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크라이튼의 여행
마이클 크라이튼 지음, 신현승 옮김 / 터치아트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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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이클 크라이튼이라는 사람을 알지 못했다. <주라기 공원>의 원작자이고 영화감독도 했다고 한다. 주라기 공원하면 어렸을 적 극장에서 본 기억도 있고, 그 추억속의 영화의 원작자가 쓴 책을 이렇게 우연히 읽게 되다니... 책은 재밌었다. 사진으로 도배한 요즘의 여행 관련 책들과는 좀 다르다. 책은 크게 앞부분의 흥미진진하지만 결국 포기하고 말았던 의대시절의 이야기와 뒤쪽에 아마도 영화감독으로 데뷔하고 나서의 온갖 오지 여행(?)으로 나뉜다. 각각이 나름의 이야기대로 재밌다. 그러니까 어떤 사람의 일대기쯤 되는 것이다.

 살면서 우리가 '직접 경험'을 통해 얻는 것이 얼마나 될까. 사고, 생각, 사유라는 것으로 우리는 가보지 않은 그래서 경험해보지 않은 그것에 대해 상상하고 판단한다. 이 사람은 다르다. 다이빙을 직접 해보고, 영적 체험에 관심있어서 심령술사를 만나보고 밀림으로 떠난다. 물론 이 사람의 직업이 대다수의 직업과는 다르기에 가능했던 일이기도 하다.

 지나친 독서(?)로 심신이 허약해진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어떤 이유에서든, 떠나려는 갈망이 매우 크다면 사실 시간과 돈을 마련하는 것이야 어떻게든 되지 않겠는가. 사실은 떠나려는 마음이 덜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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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틸 라이프
이케자와 나쓰키 지음, 김욱 옮김 / 갈라파고스 / 2007년 12월
절판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전체적인 진리다. 부분적인 진리는 누구나 한 번쯤 손에 쥔다. 많은 사람들이 자기 손에 쥐어진 부분적인 진리로 세상을 본다. 그리고 뭘 할지를 결정한다. 하지만 나 같은 인간은 전체적인 진리를 손에 쥔 후 세상을 보려고 한다. 그래서 더 오래 걸리고, 더 오래 비틀거린다.-35쪽

일정한 프로그램에 따라 움직이는 게 지루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실은 정반대다. 프로그램에 의해 움직여지는 삶은 쾌감과도 같다. 어쩌면 다들 그 사실을 알고 있는데 표현을 못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농부들은 같은 동작을 몇 시간씩 되풀이하면서 밭을 간다. 양떼는 양몰이개가 이끄는 대로 달린다. 양몰이개는 양떼가 너무 흩어지지 않도록 주의하는 동시에 여우와 승냥이를 경계해야 한다. 공장 직공들은 똑같은 물건을 하루에 100개씩, 200개씩 만들어야 한다. 이 지루한 작업들이 몸에 익숙해지면 말 그대로 자랑거리가 된다. 예를 들어 칸나가 날마다 땀을 흘리는 평균대, 마루운동, 이단 평행봉, 뜀틀 같은 것들이다.-1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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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길로 돌아오다 - <벼랑에서 살다> 조은의 아주 특별한 도착
조은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11월
절판


늘 느끼는 것이지만, 알고 지내는 사람의 가족 공간 안으로 들어갈 때의 기분은 참 묘하다. 그 가족들이 오래 정제한 물을 나눠 마시는 듯한 기분이 된다고나 할까. 몇몇 병리적 경우를 제외하면 가족으로부터 존경받는 사람들은 모두 믿을 만하다. 존경할 수 있는 사람을 가족으로 둔 사람들도 큰 복을 타고났다. 그들에게서는 가족을 불신하며 자란 사람에게서는 찾아볼 수 없는 너그러움이 느껴진다. 사람들은 그 점을 간파해 그들 곁으로 모여든다. -152쪽

시를 쓴 시인도 읽는 독자도, 정말로 사람이 살지 않는 섬 무인도를 그리워하지는 않는다. 우리가 두고두고 그리워하는 대상은 무인도와도 같은 경지를 통해 빛나는 의미를 알게 되는 실존적 존재, 즉 사람인 것이다. -15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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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살의 집 - 한 아티스트의 변두리 생활
노석미 지음 / 마음산책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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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렇게 재밌을 수가. 노석미 작가의 책은 예전에 <스프링 고양이>를 읽었다. 그때도 짧은 분량이지만 재밌게 읽었는데 이 책도 아쉽게도 하루만에 다 읽어버려서... 안타까운 마음.

이 책을 한마디로 말하자면 '코믹성' 그 자체. 코믹성은 해학이요 삶을 사는 유머이며 슬프기고 하고 조용하고 이상하기도 하지만 따뜻함이 배어있기도 한 그 무엇이었다.

화가라는 직업의 특성상 넓은 작업 공간이 필요하고 그런 자기만의 독립적인 공간을 마련하는 것은 한낯 젊은이가 독립하여 살러 집을 나오는 것과는 조금 다른 의미일 것이다. 낯선 곳에 (그것도 시골로..) 자신만의 공간을 마련하면서 겪는 에피소드들이 나를 웃게 한다. 나이를 먹으며 점점 느껴가는 것은 유머를 알고 사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삶을 바라보는 자세 조차 다르게 만든다는 것이다. 유머 속에서 우리 인간은 서로를(혹은 그 대상이 사물이라도) 따뜻한 시선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화가의 전시회를 한번도 가보지 못했는데 다음 번에는 시기를 잘 맞춰서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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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슬픈 창녀들의 추억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지음, 송병선 옮김 / 민음사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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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으로 말하는데, 진정한 사랑을 하는 경이를 맛보지 않고 죽을 생각은 하지 마세요. (p.132)

 

아흔살을 맞이하는 노인 '서글픈 언덕'은 비로소 사랑의 고통을, 사랑의 경이를 경험하게 된다. 이 주인공이 열일곱의 소년이었다면 마흔 다섯의 중년이었다면 그가 겪게 되는 고통도 경험도 한낯 가벼운 에피소드라고 넘겼을지 모른다. 이 소설은 결국 인생의 종착역에서 우리가 지켜내야 하는 것은 사랑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다른 측면에서 생각하면 인간이 경험하고 또 경험하고 또 경험해도 아직도 경험할 것이 남아있다는 놀라운 사실을 보여주는 것 같다. 아흔의 노인이 사랑의 고통에 무너지고 식음을 전폐하고 며칠씩 씻지도 않고 질투와 분노의 화신이 된다고 생각해보라. 이건 치매임에 분명하다고 웃어넘길 일이다. 하지만 '서글픈 언덕'은 진지했다. 죽는 순간까지 진지하게 자신이 겪고 있는 것에 집중하고 충실했다. 늙음 앞에 굴복하기를 거부하고, 생애 처음으로 사랑이란 단어의 진정한 의미를 발견한다.

사랑은 상호적이어야 하는가? 사랑은 기브 앤 테이크여야 하는가? 이 둘의 사랑을 보면 그렇지 않은 것 같다. 가르시아 마르케스는 관심 밖의 작가였는데 이 작가의 작품들을 찾아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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