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리오 영감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8
오노레 드 발자크 지음, 박영근 옮김 / 민음사 / 199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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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자크의 이 책을 언젠간 기필코 읽으리라 결심했고, 짝짝짝 다 읽었다. 이 책을 읽어야겠다고 마음먹은 건 정혜윤의 책에서 공지영이 추천한 도서였다고 기억(아닐수도 있다..)된다. 그런데 얼마전 오래전에 쓴 페이퍼를 보다가 <발자크와 바느질하는 중국 소녀>를 읽고는 발자크에게 관심이 생겼다고 써놓은 걸 발견했다. 잊고 있었는데 그러니까.. 이 책을 읽으려는 전조증상들이 있어왔던 것! 

그런데 대략 400페이지로 두꺼운데 반정도까지는 정말로 지루했다. 보케르부인의 하숙집에 사는 등장인물들의 내력이 하나둘 나온다. 그중에서도 보트랭의 장광설은 정말 길었다. 사실 제목만 보고는 고리오영감이 작중화자일꺼라 짐작했다. 그러나 주인공은 으젠이라는 법대생이다. 그 역시 하숙생으로 파리에서 사교계에 진출해 성공해보려는 젊은 가난한 청년이다. 하숙집에서 고리오영감을 알게 되고 그의 두 딸중 델핀부인을 구실삼아 한 밑천 잡아 성공해보겠다는 뭐.. 대략 그런 내용이다. 그런데 중간쯤을 지나서 급작스럽게 소설이 재밌어졌다. 알고보니 보트랭은 탈옥수였고 그를 잡으려는 경찰들은 하숙집 노처녀인 미쇼노를 통해 그를 체포하기에 이른다. 으젠과 고리오영감의 유대, 빅토린을 으젠과 짝지어지려는 보트랭의 의도, 파리 사교계의 부패한 관행등등이 구석구석 그려진다. 안타깝게도 보트랭이 잡힌 뒤 뭔가 더 있지 않을까 했는데..그게 끝이었다. 여기서 김이 조금 샘.  

고리오영감은 딸들에게 그의 인생을 통해 헌신하지만 불우한 노년을 맞아 결국 죽게 된다. 가난한 아비를 돌보기는 커녕 돈을 빼앗으려 두 딸은 비도덕적인 행동들을 한다. 델핀부인을 사랑하려고 하지만 그녀의 이중적인 태도에 으젠은 질려버린다. 이런 모습들을 뒷부분에 처절하게 묘사하는데 그놈의 돈이 뭔지 고리오영감의 장례를 치르는 순간까지도 보케르부인은 그에게 하숙비를 받아내려 하고, 장례식 절차의 모든 순간엔 돈이 필요한데 그 고통을 으젠 혼자 감당하기에 이른다. 가난과 돈.. 이 책을 읽고나서 정말 처절한 인상이 남았다. 소설을 읽고 나서 허!정말 재밌군, 하는 경우는 빠른 스토리 전재, 그 이전엔 한번도 보지 못한 반전 등등 여러가지 경우가 있는데 이 소설은 그런류는 아니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기기에는 충분했다. 대가는 역시 다르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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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하는 글쓰기 - 발설하라, 꿈틀대는 내면을, 가감 없이
박미라 지음 / 한겨레출판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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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이 책은 '글쓰기' 보다는 '치유하는'에 더 무게가 있다. 자신의 상처를 치유하는 방식의 하나로 글쓰기를 선택하는데 그 방법에 관한 조언은 간단하다. 생각하지 말고, 손이 써내려가는 대로 쉬지 않고 쓰라는 것이다. 쓸 것이 생각나지 않으면 생각나지 않는다라는 문장이라도 써야한다. 그렇게 무의식적으로 써내려가면 자신의 상처가 드러나고 그 상처를 직시할 수 있게 된다. 이 책에서 드는 많은 예시글들을 통해 우리는 타인의 상처를 마주하게 된다. 어떤 프로그램에서 실제로 진행된 예시들이라고 한다. 타인의 상처를 읽는 것 또한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좋은 방법이 된다고 한다. 또, 타인의 글에 반응태도는 정말 유익한 조언이었다. 잠깐 옮겨보면... 

 비판은 정확한 것이든 그렇지 않든 자칫 상대의 생명력과 창조성을 짓밝는 행위가 될 수 있다. 상대가 그 비판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을 때는 두말할 것도 없다. 그러니 칭찬이 우선이다.(p.83) 어설판 비판은 오히려 해가 된다. 상처받은 우리들에게 필요한 것은 격려이지 비판이 아니기 때문이다. 예전에 대학교때 글쓰기시간에 상대방의 글에 장점은 말할 필요가 없으며, 잘못된 점만 지적하라는 교수의 말이 떠올랐다. 그 교수는 강의 끝까지 비호감으로 남아있었는데 스무살 아이들의 어설픈 비판이 서로에게 무슨 도움이 되었을지 모를 일이다.  

 또, 상대의 말에 상처받지 않는 방법도 소개된다. 심리학의 용어로는 투사라고 하는데.. 자기 내면의 어떤 측면의 사실이라는 것을 의식하지 못하고 상대에게 그 그림자를 뒤집어 씌우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타인으로부터 오늘 안색이 안 좋네, 우울해 보이는데? 왜 나한테 화를 내는 거지? 넌 왜 그렇게 교만하냐? 게을러서 어떻게 성공하겠어? 라는 말을 들었어도 그런 말에 크게 상처받을 필요가 없다. 그런 점을 지적하는 사람은 자신의 어떤 심리를 투사한 것이기 때문이다. 바꿔말해 내가 싫어하는 타인의 어떤 점은 내가 가지고 있는 점일지 모른다. 따라서 그런 싫은 점이 있을 때 그게 나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내가 오늘 우울해보인다,는 말을 남한테 들었을 때 기분이 나빴던 것도 나의 어떤 면을 투사했기 때문이다.

 이 두가지가 내가 이 책에서 얻은 소득이었다. 보다 구체적으로 가식적이지 않게 쓸 것! 그 쓴다는 행위 자체로도 이미 마음의 짐을 어느 정도 내려놓는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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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강의
랜디 포시.제프리 재슬로 지음, 심은우 옮김 / 살림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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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의 배경에 대해서는 여기저기서 봐서 알고 있었다. 생이 얼마 남지 않은 췌장암 말기의 환자가 자신의 생을 정리하면서 써내려간 이 책은 그의 삶이 유한하기에 던지는 메세지의 의미가 더 크다는 것을 생각하게 한다. 그는 이미 작년에 고인이 되었다. 그의 홈페이지를 가보고는 더 놀랐다. 병의 발명부터 시작해 마지막까지의 세세한 기록이 사진과 함께 남겨져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분명 살아있는동안 그 누구보다 에너지가 넘치고 긍정적이며  사랑스러운 사람이었을 것이다.  

 이 책을 보며 가장 크게 와 닿았던 부분은 가족의 소중함이었다. 이 책이 어린 세 자녀를 위해 씌여진 것이라고 하니 더욱 그렇다. 그리고, 예기치 않게 찾아온 역경을 대하는 태도, 끝까지 굴복하지 않으려했던 자세 등은 정말 우리들이 배워야 할 소중한 가치들이다.   

 더불어 훌륭한 부모가 되는 것은 어떤 것일까 생각해본다. 랜디가 어렸을 때 자신의 방문에 엘리베이터 버튼 표시를 하고 근의 공식을 벽에 써놓는 것을 허락해준 그의 아버지의....모습이 참으로 인상적이었다. 그는 아들을 위해 최초로 인간이 달에 착륙하는 TV 장면을 카메라로 찍어 놓을 줄 아는 사람이었다. 그런 부모 아래서 그 역시 좋은 부모가 될 수 있었던 것이다.

 이 책이 그의 세 자녀에게 얼마나 큰 힘이 될까.. 그들이 잘 자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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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멋대로 찍어라 - 포토그래퍼 조선희의 사진강좌
조선희 글.사진 / 황금가지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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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에 대한 여러권의 책을 읽어왔는데 그와 크게 다른 내용은 없었다. 조선희의 사진을 보는 즐거움은 좋았다. 그녀는 사진을 잘 찍는 법은 없다고 말한다. 어떤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의 색깔을 나타내는 사진을 찍으라고 한다. 인물사진을 찍을 때는 특히 피사체에 다가가서 찍으라고 말한다. 한장만 찍고 돌아서는 것이 아니라 방향과 거리를 달리하여 여러장을 찍으라고 한다. 한꼭지에 대략 한두페이지에 거쳐 소개되어있고 틈날 때 마다 끊어서 읽기 좋다.  

 나는 그녀가 제안하는 방식 중에서 남의 사진을 모방해보라는 말이 가장 맘에 들었다. 언젠가 의자만을 찍어놓은 사진전에 간 적이 있다. 그 작가는 세상의 모든 의자들을 다 모아놓은 것 같은 다양한 의자들을 찍었다. 아마도 그 작가는 하루종일 의자 생각밖에 하지 않고, 길거리를 돌아다녀도 의자만 보이지 않았을까. 그것이 바로 예술을 하는 사람의 집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매일 같은 장소를 같은 시간에 찍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한다.  

 자신의 일상에 대해서 끊임없이 관찰하는 호기심은 이 세상을 처음 맞이하는 아이와 같은 마음일 것이다. 좋은 사진은 그런 관찰력에서 나온다. 이 책을 덮는 순간 창문을 열었고, 그 순간 하늘이 너무 아름다워 똑딱이로 찍었다. 이 책이 준 소득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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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밥 먹는 법 

                                       정 호 승 

        밥상 앞에
        무릎을 꿇지 말 것
        눈물로 만든 밥보다
        모래로 만든 밥을 먼저 먹을 것

        무엇보다도
        전시된 밥은 먹지 말 것
        먹더라도 혼자 먹을 것
        아니면 차라리 굶을 것
        굶어서 가벼워질 것

        때때로
        바람 부는 날이면
        풀잎을 햇살에 비벼 먹을 것
        그래도 배가 고프면
        입을 없앨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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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내가 보는 시집..  배가 혹은 마음이 허할 때 이런 시를 보고 있으면 때론 더 허기가 지고 때론 배가 부르다.  

나이에 따라 밥을 먹는 법도 달라진다. 요즘 나는 어떤 방법으로 밥을 먹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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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9-01-30 2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의 밥 먹는 법은? 전 요새 속탈이 나서 먹기가 겁이 나요.
아마도 밥 먹는 법에 잘못이 있나 싶네요.^^

스파피필름 2009-01-31 02:54   좋아요 0 | URL
이런이런.. 저도 요즘 맵고 짠 자극적인 음식들 먹으면 탈이 잘 나요 ㅠㅠ
시처럼 풀잎을 햇살에 비벼먹어도 배가 부르면 참 좋을텐데말이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