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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각사
미시마 유키오 지음, 허호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2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말더듬이인 주인공은 자신의 불우한 환경에 대한 대체물로 아름다움의 상징인 금각사에 모든 증오를 투사한다. 하지만 이 절대미의 대상은 그가 어떤 일을 하려는 순간에 나타나 주인공이 그 행동을 하는 것을 방해한다. 결국 주인공은 이 대상을 파괴하는 행동을 통해 자신이 자신의 인식안에 갇혀있음을 벗어나려 발버둥 친다. 방화를 저지르고 담배 한대를 피우고 나서야 비로소 살아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 것이다. 말더듬이라는 장애, 일찍 돌아가신 아버지와 가정형편때문에 절에 맡겨지는 주인공의 방황이 단아하면서도 섬세한 문체로 그려진다. 사실 이 책을 읽으며 뒷부분에 주인공이 방화를 결심한 순간 얼마전 불에 탄 숭례문이 생각났다. 이 소설을 읽고 행여나 금각사를 태워버리겠다는 사람이 나오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은 이 책의 해설을 읽는 순간 해결되었는데, 1950년에 금각사 방화사건이 이 소설의 모티브가 되었다고 한다. 그러니까 이미 이 소설이 탄생하기 전에 그런 일이 있었던 것이다.
자신이 만든 인식의 굴레를 벗어나는 것은 얼마나 힘든 일인가. 자신에게는 빛과 같은 존재인 쯔루가와는 유서에서 구김살없는 햇살을 끝내 보지 못했다고 했다. 그 자신이 바로 그것이었는데 말이다. 가시와기가 말했듯이 삶을 견뎌내기 위한 인식이란 것은 인간의 무기가 되었지만 사실 그것 자체로는 고통이 경감되는 건 아니다. 그렇다면 무엇을 무기로 이 고난한 생을 견뎌내야 하는 것인가. 주인공은 그것을 아름다움에서 찾으려고 했던 것 같다. 하지만 모순적이게도 그 환영의 대상을 없애고 난 뒤에야 비로소 정말 자신으로 살아갈수 있으리라는 결심에 방화를 단행하게 된다. 내가 이 소설을 제대로 이해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작가의 문체 그리고 이책에서 풍겨지는 조금 예스러운 듯한 느낌이 매우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