 있었다.
10월인데 아직도 모기가 있다면서.

이렇게 태연해도 되는 거냐고
나는 물었다.

태연만이라도 해봐야 하지 않겠냐며
친구는 웃었다.

길에 누군가의 조각상이 있었다.
그 위에서 미끄럼틀을 타고
침을 뱉는 아이들이 있었다.

우리 집 개가 죽었을 때
이제 개소리 안 난다며 기뻐하다
미안해했던 옆집 여자.

그 여자네 집에서 어느 날부턴가
개소리 들려왔을 때
참 듣기 좋다고 꼭 말해주고 싶었는데.

이제 옆집 여자는 소리를 지르지 않고
자주 흥얼거린다.
개가 여자의 허밍에 맞춰 노래를 한다.

동작을 감지했다고
홈캠이 알림을 보냈다. 앱을 켜보면
집에는 아무도 없고

방에 들어온 햇빛만 펄럭이며 움직이고 있었다.
햇빛이 집 안을 너무 자주 걸어 다녔다.

방에 들어온 햇빛을
색종이처럼 접으며 논 적이 있었다.

반복해서 접으면 유리병에 모아둘 수 있었다.
모으다보면 왠지 소원을 빌어야 할 것만 같았지만.

망해가는 것도 특권이라는 말을
친구는 들었다.
그 말이 도움이 되었다 했다.
아무것도 빌지 않기로 했다.
그게 우리의 소원이기로 했다.

나는 주머니에 손을 넣어 구겨진 영수증을 꺼냈다.
친구는 주머니에 손을 넣어 햇빛 한 장을 꺼냈다.

걷다가 쓰레기통이 나온다면 버리기로 했다.
없다면 집에까지 잘 가져가서 버리기로 했다.

나는 집에 돌아와 개를 씻긴다.
털에 물이 닿을 때마다 개는 바들바들 떤다.
비명을 지른다. 물이 자기를 죽이기라도 할 것처럼.

따뜻해. 괜찮아. 그냥 물이야.
아무리 말해도 소용이 없다. - P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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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손을 놓지 못하고 읽은 책,

​‘나는 이야기를 다 풀어놓지 못하고 망설이는 중이다. 그 일이일어나기 전의 순간에서 이렇게 머뭇거리는 것은 그땐 아직 다른 결과들이 일어날 수 있었기 때문이다. -p11‘

남자의 비명이 들리고 그 순간 그곳을 향해 달려가는 다섯 남자, 열기구 속 사내아이를 구출 하기위해 밧줄을 붙들다가 강풍으로 인해 놓치게 되고 끝까지 버티던 한 남자가 추락사하게 된다. 자신이 손을 놓아 남자가 죽은것이 아닐까 하는 충격에 사로잡힌 주인공의 불안한 심리가 이 소설이 장황하게 시작되는 이유다. 게다가 같은 현장에 있었던 한남자의 종교적인 집착과 사랑하는 여자와의 블편해지는 관계는 주인공을 점 점 더 벼랑끝으로 몰아세운다.

종교적 신념으로 자신을 사랑하고 있다는 착각에 빠진 남자의 잘못된 집착은 그야말로 광기다. 남자와의 일을 사랑하는 여자에게 털어 놓지만 껄끄러운 사이가 되고 경찰에 신고도 해보지만 어떤 위해도 가한적이 없어 보호받지 못해 혼자 외롭게 투쟁하다가 결국 총까지 구하게 되는 주인공, 결국 자해사건까지 벌어지게 되면서 이야기는 일단락이 되는것 같지만 절대로 멈출 수 없는 남자의 집착과 광기는 끝나지 않는다는 사실에 오싹해진다. 생각지 못한 반전으로 거창한 이야기를 마무리하는 작가의 센스!

이건 소설이라기보다는 어딘지 심리학 차원의 논문을 스토리텔링으로 풀어 쓴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사고의 충격으로인해 진실을 외면하고 싶어하는 인간의 심리와 광기에 이른 종교적 신념으로 인한 잘못된 사랑의 집착 그리고 우리가 사랑이라고 믿지만 어느순간 그 믿음이 깨지게 되고 서로가 불신하게 되고 마는 그 모든 것들이 이 이야기속에 담겨 있다. 또한 잘못 오해하고 있는 것의 진실을 알게 된 순간의 반전까지 있어 더욱 이야기가 흥미롭게 읽힌다.

부록까지 소설에 진심을 다하는 작가 이언 매큐언. 초반부터 독자를 어떤 한순간 사고의 현장속으로 끌어들여 점 점 긴장감을 고조시키며 전혀 생각지 못한 이야기로 반전을 더해 끝까지 읽게 만드는 흡입력이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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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낌 좋은 사진,
시처럼 낭독하게 되는 문장,
혹시 그런 책을 찾고 계신가요?

지금 내마음에 와닿는 사진과 글에
한참 머물다 가게 되는 사진에세이,
책 제목을 물론 책을 펼쳐들면
‘사랑하게 될 줄 알았어
우리 처음 만난 그 날에...‘
라는 노랫말이 절로 떠올려지는 책!

햇살에 아른거리는 그림자,
바람이 흔들고 지나간 갈대,
나와는 무관한 사람들의 발걸음,
문득 고개 든 순간 빠져들어 한참을 바라본 하늘,
햇살의 반짝거림이 멈추지 않는 강물,
누군가가 만들어 놓은 미소,
마른 풀이 잔뜩 꽂힌 화병이 놓인 탁자,
빠르게 스쳐지나가는 기차등등
일상에서 무심코 스쳐지나가던 풍경,
작게 혹은 두페이지를 차지할 정도로 크게, 불규칙적으로 놓인 사진들을 보면서도
가슴을 울리는 어떤 문장을 떠올리게 되는 책!

<읽히기 위하여>
소설, 시, 시나리오, 에세이
무엇을 쓰든 마찬가지야
읽을 사람 없이는 무용하다는 것

마음도 마찬가지지
나를 읽어줄 사람 없이는
나의 마음 씀도 무의미해

그러니 누군가가 나를 읽어준 순간
내가 누군가를 읽어준 순간은
기적과 같은 순간이야

씀은 읽히기 위하여 존재한다.
더 잘 쓰고 싶은 이유는
더 가까이 가닿고 싶어서다.
- P51

정말 그렇다. 쓴다는건 누군가에게 읽히기 위한것, 하다 못해 나 스스로에게라도! 어쩌면 이 책의 쓰임도 딱 그런듯하다. 한자 한자 글을 읽어 내려가다보면 그동안 몰랐던 혹은 이미 다 알고 있지만 깨닫지 못했던 그런 모든 마음들과 가까워지는 기분이 된다. 혼자이거나 사랑을 하거나 추억하거나 아프거나 편지를 쓰거나 착한척 하거나 그 모든 순간들에 가 닿는 글들!

모든 사랑이 나를 갉아먹는다.
사랑 앞에서 우리는 비로소 진실되고,
사랑 앞에서 우리는 걸국 거짓된다.
이렇게 좀 먹으며 여정히 사랑을 한다.
-p49

<석양>
알고 있나요?
노을의 빛깔이 매일 달라진다는 걸
사람도 매일 다른 색으로 빛납니다.
어떤 색으로 저물지는 우리에게 달려있어요.
-P238

오늘 노을은 어떤 빛일까? 나는 어떤 노을빛으로 저물고 있는걸까? 아름답거나 아니거나 저마다의 빛깔로 저물어 가는 아름다운 노을일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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