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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렌지 다섯 조각
조안 해리스 지음, 송은경 옮김 / 문학동네 / 2004년 11월
평점 :
품절
"그건..... 아무튼 도저히 말할 수 없는 것들이 좀 있었어요."
내가 주춤하며 말했다.
"당신에게나, 다른 사람들에게나. 그것들이 나를 둘러싼 세계를 통째로 무너뜨릴 줄만 알았죠. 당신은 몰라요. 그런 일을 겪어보지도 못 했을 테니까."
p.508
예순 다섯의 주인공 부아즈는 이 나이까지 지켜온 비밀이 있다. 도저히 돌아올 수 없는 그곳 고향으로 돌아온 그녀에게 어떤 비밀이 있었을까. 아홉살 여자아이의 유년기를 더듬어 그 비밀에까지 이르는 것이 이 소설의 전부다. 정말 잘 쓰여졌다. 이야기의 구성과 읽을 거리, 인물들의 선명함.. 그리고 마지막에는 여운까지.. 오렌지 향기를 맡으면 미쳐버리는 엄마의 남겨진 앨범, 그 유일한 유산에서 부아즈는 엄마를 이해하고, 엄마의 비밀을 알아낸다. 더불어 절대 말못할 자신의 비밀을 폴에게 털어놓음으로써 모든 것과 화해하게 된다. 비밀을 품고 사는 게 어떤 것인지.. 비밀을 간직해본 사람만이 알것이다. 그것이 스스로를 얼마나 힘들게 하는지도. 남에게는 절대로 공개되지 말하야할 그 무엇이 그런데, 사실은 자신만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것이라면..
인생의 어느 시기가 오면 나도 내 비밀을 털어놓을, 그래서 마음이 편해지는 그런 날이 오겠지. 비밀이랄것도 있는가마는...
"당신 등에 온 세상을 짊어질 수 있다고 생각하고 계시는군."
폴이 말했다.
폴의 말이 어딘가 위로가 된다.
"생각해보면, 진실이 상처를 주는 건 아니오." (p.420)
정말 그럴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