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먼 스테인 2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0
필립 로스 지음, 박범수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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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긴 분량에도 불구하고 2권은 거의 1권 내용의 되씹기이다. 이 소설에는 오점 있는 인간들이 나온다. 소설은 어처구니 없게 강의 시간에 '검둥이들'이라는 말을 했다는 누명을 쓰는 교수 콜먼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이후 콜먼의 항변이 소설을 이루는 중심축이 되는 것 같더니 이에 더불어 다양한 오점있는 인간 군상들의 이야기로 펼쳐진다. 그 중 콜먼이라는 인물과 대비되는 인물인 젊은 프랑스인 교수 델핀 루는 가뜩이나 무너져가는 인간인 콜먼의 인생에 종지부를 찍도록 쐐기를 박아준다. 타향까지 와서 순수하게 자수성가로 그것도 젊은 나이에 이루어낸 델핀인데 이런 그녀에게 있어 콜먼이라는 인물의 행적은 도덕적으로 지탄받아야 마땅한 것이다. 하지만 그녀의 오점은 여기에서 부터 시작된다. 인간이 자신이 아닌 누군가를 도덕적 잣대로 평가하려드는 우를 범하게 된 것이다. 유치하기 그지 없는 편지를 실수로 보내는 것, 애인을 구하는 광고를 실수로 교수 전체에게 보내게 된 것은 생각만 해도 어디론가 숨어지고 싶은 실수였다. 게다가 그 실수를 콜먼의 죽음으로 연결시키질 않나, 그야말로 인간말종인 것이다.   

 콜먼의 오점이라면 자신이 흑인이라는 것을 숨겨 자식들과 자신의 가족에게 고통을 주었다는 것이다. 검지 않은 흑인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 나로서는 신기할따름인데 이런 유전의 괴리가 자신의 삶 전체를 괴리로 이끌게 만들었던 것 같다. 한 인간의 온전하던 삶이 순식간에 무너지기란 이렇게도 쉬우며 그것을 파괴하는 것은 다름아닌 타인들의 오점이었다. 학교라는 체제의 몰상식함, 상아탑이라는 무너지지 않는 성벽안에서 안주하고 입이나 나불대는 인간들에 대한 환멸이 느껴졌다. 이 세상에 오점 없는 인간이 있겠냐마는 살면서 범하게 되는 가장 큰 실수는 타인을 나의 잣대로 평가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봤다. (번역이 좀더 매끄러웠어도.. 하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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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언젠가 죽는다
데이비드 실즈 지음, 김명남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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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태어남에서 죽음에 이르기까지 각종 통계 자료를 통해 산다는 것은 곧 육체의 쇠락의 과정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죽어간다는 것은 특별한 것이 아니며 존엄한 인간성을 지닌 우리중 어느 누구도 죽음이라는 경험을 피해갈 수는 없다. 인생에 있어서 대략 스무살 무렵이 육체의 최고 전성기라고 보았을 때 그 이후의 모든 과정은 허물어져 가는 과정이다. 뼈는 소실되고 몸의 체액은 빠져나가고 생식능력은 물론 몸의 온갖 장기들의 기능은 줄어든다. 객관적인 사실인 통계수치를 읽고 있노라면 오히려 죽음이란 것이 매우 슬픈 감상적인 것이 아닌 누구나 겪게 되는 사건이라는 생각에 아무 감정이 없어진다.  

저자는 50대 중반이고 저자의 아버지는 100세를 눈앞에 두고 있다. 97세의 늙어가는 아버지는 이 글에서 핵심적인 이야기 소재이다. 그런데 죽음을 코앞에 둔 아버지는 그것이 다가오는 것을 거부하지만 저자는 초연하게 죽음을 인정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90대에 이르기까지 각종 운동을 할 정도로 아버지는 건강한데 저자는 각종 질환에 고통을 겪고 있다. 곳곳에 보이는 유머감각이 삶의 고통을 잠재우는 듯하다. 죽음이 두려울 때 나라는 개체는 인간이라는 종에 지나지 않음을 생각한다면 그 두려움이 좀 덜해질까. 죽음을 겪는 것도 모두에게는 한번만 일어나는 일이고 그 경험을 얘기해줄 사람도 없으니 그 답을 구하는 것은 요원하기만 한 일이다.  

 내가 이제껏 지지부진 늘어놓은 이야기는, 어쩌면 이 한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개체는 중요하지 않다. 아버지, 당신도, 거시적인 관점에서는, 중요하지 않아요. 저도, 물론, 중요하지 않아요. 우리는 세포들의 생명을 전달해주는 매개동물에 지나지 않아요. 우리는 각자 10개에서 12개쯤 돌연변이 유전자를 갖고 있는데, 어쩌면 치명적인 돌연변이 일지도 몰라요.우리는 그 돌연변이들을 아이에게 전달하지요. 아버지는 제게, 저는 내털리에게. 유전자가 불멸하는 대신 우리는 늙어 죽는 대가를 치러야 해요. 아버지는 이 사실에 영혼이 갈가리 찢기는 것처럼 느끼죠. 저는 그 사실에 짜릿하고 속이 시원해요. 제가 보기에 삶은 단순하고 비극적이에요. 그리고 기이하리만치 아름다워요. p.312 

 삶은, 내가 10세부터 줄곧 말해온 대로, 무지무지하게 흥미롭다. 44세인 지금의 삶은 24세일때보다, 굳이 말하자면, 더 빠르고, 더 통렬하고, 뭐랄까, 더 절박하다. 나이아가라폭포를 향해 달려가는 강물처럼. - 버지니아 울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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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브리맨>을 읽고 좋아서 집어든 책이다. 1권까지 읽었는데 

아, 번역... ㅠㅠ 정말 아쉽다.  

p.283 

어느 나이쯤 되면, 세상을 보는 시각이 체념은 아닐지라도, 솔직한 조건부 항복은 아닐지라도, 절제를 통해 가장 적당한 유연함을 지니게 마련이다. 어느 나이쯤 되면, 지난 세월을 돌아보며 과거의 불만에 다시 귀를 기울이거나 장래의 경건함에 대한 도전을 구체화함으로써 현재에 대한 저항을 부채질하는 행동 어느 쪽에든 빠져드는 인생을 살아서는 안 되는 법이다. 

 

정말 이상하다고 적고 싶은 문장이 많지만 표시해두질 않아서...  

위의 문장은 여느 책의 제대로된 번역이라면 내가 좋아하는 구절로 냉큼 밑줄 그었을 문장인데 저런식으로.. 번역해놓으면 독자는 어찌 읽으라고. 번역하고 나서 다시 안 읽어본 것일까. 필립 로스의 책은 번역된것도 얼마 없는데 누가 다시 번역해줬으면 좋겠다. 아우 덥다..  

하나 더..  

p.77 

섹스를 타락시키는 것이야말로 인류를 탈이상화하는 구원의 타락이자 우리가 누구인가 하는 문제를 영원히 기억하도록 만들어주는 것이니 말이다. 

인류를 탈이상화하는 구원의 타락은 뭥미?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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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jy 2010-08-09 17: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번역이 정말 독서엔 힘들어 보이네요--;

스파피필름 2010-08-09 18:18   좋아요 0 | URL
울며 겨자먹기로 2권 읽고 있어요. 그나저나 오늘 정말 덥네요. ㅠㅠ
 
그림과 눈물 - 그림 앞에서 울어본 행복한 사람들의 이야기
제임스 엘킨스 지음, 정지인 옮김 / 아트북스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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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그림을 보고 눈물을 흘린 사람들의 이야기를 소개하면서 반대로 우리는 그림을 보고서는 왜 울지 않는가에 대해 고찰하고 있다. 여기서 그림과 비교되는 대상은 영화나 소설등이다. 우리에게 영화를 보면서, 소설을 읽으면서 우는 경험은 흔한 일이다. 한번도 그림을 보고서는 왜 울지 않을까,는 생각해 본적이 없기 때문에 이런 문제를 다루는 것 자체가 흥미로웠다. 그렇다면 음악을 듣고서는 울었던가? 글쎄 순전히 음악 자체 때문에 우는 경우는 없었던 것 같다. 기분이 어떤 상황이었는데 그런 상황에 들어맞는 음악을 들었기 때문이라는 것이 더 맞는 설명일 것이다.

그림을 보면서 울지 않는 원인을 여러모로 고려해보는데 예를 들어 그림을 감상하는 상황은 영화를 보거나 책을 읽는 상황과는 좀 다르다. 대개 미술관은 소란스럽고, 조명도 밝은 편이고 온전히 홀로 몰입하기에는 어려운 상황이다. 실제로 그림 앞에 머무르는 시간이 굉장히 짧은 편이다. 또 다른 이유도 있다. 어떤 그림을 대하기 전에 많은 사람들이 그 그림을 이미 익숙하게 다른 매체들을 통해 보게 된다. 아는 만큼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그 그림을 어떤 선입관 없이 진심으로 마주 대하기는 어려워진 것이다. 미술사를 공부한 저자는 이를 정상회담을 준비하는 외교관처럼 참고자료를 익힌다고 표현했다. 한마디로 ‘문화적 장비’를 철저히 장착하고 미술관에 당도하게 되는 것이다. 샅샅이 파헤줄테다,와 같은 태도에서 감동적인 눈물이 흐르기는 어려운 법이다.

미술사와 같은 역사를 미리 아는 것은 예술작품과의 예기치 못한 부딪힘으로부터 보호해준다. 이는 눈물을 흘리는 것에 대한 일종의 편견 등도 작용한다고 본다. 시장통 같은 미술관에서 어떤 그림 앞에서 울고 있는 남자가 있다면 이를 지나치기란 어렵지 않겠는가.

한번도 그림 앞에서 울어 본적이 없다면 그림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말일까. 그렇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아니다,라고 하기에도 어딘가 이상하다. 그 이유를 알아보고자 저자는 노력했지만 명쾌한 결론은 나지 않았다. 이 책의 마지막 문장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아직도 나는 모르겠다. 그러나 사랑 없는 삶이 살아가기 더 쉽다는 것만은 안다.

사랑 없는 삶이란 이론으로 무장한 미술사가, 그림 앞에서 한번도 울어본 적 없는 사람이라는 저자의 상황을 의미하는 것 일텐데.. 이 말을 여러 곳에 적용하여 보아도 무리가 없다는 것을 알아채고는 어딘가 모른게 서글퍼지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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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 자살 노트를 쓰는 살인자,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3-22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3
마이클 코넬리 지음, 김승욱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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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쌍둥이 형의 죽음이 자살이 아닌 타살임을 밝히기 위해 기자인 동생이 진상을 파헤쳐 나간다. 기자가 좀 똑똑한것 같다는 설정은 그런대로 소설의 흥미를 유지시켜주었는데 막판에 반전에 반전이 거듭되면서 연쇄살인범이 시인이라는 설정은 조금 역부족인 것 같다. 범인은 유서로 에드가 엘런 포의 시의 한 구절을 남기곤하는데 그 이유를 설명하기가 좀 그렇다. 게다가 원래 범인은 막판에 등장한 내부의 썩은 사과(였나? 기억이...)가 아니었던가. 레이첼이 잭을 배신한 줄 알고 허무했는데 그건 아니어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아마도 후속작에서 이 범인이 재등장하면서 뭔가 더 설명되는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설은 꽤 두껍지만 훌훌 잘 읽힌다. 기자라는 직업적 특성을 아는 것도 재밌었다. 그런데 이 표지 무섭다. 읽는 내내 계속 엎어놨다. 역시 나같이 무서움을 잘 타는 사람에게 이런 류의 소설은 무리인것 같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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