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라쉬 브런치 - 번역하는 여자 윤미나의 동유럽 독서여행기
윤미나 지음 / 북노마드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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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수성 풍부한 독자가 실비 제르맹의 <프라하 거리에서 울고 다니는 여자>를 읽고 프라하를 본다면 아마 도시 전체가 하나의 시처럼 보일 것이다. 그녀가 묘사한 해진 옷 주름 사이사이에 눈물처럼 역사의 상처를 품고 다니는 거인 여자를 실제로 만날 수 있을 것이다. -78쪽

웃음도 뛰어난 미학이지만 안타깝게도 찰나적이다. 오래가는 것은 슬픔이다. 슬픔에 흠씬 젖었을 때 나는 인생 앞에 고분고분해진다. -79쪽

침묵에도 무늬가 있다는 말을 어디선가 읽은 기억이 난다. 고독하거나 지루하거나. 두려움에 짓눌려 있거나 거짓말을 꾸며내는 중이거나. 우리는 여러 가지 이유로 침묵한다.-138쪽

'마지막'이라는 말은 언제나 가슴을 눅눅하게 한다. (중략) 쓸데없이 사람을 감상에 빠지게 만드는 나쁜 단어다. 굳이 마지막이란 말로 밀봉하지 않아도 끝날 관계는 시간이 알아서 잘라내 버리고, 지속될 관계는 부러졌던 뼈가 굳듯 눈에 보이지 않는 동안에도 조금씩 단단해지는 중일 텐데. 자꾸만 뭔가를 규정하는 말을 내뱉어서 권리를 행사하려고 하는 몹쓸 버릇이 도진다. -163쪽

대체 뭐하자고 그 많은 술을 마셨고 지금도 마시고 있을까? 끝없이 환멸과 실수를 되풀이하면서도 끊지 못하는 것들이 있다. 술이 그렇고 남자가 그렇다. 우라질 인생. -165쪽

랄프 왈도 에머슨의 일기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사람은 이모 고모와 사촌들이 꼭 있어야 한다. 당근과 순무를 사야하고 헛간과 창고가 있어야 한다. 시장에 가고 대장간에 가야 한다. 어슬렁거리고 잠을 자야 하고 좀 모자라고 바보 같아야 한다.-225쪽

어떤 절망도 살아있음을 이길 수는 없다는 걸. 아무리 엿 같은 상황에서도 삶이란 부침개를 뒤집어야 한다는 것을.-25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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