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선생 지식경영법 - 전방위적 지식인 정약용의 치학治學 전략
정민 지음 / 김영사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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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의 인생동안 그렇게 많은 저서를 남긴 것도 대단하지만 그런 저술의 바탕이 되었던 방법들이 오늘날 인문학도들이 바로 배워야 할 것들이라는 점에서 더 놀랍다. 오히려 당연한 것인가.   
이 책을 읽으며 진정한 공부가 무얼까 생각해보았다. 지식을 달달 외우는 것이 공부가 아니다. 잘 외워서 시험 잘 보는 것이 진정한 공부가 아니다. 자신의 얼개를 세워 그 기준으로 지식을 재구성하는 것이라고 할까. 그는 늘 이런식으로 공부하였기에 그렇게 많은 아웃풋을 낼 수 있었던 것이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체계적인 메모의 중요성!  

토론을 통해 서로의 이론을 비판하는 능력 또한 쉽지 않은 기술인 것 같다. 이론을 비판하는 것이 그 사람을 싫어해서 그런 것이 아닐진대 아직도 누군가의 주장을 비판하는 것이 어려운 것은 습관이 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니까 감정이 상한다는 말. 좋은게 좋다는 식으로 서로를 칭찬해 보았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을텐데 말이다.

복사뼈에 구멍이 날 정도로 자리도 뜨지 않고 공부하였다고 하니 그 집중력이 얼마나 대단할지 상상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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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트의 여왕
백영옥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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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식증과 폭식증을 오가는 사례를 TV에서 본 적이 있다. 그건 먹는 것을 자신의 이성으로 조절하지 못하는 의지의 문제가 아닌 일종의 병이었다. 무엇이 그들을 그렇게 만들었을까.  

 실연의 슬픔을 잊고자 다이어트 프로그램에 출연하게 된 연두가 다이어트로 몸무게 감량에 성공하고 이어 온 거식증으로 요리사로서의 직업이 위태해지기까지 과정이 그려지고 있다. 시작은 장난스러웠으나 연두의 삶을 뒤흔들정도로 다이어트의 위력은 실로 위대했다. 고작 몸무게라는 수치가 우리의 의식을 어떤 식으로든 지배할 수 있다는 것은 우리 사회가 외모의 중요성에 얼마나 큰 가치를 두고 있는지 말해준다. 도달해야할 목표는 모두 다르다. 마른 사람 역시 그들 나름의 기준으로 다이어트를 하고 있는 실정이니 말이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한번도 독하게 다이어트를 해본적은 없으나 몸무게를 자주 재고 있으며 일정수치를 벗어나지 않고자 노력하는 편이다. 건강하기 위해서? 라고 질문해보지만 망설일것도 없이 아니다라고 말할 수 있다. 그건 그냥 내가 세워놓은 기준이다. 그리고 나의 의식을 잠식하고 있는 그 기준이란 것은 현재 우리사회가 만들어가는 가치와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이 책을 그저 심심풀이로 읽으려 했으나 끝은 무서웠다. 다이어트프로그램에 참가한 구성원들은 연두의 성공을 끝까지 시기한다. 몸무게의 많고 적음은 상대적인 문제다. 이 상대성이 서로를 경쟁자로 내몬 소설에서의 상황이 무섭다.  

 작년에 백영옥의 책들을 읽었는데 이 소설이 훨씬 마음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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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그네 오늘의 일본문학 2
오쿠다 히데오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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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향집에 갔다가 읽을 책을 찾던 중 사놓고 안 읽은 책을 이제서야 읽었다. 이걸 왜 안 읽고 놔뒀을까. 이 책 재밌다. 이렇게 재밌는 신경정신과 의사가 있다면 좋겠다. 몸소 해결책을 보여주는 이라부. 그리고 이라부를 만난 환자들은 자신의 병을 치료하게 된다.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독특한 것 같지만 곰곰 생각해보면 누구나가 가지고 있을 법한 모습들이다. 강박증을 가지고 있거나, 나보다 젋고 잘난 후배를 시기하거나, 나만이 살기 힘들다고 투덜댔던 적들이 있지 않은가. 어느 정도 궤도에 올랐다고 자부했던 순간을 뒤로하고 급작스레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 같은 심정.. 그 역경을 딛고 일어나기 위해서는 이라부처럼 덜 심각하게, 때론 막무가내로 아무 생각없이 크게 웃으며 내키는 대로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으리라. 우리는 늘 점잖게 품위를 유지하며 살아야한다는 강박을 어느 정도는 가지고 있다. 이 책을 읽고 난 후 그런 것들이 무슨 소용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벼운 내용 같지만 한번쯤은 생각해볼 주제들을 담고 있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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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 마일 스티븐 킹 걸작선 6
스티븐 킹 지음, 이희재 옮김 / 황금가지 / 200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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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티븐 킹은 어떤 편견때문에 여태 읽기를 미뤄뒀었다. 우연히 이 책을 처음으로 시작하여 읽게 되었는데 오, 정말 재밌다!를 연발하면서 나를 조금 우울하게도 만들기도 하고 어느 때는 눈물짓게 만들기도 했다. 내가 유일하게 전작을 읽은 작가 폴 오스터의 책들을 읽은지 한참 되었고 그 이후로 딱히 모든 작품을 읽어보고 싶은 작가가 나타나질 않았는데 이 책을 필두로 다른 책들도 다 찾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작품이 워낙 많기 때문에 시간은 오래 걸리겠지만 딱히 읽고 싶은 소설이 생각나지 않을 때 스티븐 킹을 떠올리면 되겠구나 생각하니 슬금슬금 웃음이 나온다.  

 나는 이런 형식의 서술이 마음에 든다. 나이든 노인이 과거를 회상하며 그때는 이랬었지, 그때 생각한 것이 지금에 와보니 어땠더라 하는 등등의. 이때의 노인은 삶의 온갖 고난을 경험하고 인간으로서 배울 수 있는 지혜를 가지고서 평온하게 노후를 맞이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평온하다는 건 마음의 평정과는 좀 다른 뭐랄까. 있는 그대로 가감없이 생의 한 장면을 서술할 수 있는 그런 능력 말이다. 그런 면에 있어서 차분하고 때론 냉정하나 따뜻함을 가지고 있는 사람, 폴 에지콤을 좋아하지 않을 수가 없다.   

 들라크루아의 참혹한 죽음이나 존 커피가 사람들과 딸랑 씨를 치유하는 장면은 영화를 보지 않았음에도 생생하게 그려지는 듯 하다. 죄를 저지르지 않았는데도 처벌을 받아야 하는 존 커피의 운명을 무엇으로 설명해야 할까. 존 커피 자신은 치유의 능력을 가진 자신의 운명이 힘들어 죽고 싶다고 말한다. 치유할 수 있는 능력은 축복일까 저주일까. 세상의 온갖 고통이 존 커피에게는 짊이 되었던 것이다. 폴 에지콤은 존 커피에게 치유의 힘을 받아 백살이 넘는 나이까지 살면서 주변의 사람의 죽음을 지켜봐야했다. 어느 순간 구원이었던 그 축복이 구원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은 생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끝부분에 존 커피를 탈옥시켜주지 않을까 했는데 그런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아니면 사건을 다시 재소해보는 방법이라도.. 하지만 그런 일 역시 일어나지 않는다. 단지 존 커피라는 사람이 있었을 뿐이다. 책장을 덮고 난 후 진실은 밝혀지지도 않고 그의 존재만이 덩그러니 남아 가슴을 아프게 한다. 이 여운이 며칠은 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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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기술 - 출간 50주년 기념판
에리히 프롬 지음, 황문수 옮김 / 문예출판사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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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유명한 <사랑의 기술>을 읽었다. 이 책은 1956년에 출판되었다. 성숙한 사랑에 관해 논하고 있는 책들의 대부분이 이 책을 참조하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어디선가 보았을 법한 내용들이다. 성숙하자(?), 스스로에게 다짐하지만 이런 류의 책들은 읽을 때만 반짝 용기를 내도록 도와주는 듯 하다. 어찌되었든 계속 해서 읽다보면 스스로의 성장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한다.  

 사랑은 대상의 문제가 아니다라는 표현은 고미숙의 책에서 처음 보았는데 이미 수십년전에 알려진 개념이었다. 나아가 사랑은 특정한 상대에 대한 태도도 아니며, 감정상태도 아니다. 그것은 한 사람이 세상과 관계를 맺는 태도라고 볼 수 있다. 이 책은 다른 책들과는 달리 남녀간의 성애만으로 사랑의 범주를 국한하지 않았다. 형제애, 모성애, 부성애, 신에 대한 사랑 등 사랑의 다양한 개념들을 알 수 있다. 이런 식으로 사랑의 범주를 확장시키면 사랑이 특정 대상과의 관계가 아니라는 것이 이해가 된다. 실패한 사랑을 분석해보면 나의 삶에 대한 태도를 알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했다. 모성애에는 두가지 측면이 있다고 한다. 하나는 보호와 책임의 측면이고 다른 하나는 이보다 더 중요한, 아이로 하여금 '삶에 대한 사랑'을 알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어머니가 '젖'을 줄수는 있으나 '꿀'까지 주는 어머니는 소수이다. 꿀을 주기 위해서는 '좋은 어머니'일뿐 아니라 어머니 스스로가 행복한 사람이어야 한다. 이 부분이 오래도록 마음에 걸린 것은 왜일까. 

 다른 책들에서도 강조하는 바이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 이 책에서는 이를 자기 자신에 대한 신앙이라 표현했는데 이런 사람만이 다른 사람에게도 성실할 수 있으며, 약속할 줄 아는 사람이 될 수 있다고한다. 자기 자신에 대한 신앙은 인간 실존의 한 조건이라고 까지 표현하고 있다. 그렇다면 자기자신에 대한 믿음은 어떻게 길러질 수 있는가? 이 책에서 소개하는 재밌는 방법은 하루에 20분정도 명상을 통해 자기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다. 또 혼자 있는 시간을 잘 견딜 수 있어야 한다. 혼자서 자기 집중을 할 수 있다는 것은 독서나 흡연, 음악감상 등과 같은 일체의 행동도 하지 않아야 한다. 아니면 독서를 하더라도 독서이외의 다른 상념은 물리쳐야 한다. 지금 하고 있는 행위 이외에 다른 무언가를 떠올리면 안된다. 이렇게 집중할 수 있는 사람은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길러지고 믿음이 있는 사람만이 성숙한 사랑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프롬이 말하는 바가 어느 정도는 수긍이 간다. 오히려 이 책은 이 책 자체의 내용보다는 프롬의 다른 저작들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자유로부터의 도피>부터 읽어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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