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잃어야 진짜 여행이다
최영미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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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기억에 아마도 처음으로 미술과 관련된 에세이에 재미를 붙이기 시작한 것이 <시대의 우울>이 아니었나 싶다. 그 이후로 미술관련 에세이들이 많이 우우죽순격으로 나오기 시작했던 건 나만의 착각일까. 그래서 최영미란 이름은 나에게 조금 특별하게 기억된다. 그 후로 십년만이다. 여행은 도통 지치고 힘들다. 맘에 들지 않는 것이 많고 문장도 날이 서있는 것 같은 느낌을 여러번 받았다. 중년의 나이에 이른 작가의 까칠함, 고집스러움이 묻어 나는 것 같다. 하지만 그녀를 그럼에도 미워할 수 없는 것은 나의 기억 때문이다. 신기하게도 이 책에 포스트잇이 덕지덕지 붙었다. 그만큼 내가 좋게 읽었다는 뜻이다. 지친 듯한 그녀의 기색은 의외로 '오바마'의 이야기에 활기를 띠는데 특정 정치인에게 보내는 열정이 오히려 순수하게 느껴져 재밌다. 아무런 관심이 없었는데 이 부분을 읽자 <내 아버지로부터의 꿈>을 나도 읽고 싶어지게 만들었다. 책의 앞부분에는 시간의 순서가 조금 뒤죽박죽 인것 같은 여행기들이 나오고 뒤에는 '예술가의 초상'이라는 제목으로 화가, 영화, 책에 관한 이야기들이 나온다. 책이야기에서 역시 메모를 하여 둔다. (<슬픈열대>, <삼심세>, <반고흐 영혼의 편지> 등등..) 사진으로 보는 그녀의 얼굴에서 세월의 흔적이 묻어난다. 나 또한 그녀와 함께 십년이란 세월을 얼굴에 간직했을 것이다. 여행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나인데 이런 에세이에 늘 끌리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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