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이 말하다 - 우리 미술이 발견한 58개의 표정
박영택 지음 / 마음산책 / 2010년 8월
평점 :
품절


 이 책에서 마주대하는 그림을 보는 독자라면 얼굴은 보는 것이 아니라 읽는 대상이 된다. 그림의 또는 사진의 얼굴은 실제로는 작가의 생각을 거친 것일테지만 그 얼굴로 말미암아 떠올려지는 누군가의 얼굴은 그리고 그 얼굴을 그리는 내 얼굴은 많은 것을 담고 있는 것임에 틀림없다. 누구나 다 알듯 사람들은 저마다 살아온 삶을 자신의 얼굴 위에 새긴다. 얼굴은 거짓을 모른다. 분명 숨겼다고 완벽히 위장하였다고 하는 내 표정, 눈빛은 거짓을 말하지 못한다. 내 얼굴은 나의 것이지만 결국 타자가 보고 타자가 읽는 것이다. 하루에 만나는 몇 안되는 사람들.. 그들과 말하면서 얼마나 깊이 꼼꼼히 얼굴을 뜯어 보았는가. 그들을 진심 이해하려고 얼마나 노력하였는가. 대놓고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것은 오해를 살수 있겠다만 바꿔말해 우리는 그 만큼 다른 사람의 얼굴을 유심히 읽지 않는다. (어쩌면 나만?) 

 이 책에는 무수한 얼굴이 나온다. 특히 젊은 작가들의 신선한 작품들을 소개해준 것이 좋았다. 개인적으로 무언가 살기 위해 먹고 있는 모습을 담은 작품들이 좋았다. 함민복의 글은 읽을 때마다 짠하게 만든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먹고 사는 일. 돈이 많든 없든, 먹고 싶든 먹기 싫든 입으로 음식을 밀어 넣어야만 산다는 진리.. 누군가의 먹는 모습에서 내 먹는 모습을 상상하게 된다. 작가들의 작품 속 얼굴에서 현시대의 사람들의 얼굴이 가지는 의미를 만날 수 있었다. 나를 가장 대표하는 신체의 한 부위, 얼굴.. 그 얼굴을 어떻게 가꾸며 살아갈지 이 책 속에 답이 들어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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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 슬럼버 - 영화 <골든슬럼버> 원작 소설 Isaka Kotaro Collection
이사카 고타로 지음, 김소영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8년 6월
절판


"불꽃놀이는 다양한 장소에서 다양한 사람이 보는 거잖아. 내가 보고 있는 지금, 어쩌면 다른 곳에서 옛 친구가 같은 것을 보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 유쾌하지 않아? 아마 말이지, 그런 때는 상대도 같은 생각을 하지 않을까. 난 그렇게 생각해."
"같은 생각?" 아오야기는 무심코 반문했다.
"추억이란 건 대부분 비슷한 계기로 부활하는 거야. 내가 떠올리고 있으면 상대도 떠올리고 있지."-210쪽

'Once there was a way to get back homeward'라는 구절을 반복했다. "어쩐지 그런 기분이 들어요. 이제는 두번 다시 그때로 돌아갈 수 없으니까. 옛날에는 돌아갈 수 있는 길이 있었는데, 어느새 다들 나이를 먹고."
대학시절의 느긋했던, 빈둥대기만 하던 무익한 생활에서 눈 깜짝할 사이에 직장인이 되고, 양복을 입거나 제복을 입고 피차 연락도 하지 않게 되었지만 그래도 제가끔 자신만의 생활을 보내며 살아가고 있다. 성장한 것은 아니지만, 뭔가가 조금씩 변해간다. "아오야기의 인생은, 지나치게 예상 밖이야."-43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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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렌지 다섯 조각
조안 해리스 지음, 송은경 옮김 / 문학동네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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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건..... 아무튼 도저히 말할 수 없는 것들이 좀 있었어요." 

내가 주춤하며 말했다.  

"당신에게나, 다른 사람들에게나. 그것들이 나를 둘러싼 세계를 통째로 무너뜨릴 줄만 알았죠. 당신은 몰라요. 그런 일을 겪어보지도 못 했을 테니까."  

p.508 

 예순 다섯의 주인공 부아즈는 이 나이까지 지켜온 비밀이 있다. 도저히 돌아올 수 없는 그곳 고향으로 돌아온 그녀에게 어떤 비밀이 있었을까. 아홉살 여자아이의 유년기를 더듬어 그 비밀에까지 이르는 것이 이 소설의 전부다. 정말 잘 쓰여졌다. 이야기의 구성과 읽을 거리, 인물들의 선명함.. 그리고 마지막에는 여운까지..   오렌지 향기를 맡으면 미쳐버리는 엄마의 남겨진 앨범, 그 유일한 유산에서 부아즈는 엄마를 이해하고, 엄마의 비밀을 알아낸다. 더불어 절대 말못할 자신의 비밀을 폴에게 털어놓음으로써 모든 것과 화해하게 된다. 비밀을 품고 사는 게 어떤 것인지.. 비밀을 간직해본 사람만이 알것이다. 그것이 스스로를 얼마나 힘들게 하는지도. 남에게는 절대로 공개되지 말하야할 그 무엇이 그런데, 사실은 자신만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것이라면..  

인생의 어느 시기가 오면 나도 내 비밀을 털어놓을, 그래서 마음이 편해지는 그런 날이 오겠지. 비밀이랄것도 있는가마는... 

"당신 등에 온 세상을 짊어질 수 있다고 생각하고 계시는군."  

폴이 말했다.  

폴의 말이 어딘가 위로가 된다.  

"생각해보면, 진실이 상처를 주는 건 아니오."     (p.420)  

정말 그럴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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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나쓰메 소세키 지음, 박유하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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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부터 '선생님'이란 호칭이 나온다. 은사님과 관련된 이야기인고 하니 전혀 아니다. 선생님과 주인공 나의 만남은 아주 우연인것도 같은데 자세한 설명은 나오지 않는다. 그리고 주인공은 무조건적으로 선생님을 존경(?),연모(?)하게 된다. 선생님은 나이 어린 친구와의 만남속에서 찬찬히 자신이란 존재를 드러내는 것 같으면서 영 곁을 주지 않는 사람이다. 무슨 일인지 직업도 없고 결혼은 했는데 하는 일이라고는 집안에서 생각만 하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은 인간과 세상을 증오한다고 한다. 친구의 무덤을 정기적으로 찾아가는데 그 이유는 선생님의 유서에서 밝혀진다. 

선생님과의 이야기가 나오다가 병이 든 아버지의 이야기가 나온다. 죽음의 문턱에 이른 아버지의 곁을 지키며 선생님과 만남이 뜸해지는 순간 날아드는 편지.. 그것은 선생님이 자살하기전 보낸 유서였다. 유서에는 선생님의 인생이 쓰여있다. 일찍 부모를 여의고 믿었던 작은 아버지에게서 배신을 당하고 친구와 동시에 한 여자를 좋아하는데 이 일이 친구를 자살하게 만든 것이다. 그리고 그에 대한 죄책감으로 선생님 역시 자살을 기도하기에 이른다. 

아버지의 결말도 선생님의 결말도 구체적으로는 드러나 있지 않다. 소설은 인물들의 마음을 헤아린다. 각자는 자신의 마음을 언어로 드러내지만 타인은 그들의 마음을 어디까지나 짐작, 헤아릴 뿐이다. 선생님의 친구 K도, 선생님도 겉으로보기엔 별 것 아닌 이유로 자살을 했고 자살을 결심하는 듯해 보이지만 그 사람의 마음을 우리는 어디까지나 헤아릴 수 있을 뿐이다.  

우리는 자신의 세계안에서 살아간다. 평생을 함께하는 부부도 이 세상에 하나뿐인 친구도 부모와 자식이라는 혈연도... 함께 살아가고 소통하지만 결국 본질적으로 동일한 상태를 경험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이러한 사실을 인정하는 순간 그나마 소통을 할 수 있게 된다는 뭐 그런..  나쓰메 소세키의 소설들의 제목은 정말 단순하다. 마음이라니.. 흔하면서도 정의하기 어려운.. 마음은 머리속인가. 아니면 가슴인가. 표지가 참 마음에 든다. 이것도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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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사랑
이언 매큐언 지음, 황정아 옮김 / Media2.0(미디어 2.0) / 2008년 7월
구판절판


나는 열한 살때 처음으로 사람들 앞에서 트럼펫 연주를 하던 이야기를 했다. 어찌나 긴장하고 손이 떨렸던지, 마우스피스를 입술에 대고 있을 수도 없었고 입을 내밀어 제대로 소리를 낼 수도 없었다. 그래서 마우스피스 전체를 이빨 사이에 끼워 놓치지 않도록 꽉 물고는, 내가 맡은 부분을 반쯤은 트럼펫으로 불고 반쯤은 목소리로 내다시피 했다. 아이들로 구성된 크리스마스 오케스트라였기 때문에 다른 불협화음에 묻혀 아무도 눈치 채지 못했다.
"지금도 당신은 목욕할 때 트럼펫 소리를 곧잘 흉내 내잖아." 클라리사가 말했다.
-54쪽

우리는 반쯤만 공유된 신뢰할 수 없는 지각의 안개 속에서 살아간다. 우리 감각의 데이터는 욕망과 믿음이라는 프리즘을 통과하며 굴절되고, 그에 따라 우리의 기억 또한 왜곡된다. 우리는 자신에게 유리하게 보고 기억하며 거기에 맞추어 스스로를 설득한다. 무지비한 객관성, 특히 우리 자신에 관한 무자비한 객관성이라는 사회적 전략은 언제나 실패하는 운명이었다. 우리는 절반의 진실을 얘기하면서 다른 사람에게 확신을 주기 위해 스스로도 믿어 버리는 사람들의 후예다. (중략)
'보는 것이 믿는 것이다'가 아니라 '믿는 것이 보는 것이다.'인 것이다. -25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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