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 2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
박경철 지음 / 리더스북 / 2005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을 읽다가 울어본게 정말 오랫만인것 같다. 이 책을 재미있다고 말하는 것은 적절하지 못할 것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삶과 죽음이라는 단어,그리고 그 의미가 갖는 숭고하고도 엄숙함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정말 사랑하며 살아가고 있는가. 나에게 주어진 것들이 너무 당연해서 행여라도 그것들의 소중함을 잊고 살지는 않았는가 하는 물음을 던져준다. 삶이 나를 속일지라도 슬퍼하지 말라는 어느 시인의 말이 생각난다. 나를 속였다고 생각했던 것이, 내가 속았구나 아차!했던 그것이 참으로 부질없게 느껴지는 순간이다. 그런 모든 것이 나의 삶의 일부이고 내가 감내해야하는 나의 몫인 것이다.

아, 나의 생.

한때는 징글맞다고 생각했던 나의 삶, 몇번이라도 다시 오라!

얼마든지 맞아줄테다. 니체의 말처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
페터 회 지음, 박현주 옮김 / 마음산책 / 2005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의 마지막 문장 '결코 결론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한 남자아이의 의문의 죽음으로 시작되는 이 책은 무려 600페이지에 달하는 추리소설이다. 대학교 2학년때인가 이 책이 두권짜리로 나왔을때 매일 도서관문을 닳도록 드나들었던 시절 이 책을 읽기를 시도하다 포기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거의 10년이 지난 이 시점에서 왜 이책이 다시 출간되어 관심을 받고 있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그때 읽지 못했다는 기억이 있어 서점에서 이 책을 샀다. 보통 소설은 잘 사지 않는 편인데 오기로라도 읽어야겠다는 생각에서... 그리하여 나의 책장에는 소설책의 경우에 한해서는 재밌게 읽었던 책보다 오기로 꼭 읽어야지 하는 두툼한 소설들이 주류를 이룬다.

이 책을 잡고 거의 한달이 다 되어서야 책을 덮을 수 있었다. 첫째는 하루에 찔끔찔금 30분이나 그 이하의 시간만을 이 책을 읽는데 할애했기 때문이기도 하고, 추리소설이면서 스밀라의 심리묘사나 실제적으로 사건과는 상관없어보이는 관념적인 문장들이 많아서 읽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었다. 김훈이 그랬던가.. 소설가가 한달음 소설을 쭉 내려가듯이 독자도 책을 읽을 때 한달음 쭉 읽어내려갈수가 있어야 한다고. 그런데 나는 하루에 찔끔찔끔 읽었으니 이 책의 중요한 부분인 문장의 흐름을 음미하기는 커녕 비슷비슷한 등장인물의 이름이 생소하기까지 한 사태가 발생했지 무언가.. 이 인물이 누구였지 앞으로 가서 찾다가 하는 행위를 반복..

아이의 죽음을 파헤쳐가면서 다다른 결론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세상에 이해되지 않는 것만이 결론이 날뿐이며 그 외의 것들은 결론이 나지 않는다라니.. 이 문장에 대해 한참을 생각했다. 겨울, 얼음, 눈, 빙하 온통 차가운 것들 뿐인 스밀라의 세계, 살면서 한번도 사랑을 하지 않았다고, 타인에 대한 동정은 없다고 냉정하고 차갑게 말하는 그녀가 한 아이의 죽음의 원인을 파헤쳐가는 힘은 역설적이게도 결국은 모든 것이 다 사라져도 마지막에 남는 인간의 따뜻함이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한번 읽고 끝내야할 책이 아니라고 생각된다. 그 언젠가 또 매력적인 스밀라의 또다른 내면세계를 발견하게 될 날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시 읽기의 방법
유종호 지음 / 삶과꿈 / 2005년 4월
평점 :
품절


시를 읽기 시작한 것은 대학교때도 아니고 대학을 졸업하고도 한참 뒤의 일이었다. 왠지 시집은 봐도 내용이 와 닿지 않았고 내가 느끼는 것이 시인이 말하고자 하는 바였을까가 걱정(?)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실 이렇게 생각한 것 부터가 우리가 중고등학교때 시를 공부했던 방식이 잘못된 되었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 같다. 어떤 시를 읽고 내가 느끼는 바가 시인이 말하고자 하는 것일까 라는 의심을 벗어던진 뒤에야 비로소 그 시 속으로 들어가 감상이란 것이 이루어질 수 있는 것 같다.  김수영의 풀에서 풀은 억압받는 민중 밑줄 쫙 이런식으로밖에 가르쳐주지 않았던 것, 참으로 안타까운 우리나라 국어 교육의 현실이다. 지금은 좀 달라졌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공부하던 시절에만 해도 그랬다.

교과서에서나 어딘가에서 한번 보았을 법한 시들을 읽으며 이 시가 교과서에 있을 때는 왜 아무런 감흥이 없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중학교 1학년 때 국어 선생님이 하셨던 말씀이 생각난다. 취미란에 독서라고 쓰는 것보다 시 외우기 이렇게 쓰는게 훨씬 멋지지 않냐고.. 왜냐하면 살면서 독서하는 것은 우리가 밥을 먹는 것처럼 당연하고 기본적인 일이고 이에 더하여 시를 외우거나 하면 얼마나 멋진 일이냐고... 그때도 멋진 말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해도 그런 것 같다. 시를 외우는 것을 고품격 문화라고 생각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나만의 생각이겠지만 누가 뭐라하든 나는 영화 한편을 보는 것 보다 시집 한권을 보는 것을 더 고품격이라고 생각하련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시 봄이 왔다

                                      이성복

 

 



비탈진 공터 언덕 위 푸른 풀이 덮이고 그 아래 웅덩이 옆 미루나무 세 그루 갈라진

밑동에도 푸른 싹이 돋았다

때로 늙은 나무도 젊고 싶은 가보다 기다리던 것이 오지 않는다는 것은 누구나 안다

누가 누구를 사랑하고 누가 누구의 목을 껴안 듯이 비틀었는가

나도 안다 동네의 더디고 나른한 세월 때로 우리는 묻는다

우리의 굽은 등에 푸른 싹이 돋을까 묻고 또 묻지만 비계처럼 씹히는 달착지근한 혀,

항시 우리들 삶은 낡은 유리창에 흔들리는 먼지 낀 풍경 같은 것이었다

흔들리며 보채며 얼핏 잠들기도 하고 그 잠에서 깨일 땐 솟아오르고 싶었다

세차장 고무 호스의 길길이 날뛰는 물줄기처럼 갈기갈기 찢어지며 아우성치며

울고불고 머리칼 쥐어뜯고 몸부림치면서……

그런 일은 없었다 동네의 더디고 나른한 세월, 풀잎 아래 엎드려 숨죽이면 가슴엔 윤기나는

석회층이 깊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
페터 회 지음, 박현주 옮김 / 마음산책 / 2005년 8월
장바구니담기


나는 이제껏 한번도 다른 사람들의 불행한 연애사건에 대하여 관용을 베푼 적이 없다. 그들의 연약함을 싫어한다. 그리고 그들이 무지개끝에 있는 남자를 찾는 것을 안다. 그들이 아이를 낳고 실버 크로스제로열 블루 유모차를 사서 봄 햇살 속에 강둑을 걸으면서 짐짓 겸손한 체 나를 비웃으며 이렇게 생각하고 있는 것을 본다. 불쌍한 스밀라, 자기한테 없는 게 뭔지도 모른다니까. 우리처럼 아이도 있고 결혼 증명서도 있는 여자들의 삶이 어떤지 모르지. 네 달 뒤 옛 임산부 친목회가 열리는 날, 다시 나쁜 병이 재발하여 거울 앞에 마약 주사를 죽 늘어놓던 사랑하는 남편 페르디난드가 급기야 욕실에서 행복한 엄마 중의 한 사람과 놀아나고 있는 모습을 목도하는 순간, 10억분의 1초만에 그녀는 위대하고, 자부심 강하며, 최상이고 절대 흔들리지 않는 어머니의 위치에서 난쟁이 요정으로 격하된다. 한방에 내 수준 이하로 굴러 떨어져 곤충, 벌레, 지네가 되어버린다.
-250쪽

그렇게 되면 그 여자들은 오랜만에 내 생각을 하고 연락을 해온다. 그러면 나는 이혼 후의 독신모의 삶이 얼마나 힘든지, 스테레오를 나눠갖기 위해서 어떤 싸움을 했는지, 애들 때문에 청춘이 어떻게 날아가버렸는지, 애들은 자기를 이용해 먹고 아무것도 보답하지 않는 기계라느니 하는 얘기를 들어줘야 한다.
"그럼 대체 네가 원하는게 뭔데?"
나는 그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251쪽

사랑에 빠진다는 것은 대단히 과장된 얘기다. 사랑에 빠지는 것은 상대에게 받아들여지지 않으리라는 두려움 45퍼센트와 이번에는 그 두려움이 무색하게 되리라는 굉적인 희망 45퍼센트, 거기에 소박하게 사랑의 가능성에 대한 여린 감각 10퍼센트를 더하여 이루어진다.
나는 더이상 사랑에 빠지지 않는다. 내가 더이상 볼거리에 걸리지 않는 것처럼.
그렇지만 물론, 누구나 사랑에 압도될 수는 있다. 지난 몇 주간 나는 매일 밤 몇 분씩 그에 대해 생각하는 것을 나 자신에게 허락해 주었다. 나는 내 마음에 승낙을 내려놓고 내 몸이 그를 갈망하고 있다는 사실을 직시한다. 나는 그의 고독을 안다. 더듬거리던 습관, 포옹, 개성의 거대한 핵심에 대한 깨달음을 기억한다. 이런 이미지들이 지나치게 갈망을 발산하기 시작하면 나는 이들을 잘라버린다. 적어도 그렇게 하려고 노련한다.
나는 사랑에 빠진 적이 없다. 그러기에는 지나치게 명확하게 사물을 바라본다.-441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