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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하는 시 - 시인 최영미, 세계의 명시를 말하다
최영미 / 해냄 / 2009년 10월
평점 :
품절
아주 오랜만에 시집을 읽는다. 나는 이렇게 작가가 자신이 좋아하는 시를 모아놓은 이런 류의 책을 좋아한다. 한국시뿐 아니라 영시를 접할 일은 거의 없는데 이런 식으로라도 읽을 수 있는 것은 얼마나 행운인가 말이다. 두 페이지에 걸쳐 한쪽에는 시를 다른 쪽에는 짤막하게 감상평이 적혀 있다. 시를 읽는 (보는?) 이유는 아마도 짧은 형식안에 많은 것을 응축시켜 삶의 어떤 단면, 통찰을 말해주고 있기 때문이리라. 구구절절 설명하는 것 보다 어떤 날에는 짧은 몇 마디의 말이 더 와닿는 것 처럼... 날씨는 징하게도 안좋고 기다리는 봄은 안오고.. 이 시집을 읽으니 그래도 마음이 좀 풀리는 것 같다. 맘에 들었던 시 하나를 적어본다.
자기 연민 Self-Pity
데이비드 허버트 로렌스
나는 결코 야생의 것들이
자신에게 미안해 하는 것 보지 못했다.
작은 새는 가지에서 얼어죽어 떨어질 것이다
자신에게 미안하다는 생각 추호도 하지 않으며.
인간만이 자신에 대한 연민을 가진다. 그 연민이란 감정때문에 힘들어지기도 하고 다시 살아갈 수 있는 힘이 되기도 한다. 최영미의 말처럼 우리가 자신을 의식하지 않는다면 훨씬 수월하게 살아갈 수 있을 텐데. 허튼 감상일랑 얼른 졸업해야 할텐데.. 하지만 나를 비롯해 다른 사람이 불쌍하게 여겨지는 날 나는 한없이 착해지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연민이 지나친 자기비하로만 이어지지 않는다면 어느 정도는 괜찮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