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과 눈물 - 그림 앞에서 울어본 행복한 사람들의 이야기
제임스 엘킨스 지음, 정지인 옮김 / 아트북스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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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그림을 보고 눈물을 흘린 사람들의 이야기를 소개하면서 반대로 우리는 그림을 보고서는 왜 울지 않는가에 대해 고찰하고 있다. 여기서 그림과 비교되는 대상은 영화나 소설등이다. 우리에게 영화를 보면서, 소설을 읽으면서 우는 경험은 흔한 일이다. 한번도 그림을 보고서는 왜 울지 않을까,는 생각해 본적이 없기 때문에 이런 문제를 다루는 것 자체가 흥미로웠다. 그렇다면 음악을 듣고서는 울었던가? 글쎄 순전히 음악 자체 때문에 우는 경우는 없었던 것 같다. 기분이 어떤 상황이었는데 그런 상황에 들어맞는 음악을 들었기 때문이라는 것이 더 맞는 설명일 것이다.

그림을 보면서 울지 않는 원인을 여러모로 고려해보는데 예를 들어 그림을 감상하는 상황은 영화를 보거나 책을 읽는 상황과는 좀 다르다. 대개 미술관은 소란스럽고, 조명도 밝은 편이고 온전히 홀로 몰입하기에는 어려운 상황이다. 실제로 그림 앞에 머무르는 시간이 굉장히 짧은 편이다. 또 다른 이유도 있다. 어떤 그림을 대하기 전에 많은 사람들이 그 그림을 이미 익숙하게 다른 매체들을 통해 보게 된다. 아는 만큼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그 그림을 어떤 선입관 없이 진심으로 마주 대하기는 어려워진 것이다. 미술사를 공부한 저자는 이를 정상회담을 준비하는 외교관처럼 참고자료를 익힌다고 표현했다. 한마디로 ‘문화적 장비’를 철저히 장착하고 미술관에 당도하게 되는 것이다. 샅샅이 파헤줄테다,와 같은 태도에서 감동적인 눈물이 흐르기는 어려운 법이다.

미술사와 같은 역사를 미리 아는 것은 예술작품과의 예기치 못한 부딪힘으로부터 보호해준다. 이는 눈물을 흘리는 것에 대한 일종의 편견 등도 작용한다고 본다. 시장통 같은 미술관에서 어떤 그림 앞에서 울고 있는 남자가 있다면 이를 지나치기란 어렵지 않겠는가.

한번도 그림 앞에서 울어 본적이 없다면 그림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말일까. 그렇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아니다,라고 하기에도 어딘가 이상하다. 그 이유를 알아보고자 저자는 노력했지만 명쾌한 결론은 나지 않았다. 이 책의 마지막 문장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아직도 나는 모르겠다. 그러나 사랑 없는 삶이 살아가기 더 쉽다는 것만은 안다.

사랑 없는 삶이란 이론으로 무장한 미술사가, 그림 앞에서 한번도 울어본 적 없는 사람이라는 저자의 상황을 의미하는 것 일텐데.. 이 말을 여러 곳에 적용하여 보아도 무리가 없다는 것을 알아채고는 어딘가 모른게 서글퍼지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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