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금 100만 달러
너새네이얼 웨스트 지음, 장호연 옮김 / 마음산책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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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두개의 단편이 들어있는데 <거금 100만 달러>와 <발소 스넬의 몽상>이 그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처음에 읽은 것이 괜찮았다. <거금 100만 달러>에 등장하는 우리의 주인공(소설에서는 이런 식으로 우리의 주인공...이라는 서술이 많이 나온다.) 렘은 뉴욕으로 거금을 벌기 위해 출발한다. 이유는 어머니와 단둘이 살던 집이 넘어가게 생겨 집을 되찾기 위해서 이다. 그러나 그앞에 펼쳐지는 기구한 일들은 허무맹랑하다 못해 우스꽝 스럽다. 가진 것이라고는 몸 하나 밖에 없는 이 젊은이는 이를 몽땅 뽑히고, 눈 하나를 잃었으며 손가락이 잘려나간다. 머리가죽이 찢기고 다리가 하나 잘린다. 불구를 가지고 공연까지 하는 배우가 되지만 끝내 총알이 그를 죽음으로 내몬다. 기회의 땅이라는 미국에서 젋은이가 거금 100만 달러가 버는 것은 식은 죽먹기라고 하는데 어째서 그에게는 이렇게 어처구니 없는 일들만 펼쳐졌던 것일가. 그의 삶과 죽음은 헛되지 않았다고? 그의 순교로 말미암아 미국은 국가혁명당을 통해 다시 태어났다고? 개인을 희생양으로 국가라는 거대한 대상이 유지된다고 하기에 한 생명이 감내해야했던 고통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사실 이 작가의 작품은 처음 읽는다. <미스 론리하트>를 읽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으..  그가 살았던 1930년대 미국을 특유의 냉소와 풍자로 담아냈다는 것이 옮긴이의 말에 나와있다. 또 자주 비견된다는 볼테르의 <캉디드>와도 정말 매우 닮아있다. 한 개인의 하찮은 목숨쯤이야 도처에 널려있다. 하지만 그러한 소중한 죽음에 주목하지 못하는 사회는 불행한 사회이다. 그 역할을 문학이 맡아야 하는가? 어느 정도는 수긍할 수 있을 것 같다. 뒤에 나오는 <발소 스넬의 몽상>은 앞의 단편과 분위기가 매우 다르다. 발소 스넬이라는 시인이 트로이 시를 걷다가 그리스 목마를 발견하고 그 안으로 들어가 여러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게 되는 내용이다. 목마의 내부기관에 있는 사람들은 황당한 얘기들을 제각각 꺼내는데 그 이야기를 주목해보는 것이 재밌다. 인생은 결국 여행이라고 말했던 베르고트의 말처럼 발소는 목마의 내부를 여행하는 것이다. 현실인가 몽상인가. 헤깔린다. 다분히 환상적이다. 안타깝게도 너새네이얼 웨스트는 서른일곱이라는 젊은나이에 요절했다고 한다. 그의 이전작을 찾아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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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하는 시 - 시인 최영미, 세계의 명시를 말하다
최영미 / 해냄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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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주 오랜만에 시집을 읽는다. 나는 이렇게 작가가 자신이 좋아하는 시를 모아놓은 이런 류의 책을 좋아한다. 한국시뿐 아니라 영시를 접할 일은 거의 없는데 이런 식으로라도 읽을 수 있는 것은 얼마나 행운인가 말이다. 두 페이지에 걸쳐 한쪽에는 시를 다른 쪽에는 짤막하게 감상평이 적혀 있다. 시를 읽는 (보는?) 이유는 아마도 짧은 형식안에 많은 것을 응축시켜 삶의 어떤 단면, 통찰을 말해주고 있기 때문이리라. 구구절절 설명하는 것 보다 어떤 날에는 짧은 몇 마디의 말이 더 와닿는 것 처럼... 날씨는 징하게도 안좋고 기다리는 봄은 안오고.. 이 시집을 읽으니 그래도 마음이 좀 풀리는 것 같다. 맘에 들었던 시 하나를 적어본다.   

 

                  자기 연민 Self-Pity                          

           

                                                    데이비드 허버트 로렌스  

 

         나는 결코 야생의 것들이  

         자신에게 미안해 하는 것 보지 못했다. 

         작은 새는 가지에서 얼어죽어 떨어질 것이다 

         자신에게 미안하다는 생각 추호도 하지 않으며.   

 

인간만이 자신에 대한 연민을 가진다. 그 연민이란 감정때문에 힘들어지기도 하고 다시 살아갈 수 있는 힘이 되기도 한다. 최영미의 말처럼 우리가 자신을 의식하지 않는다면 훨씬 수월하게 살아갈 수 있을 텐데. 허튼 감상일랑 얼른 졸업해야 할텐데.. 하지만 나를 비롯해 다른 사람이 불쌍하게 여겨지는 날 나는 한없이 착해지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연민이 지나친 자기비하로만 이어지지 않는다면 어느 정도는 괜찮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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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숨결이 느껴지나요?
    from 나비효과 2010-07-02 13:37 
    숨결이 느껴지나요? -lumiere- 어디를 보고 있나요? 당신이 보는 것을 보고 싶고 같이 느끼고 싶고 웃을 때 웃고 차마 울지 못하면 대신 울어줄게요. 그 발길 어디로 향하나요? 어떤 곳이라도 좋으니 제 손 잡고 가세요. 못가면 쉬었다 가고 험하면 돌아가세요. 왜 물구나무서기를 하고 있나요? 세상의 짐을 다 이고 있으면 어깨도 아프고 무엇보다 팔베개가 되어줄 수 없잔아요. 몫을 나누면 나머지는 사랑으로 채워집니다. 무엇이 두렵나요? 당신이 두려워..
 
 
 

 

 요즘 같은 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늘 책을 읽는데도 법정스님 말대로 이 세상에 말빚을 남겨 누군가에게 상처주는 말 혹은 행동을 일삼는다면...  

 그 많은 책을 읽었던 것은 무엇이었던가..  한권의 책을 펼치기 시작해서 마지막 장을 닫을 때  

 그 때의 나는 이전과 다른 나가 되어 있어야 하는데.. 나는 왜 변화하지 못하는가 하는 자괴감이 몰려든다.  

 무언가는 달라져야 한다. 그게 내 자신이든 아니면 책을 읽는 방식이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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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각사
미시마 유키오 지음, 허호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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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더듬이인 주인공은 자신의 불우한 환경에 대한 대체물로 아름다움의 상징인 금각사에 모든 증오를 투사한다. 하지만 이 절대미의 대상은 그가 어떤 일을 하려는 순간에 나타나 주인공이 그 행동을 하는 것을 방해한다. 결국 주인공은 이 대상을 파괴하는 행동을 통해 자신이 자신의 인식안에 갇혀있음을 벗어나려 발버둥 친다. 방화를 저지르고 담배 한대를 피우고 나서야 비로소 살아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 것이다. 말더듬이라는 장애, 일찍 돌아가신 아버지와 가정형편때문에 절에 맡겨지는 주인공의 방황이 단아하면서도 섬세한 문체로 그려진다. 사실 이 책을 읽으며 뒷부분에 주인공이 방화를 결심한 순간 얼마전 불에 탄 숭례문이 생각났다. 이 소설을 읽고 행여나 금각사를 태워버리겠다는 사람이 나오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은 이 책의 해설을 읽는 순간 해결되었는데, 1950년에 금각사 방화사건이 이 소설의 모티브가 되었다고 한다. 그러니까 이미 이 소설이 탄생하기 전에 그런 일이 있었던 것이다.  

 자신이 만든 인식의 굴레를 벗어나는 것은 얼마나 힘든 일인가. 자신에게는 빛과 같은 존재인 쯔루가와는 유서에서 구김살없는 햇살을 끝내 보지 못했다고 했다. 그 자신이 바로 그것이었는데 말이다. 가시와기가 말했듯이 삶을 견뎌내기 위한 인식이란 것은 인간의 무기가 되었지만 사실 그것 자체로는 고통이 경감되는 건 아니다. 그렇다면 무엇을 무기로 이 고난한 생을 견뎌내야 하는 것인가. 주인공은 그것을 아름다움에서 찾으려고 했던 것 같다. 하지만 모순적이게도 그 환영의 대상을 없애고 난 뒤에야 비로소 정말 자신으로 살아갈수 있으리라는 결심에 방화를 단행하게 된다. 내가 이 소설을 제대로 이해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작가의 문체 그리고 이책에서 풍겨지는 조금 예스러운 듯한 느낌이 매우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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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족의 은밀한 사생활 - 탐미의 시대 유행의 발견, 개정판
이지은 지음 / 지안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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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16세기에서 18세기에 프랑스 귀족들이 궁정에서 어떤 생활을 했었는지를 보여준다. 역사책같기도 하고 화려한 도판으로 미술책 같기도 하다. 각 꼭지들은 한장의 그림으로 시작하는데 한장의 그림에서 그 시기의 생활을 발견하는 저자의 세심한 눈길이 느껴진다. 내용도 무척 풍부하고 책 자체가 아주 정성들여 만들어졌다. 지금은 당연한것 같은 문화들이 아주 예전에 그러니까 그것들이 도입되던 시기에는 얼마나 신선한 충격이었을지.. 재밌는 것은 프랑스의 왕이나 귀족들의 삶은 외부에 자유롭게 공개되어 있었다고 한다. 베르사유궁에는 어느 정도의 복장만 갖추면 누구라도 드나들 수 있었는데 왕이 식사하는 장면까지도 볼 수 있었다고 한다. 오늘날 베르사유궁이 많은 사람들이 찾는 관광명소가 된 것은 이러한 역사적 배경이 한 몫을 하고 있었다.  

17세기에는 기본식사가 하루에 두끼였다고 한다. 디너라고 부르는 점심식사와 수페라고 부르는 저녁 식사가 그것이다. 루이 14세의 음식에 대한 집착은 그의 불우한 유년에게 기인한다. 서류한장까지 직접 서명해야 직성이 풀렸고 궁 안을 자신을 상징하는 태양으로 휘감을 정도의 권력과시가 심했다. 과식으로인한 장염, 편두통,소화불량을 달고 살았다고 한다. 둥근 모양의 접시가 유행하기 시작했던 것도 루이 14세때부터이다. 이전까지는 네모난 접시가 씌였다고 한다. 시계가 부르주아지의 가정에 일반화된 것은 18세기 초엽부터라고 한다. 그 당시로는 이해될 수 없었던 마리 앙투아네트의 사생활을 엿보고 나니 그녀에 대한 다른 책들을 찾아보고 싶어졌다. 또 루이 14세,15세,16세의 품성이나 사생활을 재밌게 읽을 수 있었다. 참고문헌을 보니 저자가 얼마나 열심히 이 책을 만들었을지 짐작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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