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라쉬 브런치 - 번역하는 여자 윤미나의 동유럽 독서여행기
윤미나 지음 / 북노마드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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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이 좋았던 이유는 내가 여자라는 것이 큰 몫을 했을 것이다. 물론 모든 여자가 이 책의 취향을 좋아할 순 없겠지만.. 프라하, 두브로브니크, 슬로베니아와 같은 동유럽의 도시들의 풍경은 사실 이 책 속에서는 그렇게 두드러지지 않은 것 같다. 오히려 나는 자유로운 여자다,라는 저자의 배경이 두드러진다. 이유없이 짜증낼 수 있고, 모난 부분 감추려 하지 않고, 내키는 대로, 실수투성이인채로 자신의 겉모습을 이 책을 통해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문장 역시 매력적인데 화려한가 싶다가도 일상의 모습을 그대로 드러낸다. 밑줄긋고 싶었던 문장이 얼마나 많은지..  사람으로 살고 싶은데(??) 잘 되지 않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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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라쉬 브런치 - 번역하는 여자 윤미나의 동유럽 독서여행기
윤미나 지음 / 북노마드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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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수성 풍부한 독자가 실비 제르맹의 <프라하 거리에서 울고 다니는 여자>를 읽고 프라하를 본다면 아마 도시 전체가 하나의 시처럼 보일 것이다. 그녀가 묘사한 해진 옷 주름 사이사이에 눈물처럼 역사의 상처를 품고 다니는 거인 여자를 실제로 만날 수 있을 것이다. -78쪽

웃음도 뛰어난 미학이지만 안타깝게도 찰나적이다. 오래가는 것은 슬픔이다. 슬픔에 흠씬 젖었을 때 나는 인생 앞에 고분고분해진다. -79쪽

침묵에도 무늬가 있다는 말을 어디선가 읽은 기억이 난다. 고독하거나 지루하거나. 두려움에 짓눌려 있거나 거짓말을 꾸며내는 중이거나. 우리는 여러 가지 이유로 침묵한다.-138쪽

'마지막'이라는 말은 언제나 가슴을 눅눅하게 한다. (중략) 쓸데없이 사람을 감상에 빠지게 만드는 나쁜 단어다. 굳이 마지막이란 말로 밀봉하지 않아도 끝날 관계는 시간이 알아서 잘라내 버리고, 지속될 관계는 부러졌던 뼈가 굳듯 눈에 보이지 않는 동안에도 조금씩 단단해지는 중일 텐데. 자꾸만 뭔가를 규정하는 말을 내뱉어서 권리를 행사하려고 하는 몹쓸 버릇이 도진다. -163쪽

대체 뭐하자고 그 많은 술을 마셨고 지금도 마시고 있을까? 끝없이 환멸과 실수를 되풀이하면서도 끊지 못하는 것들이 있다. 술이 그렇고 남자가 그렇다. 우라질 인생. -165쪽

랄프 왈도 에머슨의 일기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사람은 이모 고모와 사촌들이 꼭 있어야 한다. 당근과 순무를 사야하고 헛간과 창고가 있어야 한다. 시장에 가고 대장간에 가야 한다. 어슬렁거리고 잠을 자야 하고 좀 모자라고 바보 같아야 한다.-225쪽

어떤 절망도 살아있음을 이길 수는 없다는 걸. 아무리 엿 같은 상황에서도 삶이란 부침개를 뒤집어야 한다는 것을.-25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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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잃어야 진짜 여행이다
최영미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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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기억에 아마도 처음으로 미술과 관련된 에세이에 재미를 붙이기 시작한 것이 <시대의 우울>이 아니었나 싶다. 그 이후로 미술관련 에세이들이 많이 우우죽순격으로 나오기 시작했던 건 나만의 착각일까. 그래서 최영미란 이름은 나에게 조금 특별하게 기억된다. 그 후로 십년만이다. 여행은 도통 지치고 힘들다. 맘에 들지 않는 것이 많고 문장도 날이 서있는 것 같은 느낌을 여러번 받았다. 중년의 나이에 이른 작가의 까칠함, 고집스러움이 묻어 나는 것 같다. 하지만 그녀를 그럼에도 미워할 수 없는 것은 나의 기억 때문이다. 신기하게도 이 책에 포스트잇이 덕지덕지 붙었다. 그만큼 내가 좋게 읽었다는 뜻이다. 지친 듯한 그녀의 기색은 의외로 '오바마'의 이야기에 활기를 띠는데 특정 정치인에게 보내는 열정이 오히려 순수하게 느껴져 재밌다. 아무런 관심이 없었는데 이 부분을 읽자 <내 아버지로부터의 꿈>을 나도 읽고 싶어지게 만들었다. 책의 앞부분에는 시간의 순서가 조금 뒤죽박죽 인것 같은 여행기들이 나오고 뒤에는 '예술가의 초상'이라는 제목으로 화가, 영화, 책에 관한 이야기들이 나온다. 책이야기에서 역시 메모를 하여 둔다. (<슬픈열대>, <삼심세>, <반고흐 영혼의 편지> 등등..) 사진으로 보는 그녀의 얼굴에서 세월의 흔적이 묻어난다. 나 또한 그녀와 함께 십년이란 세월을 얼굴에 간직했을 것이다. 여행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나인데 이런 에세이에 늘 끌리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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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잃어야 진짜 여행이다
최영미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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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스페인으로, 바르셀로나로 이끈 건 무엇이었나. 음식과 바다, 그리고 조지오웰의 <카탈로니아 찬가>였다.-19쪽

그가 남긴 수백 통의 편지들은 '정열과 고독의 화가'로 알려진 사람의 내면이 단순하지 만은 않았음을 알려준다. "단순해진다는 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라고 그는 썼다. 속인의 눈에는 세상 물정모르는 철부지로 비쳤던 반 고흐가 내심 얼마나한 자기 모순을 감당했기에 그런 말이 나왔을까. 화상을 그만둔 뒤에 동생 테오에게 보낸 편지를 보면 분석적인 그의 성격, 지적인 언어사용이 어느 수준에 도달했는지 알 수 있다. -56쪽

호텔방에 누워서 비 떨어지는 소리를 들으며 차분하게 가라앉는 기분이 괜찮았다. 이렇게 계속 침잠하면 내 자신을 통제할 것 같은 느낌. 내 자신을, 내 인생을 통제할 수 있으면 더는 떠돌지 않아도 될까. -66쪽

나는 아직도 말도 안 되는 연애사건을 일으키곤 한다. 대개는 그런 사건으로 창피와 망신만 당할 뿐이지만, 그래도 그렇게 한 것이 전적으로 옳았다고 생각한다. 과거에 종교나 사회주의에 심취한 적이 있는데, 그때 사실은 사랑에 빠졌어야 했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사랑에 빠지지 못해서 종교나 이념에 깊이 몰두하게 된 것이지. 그 때는 예술도 지금보다 더 성스러운 것이라고 생각했다.
<반 고흐 영혼의 편지> 140쪽-107쪽

예술을 알면, 문학을 좋아하면 인생이 복잡해진다. 좋게 말해 인생이 풍요로워진다. -120쪽

자유롭고 편안했던, 어떤 빛나는 순간에는 샌프란시스코가 내 고향처럼 여겨졌다. 떠나고 싶지 않았다. -146쪽

과거 속을 헤매는 그녀는 정처가 없지만 그렇다고 아무 데나 퍼질러 앉지 않는다. 그녀는 작은 바람에도 흔들리지만 결코 무너지지 않으며, 결국 자기 자신으로 돌아온다. 모든 것을 생각하고, 모든 것을 분석하는 자기 자신에게로.
(잉게보르크 바흐만에 관한 부분)-2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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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젠트
가쿠다 미츠요 지음, 양수현 옮김, 마쓰오 다이코 그림 / 문학동네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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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선물을 통해 인생의 어느 정점을 되돌아보는 형식의 12가지 이야기로 구성되어있다. 읽는 동안 나는 어떤 선물을 받았는지 또 내가 누군가에게 주었던 선물은 무엇인지를 떠올리며 읽었다. 기억에 남는 선물은 병원에서 아파 입원해있을 때 친구에게 받았던 커다란 곰인형이었다. 곰인형 하나에 그렇게 감동할 나이는 한참 지났건만 그 순간 곰인형을 안고 들어오는 친구의 모습을 잊을 수 없다. 내 마음을 그렇게 잘 아는, 그 친구는 어렸을 때 부터 지금까지 내게 둘도 없는 존재이다. 또 처음 귀를 뚫었을 때 아빠가 사가지고온 조금은 촌스러운듯한 귀걸이도 떠오른다. 반대로 내가 다른 사람에게 준 선물은 잘 기억이 안나는데 그나마 기억나는 것들은 책들이다. 누군가에게 무슨 책을 주었는지까지 또렷이 기억난다. 내가 준 책들은 그들의 책장속에 아직도 존재할까..  

소설에서 등장하는 많은 선물중에 가장 인상적인 것은 대학생이 되어 처음 집을 떠나 생활하게 될 딸아이를 위해 엄마가 선물하는 냄비세트였다. 그 냄비와 함께 딸아이는 이십대를 지나게 되고 음식과 관련되는 일까지 하게 된다. 음.. 이 부분을 읽으며 엄마가 주고 간 압력밥솥이 떠올랐다. ㅋㅋ 결혼한 이후에 무료한 일상을 꾸역꾸역 이어가거나 배우자의 외도 혹은 이혼 등의 이야기등이 많이 나온다. 내가 경험하지 못한 이야기들은 많은 상상을 불러일으킨다. 인생이 꺾이는 지점, 그것이 좋은 쪽으든 나쁜 쪽으로든 그 지점을 결정짓는 것은 많은 것이 있겠지만 선물 또한 그런 관점이 될 수 있다는 것에 작가의 섬세함을 발견한다. 여행, 독서, 선물, 만나는 사람들... 한 사람의 인생의 행로를 결정짓는 것들, 참으로 별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선물은 물건이지만 결국은 나와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빼놓고는 선물이라는 것에 대해 이야기 할 수 없다.  딸아이의 결혼 후에 이혼하기로한 부부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마지막 부분이 기억에 남는다. 평범한 타인으로 만나 삼십년을 함께 살았다는 것만큼 기적인게 또 있느냐고.. 나 역시 인간이라는 사실. 위대하기도 하고 아무것도 아닌 것도 같은 인간이라는 존재는 타인과의 관계들로 결국은 결정된다는 믿기 싫기도 한 이 결론에 여러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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