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을 여행하라 - 공정여행 가이드북
이매진피스.임영신.이혜영 지음 / 소나무 / 200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에서 알게 된 것들은 정말 충격적인 것들이다. 관광산업은 해마다 10%이상씩 증가하고 있지만 관광객이 뿌리고 가는 돈 중 현지 주민들에게 돌아가는 돈은 얼마되지 않는다고 한다. 대부분의 호텔, 항공사, 휴양클럽, 관광회사, 식당 체인은 다국적 기업이 소유하고 있으며 이런 기업의 상당수는 G7에 속한 나라들에 본사가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사람들이 최고로 많이 가는 나라들인 아시아 국가들은 말할 나위가 없다. 좀더 편한 여행을 위해서 익숙한 체인점들에만 눈길이 가는 것은 나 역시 여러 여행을 통해 그래왔던 것이다. 하지만  현지의 문화를 체험하고 현지사람들과 마음을 나누는 여행이 좋은 여행이라는 것은 명백하다. 그렇다면 어떤 여행이 바람직할지는 답이 정해져있는 것들이다. 언젠가 TV에서 본 태국의 코끼리 학대 장면도 충격이었는데 이것 역시 이 책에 잘 나와 있다. 한순간의 즐거움을 위해 희생당하는 자연과 동물은 얼마나 많은가. 우리가 그들보다 어떤 측면으로 조금 잘산다는 이유만으로 그들의 삶을 유린하고 있지는 않은지 반성할 일이다. 루브르박물관이라는 일종의 브랜드가 취하는 횡포는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이 박물관의 가장 큰 수입은 자기 나라 것도 아닌 유물을 소유하고 이를 본국에 반환하지 않음으로 취하는 이득이다. 전세계의 사람들은 세계의 유물을 보기 위해 루브르로 간다. 그 유물들을 다른 나라에 전시의 형태로 빌려주고서 취하는 이득 또한 엄청나다. 우리의 유물들이 외국에서 유령처럼 떠도는 것에 분개했던 기억이 난다. 그런 아픔을 겪는 나라가 비단 우리나라 뿐이 아니었다. 소수민족의 희귀한 삶이 상품화되고 그로 인해 그들이 겪는 고통 또한 간과해서는 안된다.

 여행을 하는 것이 남들 다하는 관광이 아니기를.. 여행을 떠나는 혹은 관광이 목적인 사람들이 떠나기전에 한번쯤 읽고 가면 좋으리라 생각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아하게 가난해지는 방법
알렉산더 폰 쇤부르크 지음, 김인순 옮김 / 열린책들 / 2006년 7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엄밀히 말하면 현재 비록 가난해졌지만(쭉 가난해왔던 것과는 다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아하게 살아가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에 대해 알려준다. 사실 그 방법들은 크게 어렵지 않고 익히 들어보았던 것들이다. 그 방법들을 한문장으로 요약하면 삶을 간소하게 하라는 것이다. 자동차를 소유하지 않고 불필요한 물건들은 구입하지 말고 매스컴의 농간에 휘둘리지 않는 것이 해결책이다. 우루루 사람들과 떠나는 관광을 즐기기 보단 오랜기간 한곳에 머물려 여행하는 것이 더 이득이라고 한다. 매스컴에서 떠들어대는 문화상품에 현혹되지 말고 자신만의 소신을 가지고 한가지 분야에 전문가가 되라고 한다. 가령 앤디워홀 전시회에 대해 연일 떠들어대고 그 전시회를 가지 않으면 대화속에서 소외될까 마지못해 가는 것은 옳지 못한 문화소비행위라는 것이겠다. 그 방법들이 그닥 새롭지는 않지만 나는 그래도 이 책이 재밌었다. 책에는 다양한 인용들이 나온다. <안나카레리나>에서의 한 구절,<롤리타>의 저자 나보코프의 생활, 비트겐슈타인의 기이한 행로, 수도사 프란체스코의 일화 등등.. 그러나 이 책은 잘 살다가 실직 등을 당해 가난해진 사람들을 위한 책이지 결코 처음부터 쭈욱 가난해왔던 사람들의 이야기는 아니다. 전자의 사람들은 그저 어느 정도는 포기하고 소신있게 살아가면 바로 행복해질 수 있는 사람들이지만 후자의 사람들의 가난에 대해서는 무슨 말을 해야할지.. 나도 모르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신갈나무 투쟁기 - 새로운 숲의 주인공을 통해 본 식물이야기, 개정판
차윤정.전승훈 지음 / 지성사 / 2009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상수리나무와 비슷한 신갈나무의 친구들은 여럿이다. 참나무류라고 불리는 데 상수리나무외에도 굴참나무, 신갈나무, 떡갈나무, 졸참나무, 갈참나무들이 있다. 그중 신갈나무가 어린 씨앗에서 다 큰 나무가 될 동안 또 봄, 여름, 가을, 겨울과 같은 계절의 변화 속에서 스스로를 어떻게 적응시켜가며 살아가는지를 보여준다. 과학적인 설명뿐 아니라 화자가 나무인 것처럼 표현하기도 하는데 굉장히 문학적인 문장들이 돋보였다.

 사람들이 겉에서 보는 숲은 굉장히 평화로워 보인다. 그도 그럴것이 우리의 마음속에 숲은 어머니와 같은 평화로움으로 이 땅의 많은 생명을 품는 존재로 늘 그려져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세히 그 내막을 알고 보면 그렇지 않다. 조금이라도 빛을 더 받고자 겨울에는 혹독한 추위에 맞서고자 신갈나무는 부단히도 투쟁 중이었던 것이다. 그런 신갈나무의 생을 생각하면 과연 나는 얼마나 열심히 살았나하는 반성을 하게 된다. 해이해진 마음을 잡기에 의외의 책이 나에게 힘을 실어준 것이다. 이 책에는 신갈나무의 이야기 외에도 다른 흥미로운 이야기꺼리들로 가득하다. 청소년권장도서이긴 하나 어른들도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을 통해 알게 된 것들을 적어본다. 
  

 * 식물이 장수할 수 있는 것은 동물과 달리 오랜 기간 동안 생장과 발달이 정지된 상태로 머무를 수 있기 때문이다.  

 * 가로수로 많이 심어져있는 플라타너스의 잎이나 열매의 털이 사람에게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킨다고 오해받는다. 그러나 알레르기 반응이란 일종의 항원항체반응으로 단백질이 관여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는 알레르기 반응이 아니고 피부를 자극하여 가려움을 유발하는 것이다. 오히려 플라타너스의 솜털은 도심의 훌륭한 청소기 역할을 한다고 한다.
 * 식물은 몸의 일부가 손상되더라도 곧 보상의 생장이 일어나 전체적인 생명이 유지된다. 동물처럼 몸의 어디에도 치명적인 조직을 만들지 않고, 어디서나 새로이 시작할 수 있는 복병을 배치하는 것이야말로 식물이 오랜 세월 지구상에서 살아남을 수 있던 기본 힘이다.
 * 나이테는 여름과 겨울이라는 기온차에 따라 생장의 차이가 발생함으로써 만들어진다.  

 * 화분에 우유나 달걀껍질을 주는 것은 별 도움이 안된다. 우유속의 단백질 성분은 식물에게 질소를 공급하게 되는데 토양 내 미생물에 의해 질산 형태의 단순한 구조로 분해된 후에라야 흡수가 가능한 것이다. 오히려 화분의 흙 표면에 막을 형성하여 공기의 유통을 방해하기 때문에 흙이 썩을 염려가 있다. 달걀껍질 역시 칼슘성분을 식물이 바로 이용할 수 없다.
 * 서리 맞은 감이 단 이유는 과일안의 수분이 빠져나갔기 때문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일의 기쁨과 슬픔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 이레 / 2009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직업선택이 곧 우리의 정체성을 규정한다고 생각하는 오늘날 우리는 우리가 하는 일에서 부단히도 의미를 찾으려고 한다. 내가 하는 일은 나의 자아를 실현시켜 한 개인의 성장으로 이끌거나 설령 싫은 일을 하더라도 경제적인 활동을 가능하게 하여 사람구실(?)을 할 수 있게 해준다. 보수를 받는 일자리를 갖어야 한다는 관문이 가지는 의미는 실로 엄청나다. 그러나 흥미로운 것은 이런 생각이 늘 옳았던 것은 아니어서 기원전 4세기에 아리스토텔레스는 만족과 보수를 받는 자리는 양립할수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노동하지 않고 소득을 얻어 여가를 즐기는 생활을 할 때만 음악과 철학이 주는 높은 수준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노동을 하지 않고 어떻게 소득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인지 이해는 가지 않는다. 어쨌거나 오늘날 일을 하는 많은 사람들이 열심히 일해서 돈을 벌고 그 돈으로 여가를 즐기려는 생각을 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는 않은 것 같다. 그렇다면 일 자체에서 즐거움을 얻을 수는 없는가. 즐거움까지는 아니더라도 일의 효용을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에 이 책은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이 책에서 소개되고 있는 대부분의 일들은 대부분이 분업화되고 따라서 특정분야의 종사자가 자신의 분야에서만 전문적일 수 있음을 강조한다. 전문용어들을 천천히 따라 읽고 있으면 내 현실과는 전혀 상관없는 일들 같다. 하지만 나는 우리 집으로 들어오는 전기를 쓰고 있고 가게에서 비스킷을 사다 먹고 있으면 식탁위의 참치를 맛있게 먹고 있다. 자질구레하고 지루할 것 같은 그 모든 일에 종사하는 사람들에 의해 나의 삶이 꾸려지고 있는 것이다. 의미 있는 일이란 의사나 변호사와 같은 직업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일로 인해 세계의 수만 명의 사람들이 살아가는데 일조하는 것들이다. 그리고 거의 모든 직업이 이러한 공헌을 한다는데 의심할 여지는 없다. 홀로 그림을 그리는 테일러조차 그의 노력의 결과물인 아름다운 나무의 모습을 담은 그림으로 누군가의 거실에서 그 그림을 보는 이에게 기쁨을 주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큰 일의 효용은 방향을 잃고 흔들리기 쉬운 우리들의 삶에 대한 물음들을 조용하게 잠재우고 지금 그 순간에 몰입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보통은 단순하고 지루하고 반복적인 일들을 행하는 것이 곧 삶의 지혜라고 하였다. 이러한 일의 측면이야말로 일의 기쁨과 슬픔이 아니지 않고 무엇이겠는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바덴바덴에서의 여름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33
레오니드 치프킨 지음, 이장욱 옮김 / 민음사 / 2006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레닌그라드로 가는 기차 안에서 화자는 도스토예프스키의 두 번째 아내인 안나 그리고리예브나의 일기를 읽게 된다. 이 ‘일기’라는 책에서 도스토예프스키 부부는 페테르부르크를 떠나 드레스덴으로 향한다. 이 두 개의 서사가 이 소설을 이루는 중심축이다. 도박에 빠져 정신분열적인 행동을 보이지만 한편으로는 미워할 수 없게 만드는 사람, 도스토예프스키의 인간적인 면모가 드러난다. 이 책은 그야말로 레오니드 치프킨이 도스토예프스키에게 바치는 연서인 것이다. 살아생전 이 책이 끝까지 출판되는 것도 보지 못한 작가의 유대인으로서의 삶이 사뭇 고통스럽게 다가온다. 유대인을 증오했던 도스토예프스키를 사랑하는 치프킨의 속내는 어떠했을까. 환상적인 표현들, 도스토예프스키의 많은 작품들에서 나오는 인물들이 여기저기서 튀어나와 익숙치 않았지만 그래서 또 재밌게 읽었다. 치프킨은 살아생전의 도스토예프스키의 작품을 얼마나 많이 반복해서 읽었을까. 그것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괜히 마음이 애잔해진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노이에자이트 2010-02-21 16: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스토예프스키의 생애를 읽을 때마다 아내나 자식들에겐 최악의 남자라는 생각이 듭니다.도박하는 남자...특히 남편감이나 사윗감으론 최악이죠.도스토예프스키의 작품을 읽을 땐 역시 그의 사생활이나 극단적인 민족주의적,종교적인 보수사상은 잊어버려야겠지요.

스파피필름 2010-02-22 13:42   좋아요 0 | URL
어떤 작가의 작품을 읽을 때 그 사람의 배경을 생각하지 않기란 힘든 것 같아요. 그래서 일부러 작가 소개를 읽지 않는 경우도 있는데 한국작가들의 경우는 특히 이런 편견이 더 심한 것 같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